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서해랑길 88코스는 역방향으로 걷는다. 전곡항 교차로에서 시작하는 길은 항구를 빠져나가면 해안선을 따라 전곡 해양 일반산업단지 외곽을 걸어 남쪽으로 내려간다. 해안 산책로와 전곡 공원을 지난다. 산업단지 지역을 빠져나가면 해양공단로 도로를 따라서 제부교차로에 이르고 제부도 앞에서 다시 해안으로 나가서 둑방길 위를 걷는다. 살곶이 마을에 이르면 마을길을 가로지르며 고개를 넘어서 화남 일반산업단지 외곽의 해안길을 걷는다. 산업단지 아래의 해안길을 동쪽으로 걸으면 공생염전에 닿는다.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서해랑길을 시작한 이후로 오로지 순방향으로만 걸었는데, 이번 코스는 눈앞에서 버스를 놓친 덕분에 처음으로 역방향으로 걷는다. 전곡항에 차를 세워두고 버스로 궁평항으로 이동하여 순방향을 걸을 예정이었는데, 주말에 이 지역으로 들어오는 자동차의 행렬이 장난이 아니었다. 결국 궁평항으로 가는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자동차로 궁평항으로 이동하여 순방향으로 시작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냥 역방향으로 걷고 궁평항에서 전곡항까지 버스로 돌아오기로 했다. 제방에 서 있는 89코스 안내판을 뒤로하고 길을 시작한다.
지금까지는 붉은색 계열의 순방향 서해랑길 화살표를 보면서 걸었는데 오늘은 파란색 계열의 역방향 화살표를 보면서 걷는다. 순방향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역방향 화살표가 거꾸로 걸으니 이제는 잘 보인다. 길은 산업단지 외곽의 해안 산책로를 걷는다.
전곡항과 제부도로 들어가는 입구 사이에 안고렴섬이 있는 지형으로 물이 빠지면 걸어서 오갈 수 있는 섬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섬 사이의 바닷길을 막고 간척을 했을 법도 한데 여전히 바다로 남아 있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지경이다.
산업단지로 들어선 길은 해안 산책로로 진입한다. 공간은 산업단지 지역이지만 해안으로 좋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었다. 산책로 입구에 있는 벤치에서 조용하게 점심을 먹고 여정을 시작한다.
해안 산책로가 끊어지는 구간이 있기는 하지만 산업단지 외곽으로 산책로와 공원이 이어진다.
남쪽으로 물 빠진 갯벌과 안고렴섬을 보면서 길을 이어간다.
만 안쪽을 동쪽으로 돌아온 길은 배수 갑문을 지나며 남쪽으로 내려간다.
배수 갑문으로 흐르는 물을 보니 맑기가 나쁘지 않다. 하천이 바다로 나가는 길목에서 새들은 사냥에 여념이 없다. 배수 갑문을 지나면 전곡 1호 공원 안으로 진입한다.
올해는 특별한 봄 나들이가 없었는데 산수유, 벚꽃, 진달래의 계절은 지났지만 철쭉의 계절에 걷을 수 있으니 참 다행이다. 생기 넘치는 철쭉의 색깔과 향기가 참 좋다.
산업 단지의 공원이라고는 느끼지 못할 정도로 생기가 넘친다.
누군가 일부러 심은 것도 아니고 잡초 취급을 받지만 풀밭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뽐내는 개불알풀이다. 두해살이 풀인데 봄까치꽃이라는 이름이 더 예쁜 것 같다.
철쭉의 계절은 또한 송홧가루의 계절이기도 하다. 자세히 보니 늘 단색일 것만 같은 소나무의 꽃도 화려한 색을 가졌다. 수꽃과 암꽃이 함께 있는데 사진은 암꽃이다.
하트 모양의 잎을 가진 박태기나무의 꽃도 볼 수 있었다. 화려한 꽃은 지고 있고 여린 하트 모양의 잎들이 꽃을 대신하고 있다.
봄에 피는 다른 꽃들과 비슷해서 무슨 꽃인가 싶었는데, 아그배나무라고 한다. 열매는 소화불량 등에 좋은 약재로 쓰인다고 한다.
공원을 빠져나온 길은 산업단지를 벗어나서 해양공단로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한다.
전곡항에서 제부도까지 이어지는 서해랑 케이블카도 시야에 들어온다.
해양공단로 도로를 따라 걸으며 편의점에서 걷기를 위한 물도 확보하고 아이스크림으로 당도 보충했다.
길은 제부 교차로에서 도로를 가로질러 해안으로 나간다. 자동차도 많고, 음식점과 카페도 많아서 정말 북적이는 곳이다.
제부도 입구의 북적임을 벗어나 상가 뒤로 돌아가면 해안 둑방길로 진입할 수 있다.
북쪽으로는 일명 제부도 모세 거리를 오가는 차량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3km에 이르는 포장길로 밀물로 물이 들어오면 자연스레 닫히는 길이다. 남쪽으로 해안선에 있는 새섬을 보면서 둑방길을 걷기 시작한다.
해안 둑방길을 걷다가 잠시 멈추어 서서 제부도 쪽을 바라보니 예전에 제부도에 다녀 갔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송전탑, 케이블카, 바다를 가르는 자동차들, 갯벌 풍경은 이렇게 걸어야 그나마 기억에 조금 남지 않을까 싶다.
새섬 앞을 지난 길은 남쪽으로 살곳이 마을을 향한다.
마을 앞바다에 작은 까치섬을 두고 있는 살곳이 마을에 도착했다. 병자호란 당시 물에 빠진 인조가 살았다고 해서 살곳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마을 언덕을 넘어간다.
마을길을 통해서 언덕을 넘어가니 한 가족이 총동원되어서 고추 모종을 심고 있었다. 키는 크지만 아직 앳된 모습의 아들은 구멍에 물을 넣으면 다른 아들은 구멍을 모종을 넣고 부모는 양쪽 고랑으로 흙을 덮으며 고추 모종 심기를 마무리하는 모습이었다. 가족이 함께 땀 흘려 일하고, 일이 끝나면 함께 모여서 맛있는 식사를 하는 모습을 생각하니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노동은 힘들고 나쁜 것이 아니다. 노동은 사람의 본래 모습을 찾게 하는 단초이자 신성한 것이다.
살곳이 마을 끝에서 길은 서쪽 해안 둑방길로 방향을 잡는다. 이곳은 화성시 서신면 송교리에 해당한다.
길은 남쪽의 백미항과 이곳 살곳이 마을 사이의 커다란 만을 서쪽으로 돌아서 간다. 살곳이 마을 포구에서 서쪽으로는 갯벌 일을 할 때 사용하는 노두길이 작은 바위섬인 도리도까지 약 3Km 뻗어나간다.
황량할 것만 같은 해안 둑방길에서도 봄을 맞이하는 꽃들이 있다. 이번에는 보라색 꽃을 피운 타래붓꽃이다. 여러해살이풀이다.
양식장 아래를 지난 길은 이어서 화남 일반 산업단지 아래의 해안 둑방길을 걷는다. 이 길은 둑방길 곳곳에서 봄쑥을 뜯으러 나온 사람들을 자주 만난 길이기도 하다. 봄쑥이 몸에 좋고, 피도 맑게 하고 혈관 건강에도 좋다고 하지만 안전하게 채취할 수 있는 곳에서 뜯어야 할 텐데 하는 염려도 생긴다.
산업단지 아래를 지난 길은 해안길을 따라서 계속 서쪽으로 이동한다.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들이 다니는 길목이다 보니 고개를 들면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를 쉽게 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언제 또 비행기 타고 여행 갈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상상에 빠지게 한다.
예전에는 염전이었던 공간은 대형 좌대 낚시터로 변모한 모양이다. 줄지어 늘어선 방갈로 옆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람들의 여가 문화는 많이도 변모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주기적으로 방류하는 물고기를 잡아 올리는 낚시꾼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아남는 물고기도 있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길은 공생 염전에 닿는다.
'여행 > 서해랑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해랑길 89코스 - 전곡항에서 불도 방조제 (0) | 2025.05.12 |
---|---|
서해랑길 88코스 - 공생염전에서 궁평항 (1) | 2025.05.10 |
서해랑길 87코스 - 매향리 평화 생태 공원에서 궁평항 (0) | 2025.05.07 |
서해랑길 87코스 - 이화리에서 매향리 평화 생태 공원 (0) | 2025.05.06 |
서해랑길 86코스 - 원정리에서 이화리 (0) | 2025.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