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65코스 - 신온 1리에서 몽산포
서산 방조제를 출발하여 서쪽으로 이동하는 길은 신온 1리를 지나면서 북쪽으로 이동하며 태안 해안 국립공원 지역으로 들어간다. 북쪽으로 이동하며 해변에 도착하면 청포대, 달산포를 차례로 지나서 10여 년 전 아이들이 어릴 때 가족이 함께 생애 첫 오토캠핑을 했던("몽산포 오토캠핑 - 생애 첫 가족 오토캠핑" 참조) 몽산포 해변에 닿는다.
신온 1리 마을길을 걸어가는데 억새가 공터에서 자리를 잡아 가을 분위기를 한껏 올려준다. "아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하는 유행가 가사에 등장하는 으악새는 새 이름이 아니라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를 표현한 것이라 한다. 가을 들판을 걷고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에 기쁨이 흘러넘친다.
마을길을 벗어나 북쪽으로 이동하던 길은 마검포길 끝자락에서 해변으로 나간다.
해변 솔숲으로 들러가는 입구에는 태안 해변길 4코스 솔모랫길이라는 표식이 붙어 있다. 태안 해안 국립공원 영역으로 들어온 만큼 깔끔한 산책로를 즐길 수 있다. 서해랑길은 몽산포까지의 솔모랫길뿐만 아니라 파도길, 소원길, 바라길과 함께 한다.
솔숲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에 세워진 표식은 이곳이 원청리임을 알려준다. 남쪽으로 백사장항 표식이 있는데, 백사장항은 안면도에 위치한 곳으로 태안 해변길 "천사길"에 포함되어 있다.
국립공원의 모래사장답게 솔숲 바깥의 해변으로는 깔끔한 모래사장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질퍽한 갯벌이 아닌 넓은 백사장을 마주하니 또 다른 느낌이다. 이곳에 "솔모랫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를 알만하다.
솔숲 벤치에 앉아서 점심 식사를 하는데,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동 중의 편리함을 이유로 웬만하면 김밥을 싸거나 구입했었는데 집에 있는 반찬과 밥을 싸서 도시락으로 먹어도 훌륭했다. 따로 마트에 가지 않아도 좋고 김밥 싸는 번거로움도 없다.
국립공원 지역이라서 그런지 길 안내판도 잘 세워져 있고 안전쉼터도 설치되어 있었다. 비가 오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잠시 피할 수 있는 곳이고 핸드폰 충전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소나무 잎사귀 사이를 통과해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을 만끽하며 솔숲길을 걸어간다.
역시 국립공원의 숲길은 달라도 뭔가 다르다. 이런 숲길이 잘 보존되어 후손들도 누릴 수 있어야 할 텐데......
숲길을 걷다 잠시 해안으로 나와서 광활한 모래사장 풍경을 돌아본다. 남쪽으로는 마검포항과 그 뒤로 거아도를 비롯한 섬들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해안선을 따라 몽산포항이 시야에 들어온다. 마검포항과 몽산포항을 남북으로 하여 활처럼 휘어진 해변이다.
다시 숲길을 이어간다. 숲에는 분단국가의 상흔이라고 할 수 있는 철책선도 남아 있었다.
길은 어느덧 우람한 소나무들이 즐비한 청포대 해수욕장으로 진입했다. 바쁜 청설모가 나무에서 내려와 다음 행선지를 고민하는 모양인지 잠시 멈추어 섰다.
카메라를 들고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데도 도망가지 않고 현수막 아래에서 청설모는 잠시 "얼음" 상태로 포즈를 제대로 취해준다.
원청리 독살에 대한 안내문. 밀물 때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 때 돌담에 막혀 나가지 못하는 것을 이용하는 어로 방법으로 현재까지도 이 방법으로 계속 고기를 잡고 있다고 한다. 위성사진을 보면 지금도 이곳 해변에 설치된 상당수의 독살을 확인할 수 있다.
위성사진을 보면 백사장에 독특하게 서 있는 바위가 있는 위치부터 여러 개의 독살들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길은 청포대 해안선이 아닌 펜션지역 뒤편의 도로를 따라 이어진다. 편의점에서 잠시 휴식도 취하고 시원한 아이스바도 먹으며 길을 이어간다.
청포대 해수욕장의 펜션촌을 가로질러 해수욕장 끝자락으로 향한다.
청포대 해수욕장 끝자락에 오니 해변의 본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원래의 서해랑길은 이지점에서 계속 숲길로 들어가서 산책로를 통해 몽산포 해변으로 가지만 우리는 그냥 해변으로 쭉 걸어가 보기로 했다. 썰물 때이기는 했지만 길이 없으면 신발을 벗고 물을 건널 것을 각오했다.
청포대를 지나 달산포로 향하는 해변 동죽 껍데기들이 엄청나다. 자연스러운 현상일까? 하는 의문점을 가지며 조개껍데기가 적은 쪽으로 해변을 걷는다.
해변의 또 다른 풍경은 수많은 모래경단이었다. 게들이 열심히 먹이활동을 수행한 결과물이다. 모래 속에 있는 플랑크톤이나 유기물을 먹고 모래는 경단으로 만들어 치워 놓은 것이다. 엽낭개 또는 달랑게가 모래를 깨끗하게 만드는 청소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모래 경단을 만든 주인공인 엽낭게를 찍으려니 속도가 워낙 빨라서 쉽지가 않다.
모래경단으로 이루어진 해변을 걸으니 발자국이 더욱 선명하다.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걸음도 조심스럽다.
해변 풍경은 그야말로 평화로움 그 자체다. 작은 파라솔 아래에서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간식을 먹는 사람들, 커플이 머리를 맞대고 조개 캐기에 열중인 사람들, 물가로 조용히 산책하는 사람들......
해변길은 어느덧 달산포 해변에 이르렀다. 이곳은 내륙의 물이 빠져나가는 곳으로 엄청난 점프력이 없이는 신발을 신고 그냥 건널 방법이 없었다.
바다로 흘러가는 하천을 위아래로 훑어보지만 신발이 젖지 않게 건널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결국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하천을 건넜다. 물은 깊지 않고 바닥도 모래 바닥이라 위험하지는 않았다.
달산포의 하천을 건너니 몽산포 쪽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맨발 걷기를 하고 있었다. 반강제 맨발 걷기하고 있는 우리와는 다른 입장이기는 하지만 온종일 걷기로 피곤한 발바닥이 맨발 걷기로 피로가 풀리는 듯했다. 물기를 머금고 있어서 단단한 모래 위를 맨발로 걷는 느낌은 정말 좋았다.
모래사장의 예술가라고 해야 할까? 동그란 고둥이 모래 위에 갖가지 모양을 그려놓고 다시 모래 속을 파고 들어간다.
걸음 뒤로 청포대 해수욕장이 아득해질 무렵, 길은 넓은 모래사장이 인상적인 몽산포 해수욕장에 진입한다. 10여 년 전에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오토캠핑을 하던 기억을 떠올려 보지만 세월이 너무 흐른 까닭일까? 10여 년 사이에 이곳이 많이 변해 버린 까닭일까? 그때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태안 해변길 전망대를 지나서 해수욕장 입구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