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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축제가 열리고 있는 스린 관저를 돌아보고 대로변과 접하고 있는 스린관저 공원 벤치에 앉아서 잠시 휴식 시간을 갖는다. 11월 말의 대만은 화창하고 시원한 가을 날씨이다. 매점에서 구입한 아이위빙(愛玉冰)을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벤치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한두 개의 조각구름만 있을 뿐 화창하기 그지없다. 

 

공원을 나선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스린샹샹스낵(士林香香小吃)을 찾아갔다. 원래는 미술관과 스린관저를 모두 둘러보고 점심 식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이른 점심을 먼저 먹고 미술관을 가기로 했다. 스린 관저 인근에 있는 로컬 맛집으로 추천할만한 식당이었다. 조금은 이른 시간이라 여유 있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대만의 국민 음식 가운데 하나인 루러우판(滷肉飯)과 주인아저씨가 추천한 대구 완자탕이다. 조린 돼지고기를 올린 덮밥인 루러우판도 좋았지만 대구 완자탕은 감동적이라 해야 할 정도로 훌륭했다. 2인에 110 NTD를 지불할 정도로 저렴했는데 더 시켜서 넉넉히 먹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점심 식사를 끝낸 우리는 시내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이동하여 타이베이 시립 미술관으로 향한다. 미술관 길건너에는 타이베이 엑스포 공원(花博公園)이 있었는데 타이베이하면 빌딩숲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좋은 공원들이 많았다. 2010년 타이베이 국제 화훼 엑스포를 열었던 곳이라고 한다. 중산로 길을 건너서 미술관으로 향한다.

 

한국에서 구입한 바우처를 가지고 미술관으로 입장한다.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이나 프랑스, 스페인의 미술관들을 생각하면 많이 실망할 수 있고 이곳 작가들의 작품들을 가볍게 만난다는 생각으로 들어가면 나름 볼만하다.

 

때마침 2024 타이베이 아트 어워드가 열리고 있어서 좀 더 독특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10명의 최종 진출자들의 작품을 전시한다고 한다.

 

설치 예술 작품들을 보는 것으로 관람을 시작한다. 장쩌룽(張哲榕)의 헌책방을 재현한 작품. 작가의 아버지가 헌책방을 운영했다고 한다. 헌책들을 배경으로 영상과 랩으로 실제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이다. 우리네 삶 속에서도 서서히 사라져 가는 모습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공립 도서관에서도 헌책은 찬밥 취급받고 버려지는 것이 현실이다.

 

조금은 충격적이었던 장첸셴(張辰申)의 "일탈을 좋아하는 사람들(偏差愛好者)"이라는 작품. 미술과 해부학 사이를 오가는 처음에는 괴기했지만 천천히 보게 되는 작품이었다. 돼지와 인간과의 긴밀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작품으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인간과 유전자가 90% 이상 일치한다는 돼지, 미국 메릴랜드대에서는 2022년 1월 세계 최초로 형질전환돼지의 심장을 57세 남성 환자에게 이식한 사례도 있다. 비록 생존 기간이 2개월에 그쳤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를 일이다.

 

셰지아위(謝佳瑜)의 "루루아트사"라는 작품. 고양이를 키우는 아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작품. 한때 번영했던 대만의 도자기 수출 산업을 돌아보고 반려동물과 가정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린옌샹(林彥翔)의 "강제 착륙(迫降)"이라는 작품. 지금의 대만 사회 현실을 표현하는 작품이다. 타이베이의 관문인 타오위안 공항에 제3 활주로가 건설 중인데 그곳에 살던 주민들이 떠나는 농촌 현실을 표현했다고 한다. 주민들이 내다 버린 물건들로 항공기를 만들었다.

 

설치 작품들을 지나서 정통 작품들 앞에 서니 하나하나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문화와 정서가 조금 더 깊이 다가오는 것 같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喧囂的孤獨) - 대만 교채화가 걸어온 백 년"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있었다. 교채화(膠彩畵)는 동양의 전통 채색화를 그림에 있어 광물이나 동식물에서 얻은 재료를 아교와 섞어서 만든 물감으로 표현하는 것을 이른다고 한다.

 

자식들이 고양이를 키우니 자연스레 고양이 그림 앞에서 발걸음이 멈추지만 나는 여전히 친해지지 않는 동물이다.

 

당나귀와 휴식하는 그림(小閒-林之助)에는 왠지 친숙함이 느껴진다.

 

그림 속에서 대만의 전통문화를 만난다. 신의 순례(陳壽彝-神之巡禮)라는 작품은 역동적인 축제 현장을 보는 듯하다.

 

현대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엔클레이브(고립지)라는 이름의 전시도 있었다.

 

28명의 여성 작가들이 그림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남겨둔다. 리진슈(李錦繡)의 "용인, 상대, 무지개 노래, 容合.相待.彩虹曲)라는 작품과 왕술링(王淑鈴)의 "노래하는 강, 吟唱的河流"이라는 작품이다.

 

타이베이 시립 미술관 관람을 끝내고 나온 우리는 미술관 앞에서 다시 시티투어 블루라인 버스에 올랐다. 블루라인 종점인 고궁박물관을 돌아서 간다. 블루라인 시티투어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고궁 박물관에서 많이 내리고 탄다. 

 

국립 고궁 박물관에는 장제스가 대만으로 넘어오면서 가지고 나온 상당량의 문화재가 전시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외관만 보고 지나쳐 간다.

 

어제저녁 스린 야시장으로 가던 길에 만났던 커다란 공모양의 조형물을 볼 수 있었던 MRT 지안탄역(Jiantan, 劍潭)도 지난다.

 

블루라인 버스가 스린관저 도착 전에 들렀던 그랜드 호텔은 역방향에서도 다시 들렀다가 간다. 다시 보아도 특이한 호텔이다. 

 

타이베이 메인역 북쪽을 지나는 고가도로와 마천루를 보니 종점에 거의 다 온 모양이다. 이제 레드라인 시티투어 버스로 갈아타고 여정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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