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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페라 다리(Ponte da Áspera)를 건너 숲길로 들어온 순례길은 빌레이 마을을 향합니다. 오늘의 첫 휴식지가 될 곳입니다. 



순례길의 오랜 역사 만큼이나 길가에 넘어진 커다란 나무에는 이끼가 가득입니다. 땀은 조금 나지만 이런 숲길을 걷는 기분은 정말 좋았습니다.




숲길에 들어선 순례길은 빌레이(Vilei) 마을 가는 길에 고개를 하나 넘어야 합니다. 길가에 가지런히 심어진 나무와 돌에 붙은 이끼는 마치 어르신이 아이를 타이르듯 이방인 순례자의 마음이 너무 들뜨지 않게 가라 앉혀주고 힘내라고 격려를 더해주는 듯 합니다. 



남은 거리가 111.571Km. 몇킬로미터씩 성큼 성큼 줄어든 표지석을 만날때 마다 얼마나 반가운지, 시작부터 걷기가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닙니다. 숨을 쉬듯 걷습니다.




아찔 할 것 같아던 작은 언덕을 금방 지나면 위의 지도처럼 빌레이 마을까지 들판을 가로질러 갑니다.



들판을 가로 지르는 풍경도 일품입니다. 순례길은 이런 풍경을 감상하는 여정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후회없는, 강추하는 걷기 여행입니다.



많은 순례자들은 그냥 쉬지 않고 사진도 찍지 않고 그냥 걷습니다. 그냥 쭈~~욱 걷습니다. 저희같은 쉬멍 걸으멍 걷기족은 길가에 있는 동물이 파놓은 굴에도 눈길을 보내면서 한숨 쉬어 갑니다.



작고 아담한 노란 들꽃이 가득합니다. 어떻게 이런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 있습니까! 와아! 탄성과 함께 한컷을 남겨야죠.



들판을 지나 빌레이 마을 초입에 진입했습니다. 오전 8시경의 마을 풍경은 고요하기만 합니다.



이런 풍경은 그냥 한폭의 그림입니다. 넓다란 들판에 옹기 종기 길을 걷는 순례자들. 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풍경에 걷기의 피곤함은 그냥 묻혀 버립니다.



순례길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가로수 중에 하나가 바로 사과 나무입니다. 대중 가요중에 "종로에는 사과 나무를 심어보자"하는 가사가 있기는 한데 공해 가득한 서울 도심의 가로수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죠. 게다가 그림처럼 가로수에 사과가 저렇게 주렁 주렁 매달려 있다면 더욱이 나무 가지가 온전할리가 난망할 것입니다. 사과 나무의 수명이 60~100년이라고 하니까 누군가 100년 이내에 심었다는 이야기인데 의도가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서양에서도 사과를 하루에 한개씩 먹으면 의사를 멀리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열심히 챙겨 먹어야 겠습니다.




저희의 첫 휴식처였던 카사 바르바델로(Pensión- Albergue CASA BARBADELO). 출발후 1시간 조금 더 걸었네요. 1시간을 걸었는데 벌써 배낭과 등에는 땀이 흥건합니다.




카사 바르바델로의 도장입니다.



첫 휴식처여서 그랬는지 인상 깊게 남은 작은 연못입니다. 동양적인 분위기가 풍깁니다.



위의 그림은 산티아고 순례길이 위치한 스페인 북서부 지방, 즉 갈리시아 지방의 독특한 건물로 순례길을 걷다 보면 마을 마다 집집마다 자주 만나는 건축물입니다. 지면으로부터 직각으로 기둥을 세워 올린 다음 그 위에 넓다란 판을 놓고 그 위에 비가림과 함께 통풍이 되도록한 구조입니다. 여행내내 저게 무엇일까? 궁금 했는데 겨우 찾았네요.  한편으로는 종교와 관련된 것일까? 하는 추측도 해보았었습니다. 어떤 집들은 위에 십자가를 세워놓기도 했으니까요. 농사용 연장을 넣어 두는 창고인가? 하는 생각도 했었지요. 그런데, 정체는 쥐와 습기를 피하기 위해 지은 곡물 창고 오레오(hórreo) 였습니다. 스펠링은 다르지만 어떤 과자이름하고 같은 발음입니다.



홍콩이나 마카오에 있는 개들은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풀어 놓아도 조금 멍한 느낌이었는데 이곳의 개들은 생기가 있으면서도 다행히 얌전했습니다. 순례길에서도 가끔 들개화된 유기견들이 있기는 한데 괜히 소리지르거나 지팡이를 휘두르면 오히려 공격 당할 수 있으니 다른 일행들이 오기를 기다려 함께 이동하거나 조용히 지나가는 것이 현명한 행동입니다. 



빌레이(Vilei) 마을 표지판.




순례길을 걷다보면 위의 그림처럼 순례길 주위에 작은 화단을 가꾸어 놓은 집들을 가끔 만나게 됩니다. 수많은 순례자들이 본인들에게 주는 수혜보다는 소음과 불편함이 많을 텐데 이런 마음을 가진 집들을 만나면 집주인들이 저희에게 보내 주는 부엔 까미노에 곱해서 집주인을 향해 축복(부엔 비비르, Buen Vivir)으로 돌려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순례길에서 만난 행복한 소들. 넓은 초지에서 풀을 뜯는 소들만큼 행복한 소가 있을까요? 좁은 우리에 갇혀 1++등급으로 만들어 지는 소가 아니라 목축이라면 이런 모습이 정상이 아닌가 하는 반추를 해봅니다. 소들도 지금은 앉아서 자신들은 뜯어 먹은 풀을 반추하고 있을텐데...... 우리나라의 육식은 너무도 왜곡된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명한 소비자가 현명한 낙농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바르바델로 산티아고 교회(Iglesia de Santiago de Barbadelo)는 순례길에서 약간(50미터) 내려가야 만날수 있는 교회입니다.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들르지 않고 그냥 가더군요. 하지만 여유 부리는 순례자에게는 하나 하나가 선물입니다.




공동 묘지가 성당을 휘감고 있는 형국입니다. 12세기에 세워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은 그대로인데 수백년의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생을 다했을테니 당연한 현실일 것입니다. 스페인 인구의 94%정도가 카톨릭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이니 이런 모습이 그럴 법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카톨릭에서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최후의 심판때 육신이 부활한다는 교리로 화장을 금지했지만 이후 화장을 허용한 후에도 가루를 강이나 바다에 뿌리거나 가정에 보관하면 안되고 교회가 정하는 신성한 장소에 매장해야 한다고 합니다.




바르바델로 산티아고 교회 곳곳의 모습입니다. 벽에 남아 있는 세월의 흔적들. 일부 조각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벽체와 성당 건물이 보존되고 있는 것만으로도 훌륭하죠.




벽을 떠 받치고 있는 기둥이 세월의 무게에 힘겨워 보이고 떨어져 나간 조각상들이 허전해 보이지만 그 사이 돌틈에 자리한 들풀이 그 존재감을 뽐내는 그림입니다. 



바르바델로 산티아고 교회에서 원래의 순례길로 돌아와 길을 이어 가는데 통통한 고양이 한마리가 커다란 나무 아래서 여행자의 발걸음을 반겨 줍니다. 



드디어 남은 거리가 110Km 아래로 떨어 졌습니다. 오늘 여정도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힘을 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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