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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차 마을에서 마지막 숨을 고른 저희는 이제 산티아고 순례길 1일차 목적지인 포르토마린을 향해서 마지막 힘을 냅니다.




언덕위의 집 한채. 담쟁이 옷을 입은 고목 뒤로 왠지 쓸쓸함이 묻어 납니다.



코 앞에 목적지를 둔 상황에서 최종 목적지까지는 93.745Km가 남았습니다. 이른 시간에 출발한 덕택에 오후 2시가 조금 넘는 시간이니 쉬엄 쉬엄 걸었어도 아직도 여유가 있습니다. 



멀리 우리가 포르토마린으로 가려면 반드시 건너야 하는 호수 아니 저수지가 보입니다. 이제 언덕만 내려가면 저수지를 건너는 다리를 만나고 다리를 건너면 바로 포르토마린입니다.




멀리 건너편 언덕에 하얀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저희 오늘 묵을 포르토마린입니다. 빌라차 마을을 빠져나와 언덕위에 오르면 두가지 길로 포로토마린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는 표지판이 나오는데 위의 사진은 오른쪽으로 빠져서 도로를 따라 내려가는 방법을 선택한 사람들이고 저희는 왼쪽을 선택했습니다.




위성 사진에서 보듯이 갈림길에서 두가지 길은 거리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넓고 평탄한 길을 원한다면 연두색 화살표로 표시된 우측길로 가면 되고 오밀 조밀 재미있는 길을 원하다면 왼쪽길을 선택하면 됩니다. 왼쪽을 선택한 저희는 잘 선택했다 싶었습니다.



언덕길을 내려 갈 수록 건너편의 포르토마린 시내는 점점 가까워 보입니다.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강인줄 알았는데 엄밀히 말하면 강이 아니라 미뇨강(río Miño) 유역에 1963년 댐을 건설하면서 생긴 거대한 호수입니다. 정식 이름은 벨레사 저수지(Encoro de Belesar)로 포르토마린은 상류 지역이고 댐이 있는 하류에서는 이 물을 가지고 수력 발전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충주댐과 비슷하죠.


저희가 선택한 길은 포장 도로를 빠져나와 오솔길로 접어 들면 그림과 같이 포도밭 사이를 지납니다. 스페인은 포도 재배 면적이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입니다. 그 뒤를 프랑스와 이탈리아 뒤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와인 생산은 3위라고 하는데 그 이유가 스페인은 포도 나무 사이 사이를 넓게 심었던 까닭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프랑스 영향을 받아 재배 기술이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에서 스페인 포도주를 맛보지 못했네요. 다음번에는 스페인 소고기와 포도주를 꼭 먹어보리라 찜해 둡니다.




젖소가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초지를 가로 질러 내려 갑니다.




노란꽃이 예뻐서 자세히 살펴 보았는데 민들레는 아닌데 찾아보니 민들레와 유사한 종인 모양이었습니다(Krigia virginica)




노란꽃이 지천인 곳에서 풀을 뜯는 소들은 노란꽃도 좋아 할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온통 꽃밭이니 꽃은 골라내고 먹기도 쉽지 않을테고 꽃이며 풀이며 모두 먹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꽃밭에서 풀을 뜯는 젖소들은 얼마나 좋을까!




이런 풀을 뜯은 젖소에서 나오는 우유가 진짜 좋은 우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행복한 젖소에게서 나오는 행복한 우유!



뒤에는 숲을 두고 있고 앞으로는 초원과 저수지가 보이는 위치에 자리한 집 한채. 위치로는 최고이지 않나 싶습니다.




푸른 초지만 있는 줄 알았던 들판에는 이쁘장한 국화과의 데이지꽃(Daisy)이 새초롬하게 피어 있었습니다. 데이지는 서유럽 원산의 여러해살이풀이라고 하네요.



갈림길에서 저희가 선택한 길은 양쪽으로 돌담이 높다랗게 쌓여진 오솔길입니다.



양쪽에는 높다란 돌담이 벽을 이루고 바닥은 물길에 패여진 암석지대 였습니다. 두 여성이 자전거를 타고 저희와 같은 길을 선택해서 따라 오셨었는데 이곳에 도달해서는 자전거를 둘러 메기 시작했습니다. 산악 자전가라도 어쩔 수 없는 길이었으니까요.



돌담을 타고 올라가며 보라색 꽃을 피운 덩굴 식물들. 이끼와 어울려 어디에도 없는 신비한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자전거에게는 어려운 길이지만 걷기족에게는 최고의 풍경을 선물해준 아름다운 길이었습니다.



언덕길을 내려 오면 바로 강변 도로입니다. 자동차를 조심해서 길을 건너 디리쪽으로 이동합니다.



저수지 건너편으로 이제 포르토마린(Portomarín)이 손에 잡힐듯 합니다.



순례자들을 포르토마린으로 인도해 주는 노바 다리(Ponte Nova de Portomarín)입니다. 저희가 갔을 때는 물이 많아서 보이지 않았지만 물이 조금 빠지면 옛 다리와 옛 순례길의 흔적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노바다리를 "New Bridge and Bridge Vella"라고도 부릅니다. 옛날의 다리는 마치 우리나라의 잠수교 처럼 물이 많으면 물속에 잠겼다가 물이 빠지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지요. 물이 빠진 상태에서 만나는 포르토마린의 풍경은 더 많은 것을 순례자들에게 보여 줍니다. 우리 삶도 손에서 놓는 것이 많을 수록 불필요한 것이 빠져 나갈 수록 보이는 것들이 있는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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