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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시간에 걸친 기나긴 질주 끝에 루고(LUGO)행 기차는 드디어 저희의 산티아고 순례길 출발지인 사리아(SARRIA)에 도착했습니다. 아랍 에미리트의 아부다비와 두바이, 스페인 마드리드에 걸친 사전 걷기에 쌓인 피로는 순례길을 시작하는 도시에 들어선 설레임으로 온데 간데 없어 졌습니다.



저희가 타고온 루고행 기차에서 내린 수많은 순례인들. 시골역에 이 많은 사람들이 내렸으니 사리아 시내의 숙소는 꽉꽉차겠습니다. 대부분은 마드리드에서 기차를 탔지만 일부는 오우렌세(Ourense)에서 타기도 했습니다. 순례길을 혼자 길을 나선 사람도 일부 있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온 일행들, 가족이나 친지들과 함께 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 사람들 중에 누군가는 순례길에서 또 만나겠지요?



역에 내리니 보슬비가 살금 살금 내리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작은 우산을 펴고 미리 예약해둔 숙소를 찾아 갑니다.



역 앞으로 작은 개천이 흐르는 아담하고 깨끗한 도시였습니다. 알고 보니 숙소도 개천 앞 길로 문이 나 있어서 슈퍼를 가지 않았다면 직접 갈 수도 있는 길이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아주 가까운 길이니 걷는 부담은 없었습니다.



사리아역 앞으로 흐르는 작은 개천.



"메르카도나, Mercadona"라는 이름의 슈퍼에 들러서 오늘과 내일 걷기에 필요한 식수와 도시락으로 사용할 빵 등을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순례길을 걷는 배낭족에게 지역마다 있는 슈퍼는 저렴하고 종류도 다양해서 참 고마운 장소입니다. 이곳 슈퍼도 동네는 작아 보였지만 슈퍼 내부의 크기는 상당히 규모가 있었습니다.



물 6개짜리가 1.5유로, 바게트가 0.45유로이니 정말 저렴했습니다. 도시락으로 챙길 바게트 빵안에 넣을 비엔나 소시지며 주전부리 땅콩이며 이것저것 구매했는데도 11.14유로 였으니 쇼핑하면서 이렇게 기분좋기는 오래 간만이었습니다.



슈퍼 근처 인도에서 만난 첫 순례길 표시. 앞으로도 수없이 만날 조개와 지팡이 형상입니다.




교차길에서 저희의 숙소 이름인  노란색 건물인 알베르게 라 카소나 데 사리아 (Albergue La Casona de Sarria)를 만났습니다.노란색 숙소 건물 바로 앞에는 이름없는 오래된 예배당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숙소의 이름을 확인하고 건물에 들어가 바우처를 꺼내 보이니 저희가 묵을 곳이 이곳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약 명단을 확인하더니 따라오라고 하더군요. 자신들이 운영하는 숙소가 3개인데 개천 쪽에 있는 숙소라는 것입니다.



지팡이든 사람 표식이 있는 표지판은 이길로 가면 순례길이라는 의미입니다. 순례길 중간 중간에 작은 도시들을 거치는데 도시 안에서는 길이 애매해 지기도 하기 때문에 저런 표지판을 만나면 그 방향으로 가면 됩니다. 표지판 뒤로 오늘 저희가 묵을 숙소의 이름이 보입니다.



드디어 숙소인 알베르게 라 카소나 데 사리아 (Albergue La Casona de Sarria, http://www.lacasonadesarria.es/)에 도착했습니다. 체크인은 12:00~22:00, 체크아웃은 07:00~08:30입니다. 체크아웃이 독특하지만 대부분 저 시간에 다들 나갑니다. 저희는 입구에서는 2층, 맨 아래층을 감안하면 3층에 있는 방을 배정 받았습니다. 



순례길 숙소들을 미리 예약은 받지만 지불은 현지에서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둘이서 35유로면 저희는 만족할 만 했습니다. 남녀 각각 있는 공용 샤워장을 처음 사용하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무료 인터넷으로 한국에 안부도 전했고 부엌을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뜨거운 물을 제공해 주기는 했습니다.



숙소 내부의 모습. 나무로 된 마루 바닥과 천장이라 저희의 발걸음에도 소리가 나고 윗층에서도 소리가 나긴 했지만 순례길 첫 숙소로 이 정도면 저희는 가격 대비 만족할 만 수준이었습니다.




숙소 마당에서 바라본 첫날 묵은 숙소의 모습입니다. 이곳의 여주인께서 나름 친절하셔서 좋았기는 했는데 영어가 짧은 단점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순례길 숙소에서 이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아무튼 환영의 의미로 맥주나 주스 중에서 선택해서 마시도록 제공해 주셨고 5유로인가를 지불하면 아침 식사를 미리 준비해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저희가 이 부분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아침에 식사 자리에 내려 갔다가 조금 민망했다는......



숙소 앞 개천의 모습입니다. 이 개천이 사리아역 앞까지 이어집니다. 슈퍼를 들르지 않았다면 이 개천 길로 숙소에 도착할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숙소 맨 아래층에 있는 식당겸 거실의 모습. 벽난로도 있고 여행객들이 모여 대화하기 참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강아지 한마리를 그린 액자가 있었는데 저 그림도 여행자가 그려 주었다고 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액자의 주인공인 강아지. 아주 늙다리라고 했습니다. 저희가 식사를 하는데 동양의 식품 냄새가 코를 자극했던지 철퍼덕 앉아 있던 개가 저희에게로 다가와 계속 눈치를 주더군요. ㅎㅎ



오늘 저녁 식사는 컵라면과 물만 부으면 되는 비빔밥 군용 식량입니다. 마드리드에서는 뜨거운 물을 구할 수 없어서 컵라면을 먹지 못했는데 드디어 먹는 군요. 몇일만에 먹는 한국 음식인지......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개에게 냄새만 피워 미안하기는 했지만 함부로 특이한 음식을 줄수도 없는 처지라 하는 수 없었죠.




식당도 그렇고 방도 그렇고 예전에 지었던 건물 양식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현대의 편리한 점을 보완해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 숙소의 여주인도 혼자서 여러 숙소에 대해서 새로운 사람도 안내해야 하고, 기존 투숙객의 문의도 대처하기 위해서 와이파이 카메라를 달아 놓고 스마트 폰으로 이곳 저곳의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적절하게 대처하고 있었습니다. 최소의 인원으로 시설을 관리하기 위한 이들 만의 노하우겠지요?




저녁 9시가 다된 시간이지만 창 밖은 아직도 밝습니다. 밤 9시에 베란다에 놓인 꽃을 보다니....



내일 아침이면 다시 배낭 속으로 들어갈 물품들. 순례길을 걷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캐리어 배송 서비스를 이용해서 길을 걷는 중에는 아주 작은 가방만 들던가 아니면 맨손으로 물만 들고 다녔습니다. 미리 경로를 정해 놓고 숙소를 나가면서 숙소 앞에 캐리어를 놔두면 업체가 캐리어를 다음 숙소에 가져다 놓는 방식이었습니다. 저희야 한국에서부터 캐리어 없이 나섰지만 조금이라도 체력을 아끼고 싶은 분은 이런 서비스를 검토해 볼만 합니다.



벽을 돌로 쌓은 집인데 돌 턱에 위의 그림처럼 동전들을 올려두고 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몇 유로 짜리인지는 자세히 보지 않았지만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저 동전이 긴요하게 쓰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묵었던 숙소의 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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