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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의 장소였던 생 세브랭 성당(church of Saint-Séverin)을 나와서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Shakespeare and Company), 르네 비비아니 광장(Square René-Viviani), 생 줄리앙-르-포브르 성당(Église Saint-Julien-le-Pauvre), 살바도르 달리의 해시계(Salvador Dali Sundial)와 폴 팽르베 공원(Square Paul-Painlevé)을 거쳐 클뤼니 국립중세박물관(Musée de Cluny - Musée national du Moyen Âge)에 이르는 길입니다.



생 세브랭 성당 앞에 있는 레스토랑의 전기 그릴에 눈이 가서 한컷. 마라톤(Le Marathon)이라는 음식점인데 평점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지만 걷기족의 눈길을 끈 것은 그릴에 꽂힌 고기보다 그 아래 담긴 감자와 야채들 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보던 전기 구이는 닭고기나 돼지 고기를 끼워서 기름을 뺀 깔끔함으로 먹었는데 그 기름을 버리지 않고 야채 조리에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 새로웠습니다.



생 세브랭 성당(church of Saint-Séverin) 전면 모습. 노틀담만큼 많지는 않지만 옆으로 툭 튀어나온 가고일(gargoyles)들이 비로부터 건물 지켜주는것 뿐만아니라 미적 감각을 올려주는것 같습니다.



생 세브랭가(Rue Saint-Séverin)를 걷다가 성당 전면이 보이는 교차로에서 쁘띠뽕가(Rue du Petit Pont)로 좌회전 했다가 강변길 직전에서 뷰슈히가(Rue de la Bûcherie)로 좌히전 하면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Shakespeare and Company) 서점으로 갈 수 있습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서점 앞입니다. 휴일도 아닌 월요일 오후 1시 무렵인데도 이정도이니 휴일이었으면 어쩔뻔 했나 싶습니다. 바로 앞이 세느강변이고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다리(Petit Pont)를 건너면 노트르담 대성당이니 사람이 많은 것은 당연한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파리에서 영어책을 구할 수 있는 곳이 많은 것도 아니고요. 



서점 옆으로는 카페들이 즐비 합니다.



서점의 간판. "고서적(antiquarian books)"을 취급한다는 내용과 세익스피어의 초상화와 그를 기리는 시 "Soul of the age"의 일부가 적힌 글귀가 눈에 들어 옵니다.

Thou Art Alive Still While Thy Booke Doth Live,

And We Have Wits To Read, And Praise To Give



서점의 입구. 내부는 사진을 찍을 수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만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1층과 2층 모두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사고 싶은 책들이 많았지만........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1919년에 실비아 비치(Sylvia Beach)에 의해 처음 세워져서 1920년대에는 영미권 인물들의 문학 토론장으로 인기를 끌면서 어니스트 헤밍웨이 (Ernest Hemingway), 주나 반스 (Djuna Barnes)와 같은 유명 작가도 참여하였고 그들로 인해서 관광명소가 되었다고 합니다. 나치의 파리 점령 기간동안 폐쇄된후 오랜기간 다시 열리지 않았다가 1951에 조지 휘트먼(George Whitman)이 현 위치에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서점 입구에 걸린 조지 휘트먼의 2004년 글로 휘트먼은 이 칠판을 "Paris Wall Newspaper"라고 불렀습니다. 


“Some people call me the Don Quixote of the Latin Quarter because my head is so far up in the clouds that I can imagine all of us are angels in paradise. And instead of being a bonafide bookseller I am more like a frustrated novelist. This store has rooms like chapters in a novel and the fact is that Tolstoi and Dostoyevsky are more real to me than my next door neighbours…


One hundred years ago my bookstore was a wine shop… Further back in the year 1600, our whole building was a monastery called La Maison du Mustier. In medieval times, each monastery had a frère lampier whose duty it was to light the lamps at nightfall. I have been doing this for fifty years and now it is my daughter’s turn.  ~ George Whitman”


몇몇 사람들이 자신을 라탱 지구의 돈키호테로 부른다는 말로 시작하는 그의 메시지는 결국 그의 딸  실비아 비치 휘트먼이 다음을 맡을 것이라는 유언과도 같은 메시지입니다. 

1층에는 다양한 책들이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피아노와 함께 잠시 쉴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창을 통해서 세느강과 노트르담을 볼 수 있는 전망도 만날 수 있습니다. 무료 독서 공간도 있는데 해당 공간으로 가는 통로에는 성경(히브리서 13:2)에서 따온 이 가게의 모토가 적혀 있습니다.


"Be Not Inhospitable to Strangers Lest They Be Angels in Disguise" 

위장한 천사일지 모르니, 낮선 이들을 불친절하게 대하지 말라



서점 앞으로 보이는 노트르담 대성당. 길 건너면 바로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는것 같지만 중간에 세느강이 있기 때문에 작은 다리를 건너야 합니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는 강변을 따라서 고서적 상인들인 부키니스트(Les Bouquinistes)를 만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있고 책을 좋아한다면 부키니스트를 상징하는 초록색 철통을 따라서 책 유람을 떠나는 것도 좋습니다.



서점은 좌우로 카페들로 포위 당해 있습니다.



서점을 나서면 우회전해서 작은 공원인 르네 비비아니 광장(Square René-Viviani)을  향합니다. 1910년대에 프랑스 총리를 지낸  르네 비비아니(René-Viviani)를 기리며 1928년에 세운 공원으로  당시에 있던 노후 건물과 공공 병원을 철거하고 만든 공원이라 합니다.  규모가 작지 않은 공원이라서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잔디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사진 우측에 보이는 나무는 1601년에 심은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입니다. 봄이면 하얀 꽃과 꿀을 내는 아카시 나무( locust tree, robinia pseudoacacia) 인데 400년이 넘는 세월을 견딘 파리의 산 증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르네 비비아니 광장 공원에서 바라본 노트르담 대성당.



공원 바로 옆에는 파리 역사 기념물인 생 줄리앙-르-포브르 성당(Église Saint-Julien-le-Pauvre)이 있습니다. 



생 줄리앙-르-포브르 성당은 13세기에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멜키트 그리스 가톨릭 교회(Melkite Greek Catholic) 입니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 건축물 중에 하나로 처음에는 로마 카톨릭이었으나 1889년에 멜키트 그리스 가톨릭으로 바뀌었고 교회 건물은 여러번의 설계 변경 과정을 통해서 원래보다 많이 작아진 크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교회 입구에는 쇼팽, 베토벤, 리스트등의 클래식 공연이 있다는 안내가 붙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교회와 성당, 사찰등 종교 건물들이 비싼 건물을 짓고 자신들의 모임 공간으로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이들처럼 지역에서 무료로 공연을 한다면 모두가 윈윈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생 줄리앙-르-포브르 성당을 나서면 중세풍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갈렁드가(Rue Galande)로 진행합니다. 좁지만 작은 식당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갈렁드가는  그 역사가 갈로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유서 깊은 길입니다. 갈렁드가를 걷다가 길이 만나는 지점에서 단테가(Rue Dante)로 우회전해서 생제르맹 대로(Boulevard Saint-Germain)까지 직진합니다.



단테가는 파리의 만화 거리라 할 정도로 만화책 가게들이 많은데 만화책과 피규어, 포스터등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시집을 보냈을 만큼 다큰 딸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레이디버그"를 찾으러 무작정 한 만화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총천연색의 만화책들을 훑어보다가 주인에게 물어보니 이 가게에서는 스파이더맨, 헐크등 미국의 마블쪽 만화를 주로 취급한다고 하는 군요. 한국, 프랑스, 일본이 합작하고 파리가 배경인 애니메이션이라 혹시나 해서 들어갔는데 레이디버그는 만날 수 없었습니다. 



상점 내부는 만화책들을 진열했다면 외부에는 캐릭터 연관 상품이나 DVD등을 배치하고 있더군요. 이곳을 아이랑 지나기는 무리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단테가와 생제르맹 대로(Boulevard Saint-Germain)가 만나는 지점에서 잠시 생 자크가(Rue Saint-Jacques)로 우회전하면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작가인 살바도르 달리의 해시계를(Salvador Dali Sundial) 만날 수 있습니다. 살바도르 달리의 해시계가 위치한 곳이 생쟈크가(Rue Saint-Jacques)인데 이 길이 예전에는 파리에서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로 가는 출발점이었다고 합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가는 시작점이고 달리의 해시계도 붙어 있지만 그것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바로 옆이 식당인지라 그저 식사에만 마음이 있겠죠. 바로 옆에 있는  "해와 달, El Sol y La Luna"이라는 남미 음식 레스토랑은 가격도 좋도 평점도 좋은 편이네요.



달리의 해시계를 본 다음에는 생제르맹 대로(Boulevard Saint-Germain)를 건너서 클뤼니 국립중세박물관(Musée de Cluny - Musée national du Moyen Âge)으로 향합니다. 위의 사진은 박물관 앞에 있는 폴 팽르베(Square Paul-Painlevé) 공원입니다. 파리 걷기를 하다가 공원을 만나면 거의 자동적으로 공원 벤치를 찾아서 휴식을 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길 바닥에 주저 앉아 쉬는 것보다는 휠씬 나으니까요. 생각해 보면 지리산 둘레길이나 제주 올레길을 걸을때는 힘들면 아무데서나 엉덩이를 깔고 쉬었는데 파리 도시를 걸을때는 중간 중간에 있는 공원과 성당이 유일한 휴식처 였습니다. 공원 이름과 연관된 폴 팽르베는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정치가로 미분방정식과 함수론등을 남겼으며 두차례에 걸쳐 프랑스 총리를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의 공학자나 수학자들은 전문가로서 나름의 업적도 남기지만 현실 정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우리나라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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