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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로 떠나기전 2박 3일동안 머물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잠시 침대에 누우니 쌓였던 노곤함이 훅하고 몰려 들었습니다. 그냥 내일 아침까지 잠이나 잘까? 하는 유혹이 얼마나 있었는지......간단히 점심을 떼우고 두시간에 걸친 달콤한 휴식을 끝낸 다음 마드리드 1일차 오후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솔 광장을 시작으로 왕궁을 방문하고 저녁에 무료로 개방하는 프라도 미술관까지 가는 일정입니다.



숙소에서 나와 조금 걸으니 태양의 문(Puerta del Sol)이라 불리우는 솔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마드리드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러 가는 장소이지요. 푸에르타 델 솔이란 명칭은 15세기 당시 도시를 감싸고 있던 성벽의 한 문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1962년 이래로 매년 새해를 밝히는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이런 공간에 분수와 녹지 공간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죠.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여행기 24 - 프라도 대로 걷기"에서 언급한 것처럼 마드리드의 도시 기반을 닦았던 카를로스 3세의 동상이 광장의 중심에 있습니다.



카를로스 3세의 동상 뒤로 티오 페페(TIO PEPE)라는 독특한 네온사인 광고가 있는데 안달루시아 모자, 플라멩코 자켓, 기타를 둘러멘 캐릭터가 독특합니다.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티오 페페는 스페인 남부의 백색 포도주인 셰리주(sherry)의 브랜드입니다.




티오 페페 네온 사인이 설치된 건물 좌우측의 골목은 각각 프레시아도스길(Calle de Preciados)과 카르멘길(Calle de Carmen)로 스페인의 대표적인 상업지구 중의 하나입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 들어가는 위의 우측 그림이 프레시아도스길인데 임대료 비싸기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고 합니다. 아무튼 사람들이 몰리는 상업 지역 답게 두 골목 위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수 없는 멋진 그늘막이 쳐 있었습니다. 흰색, 노란색, 하늘색 천으로 펄럭이는 그늘막이 독특합니다.



상업 지역 반대편의 중앙에는 왕립 우체국 및 정부 청사(Real Casa de Correos)와 시계탑이 서있습니다. 매년 연말 연시에 이곳 시계탑의 종을 울리는 것을 새해 시작을 알린다고 합니다. 또한 건물 바로 앞 바닥에는 스페인 주요 도로의 거리를 표시하는 기준 점인 0킬로미터 지점(Kilómetro Cero)이 있습니다. 많은 이들의 사진 찍기 명소이죠.



솔광장의 마지막 볼거리는 광장 구석에 있는 곰과 마드로뇨 나무 동상(El Oso y el Madroño). 마드리드의 상징이 곰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다양한 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기원전 3세기경 로마군이 스페인을 정복하여 500년 가량을 지배하는데 마드리드를 점령할 당시 곰들이 마드로뇨 나무의 열매를 따먹고 있어서 도시 이름을 마드리드로 지었다는 설입니다. 또 다른 이야기는 8~15세기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했던 이슬람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인데 아랍어 '마헬리트'에 유래했다는 이야기 입니다. 아랍어 '마헬리트'는 물이 고이는 곳이란 의미랍니다. 아무튼 마드로뇨 나무는 진달래과의 딸기나무를 지칭하는데 우리가 먹는 딸기와 같은 맛은 아니고 울퉁불퉁하게 생긴 동그란 열매를 맺는데 맛이 없어서 포르투갈과 스페인 지역에서는 술을 담가 먹는 재료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솔 광장을 빠져 나오면 맥도날드 옆에 있는 골목, 북동에서 남서 방향으로 사선으로 뚫린 포스타스 거리(Calle de Postas)를 통해서 마요르 광장으로 향합니다. 16세기에는 이곳에 우체국이 있었다고 합니다. 길 표지 그림도 우편물을 배달하는 마차 그림입니다.



마요르 광장으로 향하는 포스타스 거리 부터는 건물 외관이며, 가로등까지 옛 거리의 정취를 조금씩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요르 광장(Plaza Mayor)으로 들어가는 아치 모양의 입구 입니다. 1백여 미터에 이르는 폭을 가진 직사각형 형태의 광장으로 광장 주변을 건물이 감싸고 있고 네 구석 근처로 위의 그림과 같은 아치형의 입구가 9개 있습니다. 



16세기말~17세기초에 필립 3게 재위 당시 세워진 광장으로 직사각형 구조며, 주위를 둘러싼 건물등이 프랑스 파리의 보쥬 광장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파리의 보쥬 광장도 비슷한 시기인 17세기초에 만들어 졌는데 당시의 왕은 앙리 4세 였습니다.



지금의 마요르 광장은 왕실의 결혼식이나 대관식, 크리스마스 축제, 전시회, 연주회등 축제와 행사의 장소로 이용되고 있지만 17세기만해도 광장의 별명이 "피의 광장"이라 불리울 정도 종교 재판과 처형이 집행되던 장소라고 합니다. 물론 지금은 노천 카페와 거리의 화가, 여행자들로 나름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장소이기는 합니다.



광장 주위의 건물중 한 건물이 유독 눈에 들어오는데 건물 벽면에 수많은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왕실의 베이커리 였다가 지금은 마드리드 시에서 사용하고 있는 레알 카사 데 라 파나데리아 (Real Casa de la Panaderia) 입니다. 광장 건설 초기부터 프레스코화가 있기는 했지만 현재의 그림은 1992년에 카를로스 프랑코(Carlos Franco)가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그린 그림들입니다.




건물 상단에는 왕실을 상징하는 철제 왕관이 올려져 있습니다. 과연 스페인 왕실을 비롯한 유럽 각국의 왕실은 과연 언제까지 그 명맥을 이어 갈까요? 왕실이 없는 한국인의 시선에서 왕실의 부패와 스캔들이 현재형인 스페인의 현실이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많지만 과연 스페인이 프랑스와 같은 공화국으로 변모 할 수 있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광장 중앙에는 광장 건설을 시작한 필립 3세(King Philip III)의 기마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광장 주위를 둘러싼 건물과 아치형 입구들, 그리고 중앙의 기마상까지 마드리드의 마요르 광장과 파리의 보쥬 광장은 형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파리의 보쥬 광장에도 루이 13세의 기마상이 세워져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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