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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2차 여행의 마지막날 여정은 다안 삼림 공원, 주말 꽃시장과 옥시장을 지나서 이제 국립 타이베이 과학기술 대학교를 돌아서 중앙 예문 공원(中央藝文公園)을 거쳐서 타이베이 메인역으로 향한다. 1백 년의 역사를 가진 타이베이 과기대의 입구에는 교훈 성박정근(誠樸精勤)을 크게 새겨 놓았다. 성실함, 순수함, 우수함, 근면함을 의미한다고 한다. 학교 인근의 거리는 학교의 역사만큼이나 울창한 가로수가 인상적인 곳이다.

 

타이베이 과기대 북쪽의 골목길을 통해서 방향을 돌려 이제 타이베이 메인역을 향해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대만 여행의 마지막 점심 식사는 즉석 라면집으로 정했다. 한국에서도 남파랑길이나 서해랑길을 걸을 때 한두 번 방문했던 경험을 생각하면서 대만의 즉석 라면집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크게 작용했다. 사실 조식을 먹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옆지기의 결단에 따라서 그냥 먹기로 했다. 이구오 라멘(異國無人拉麵台北八德店)이라는 체인점이었다.

 

가격은 싸지 않았다. 대만의 즉석 라면집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 비용 치고는 센편이었다. 한국 라면도 많았다. 손님이 많지 않아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었고 다양한 토핑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우리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가격이 조금  비싼 라면을 선택하여 대만의 마지막 점심 식사를 넉넉하게 끝내고 여정을 이어간다.

 

타이베이 메인역을 향해서 서쪽으로 이동하는 길에는 한국의 용산 전자상가 같은 광화 디지털 플라자(光華商場)가 위치하고 있다. 잠시 들러서 어떤 신문물들이 시장에 나오고 있는지 잠시 둘러보고 길을 이어간다. 쇼핑이 목적이 아니다 보니 오래 머물러 있을 수도 없었다. 

 

광화 디지털 플라자를 지나온 길은 신생(新生) 고가도로 아래를 통과하여 중앙 예문 공원(中央藝文公園)으로 진입한다.

 

공원 입구에서는 홍자귀나무가 화사하게 우리를 반겨준다. 칼리안드라, 야합수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늦봄이면 화려한 꽃을 볼 수 있는 자귀나무와 닮았다.

 

공처럼 모여있는 꽃봉오리도 있고 아주 화려하게 피어난 꽃들을 보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공원 남쪽으로는 화산 1914 창의 문화 공원(華山1914文化創意產業園區)이라는 공간이 자리하고 있는데 1914년 일제 강점기에 타이베이 양조장이 있던 자리라고 한다. 그 당시의 건물들을 보존하면서 예술가들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화관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 공간들이 있다. 공원 한쪽 도로에는 야시장에서 볼법한 노점상들이 대낮부터 성업 중이다. 

 

화산 1914 창의 문화 공원에서는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열고 있는 미니어처 아트 전시회도 열리고 있었다. 혹시 나중에 이곳을 들른다면 옛 양조장의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주위를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특이하게 생긴 건물은 망북차정(望北茶亭)이라는 찻집이라고 한다.

 

공원을 가로지르며 서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희망 광장 농민 시장(希望廣場農民市集)을 만날 수 있다. 주말에만 열리는 직거래 시장으로 대도시 중심에 이런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소비자들은 멀리 가지 않고 좋은 제품을 살 수 있어 좋고, 농민들 입장에서는 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 참 좋은 모델이지 않은가 싶다. 깔끔한 공간에서 물건도 많고 사람도 많았다.

 

다양한 과일과 야채도 팔고 있었는데 대만 출국에 앞서 주머니의 동전을 처리할 겸 해서 석과와 삶은 옥수수를 구입했다. 

 

청년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해 놓았다. 희망 광장의 농민시장은  2001년에 시작되었는데 1999년 9월 21일 대만 중부에서 발생한 대지진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대지진으로 2,4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었다.

 

시장 바로 옆에 주차장도 있어서 접근성도 대형 마트 못지않은 곳이었다.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도 팔았는데 시장 한쪽으로는 매점과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시장 뒤로는 넓은 잔디밭이 있어서 애견을 데리고 나온 시민들의 훌륭한 쉼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넓은 잔디밭 바로 옆에 있는 중앙 예술 공원 놀이터(中央藝文公園共融遊戲場)의 규모도 상당했다. 아이들이 있다면 다녀오기 딱 좋은 곳이다.

 

주머니에 있던 동전으로 구입한 삶은 옥수수와 석과. 옥수수는 우리나라에서 먹던 쫄깃한 찰옥수수와는 차이가 있었다. 물론 시골 4일장에서 찐 옥수수를 구입해도 상당수는 중국산이 많다. 농민들이 키운 옥수수를 현장에서 껍질을 벗겨서 쪄서 파는 모습은 다를 것이 없었지만 옥수수를 건네어 주기 전에 단물에 담갔다가 주는 것이 우리와 다른 모습이지 않은가 싶었다. 

 

문제는 석과였다. 야시장에서 먹었던 아주 달콤한 석과를 상상하면서 손으로 석과를 쪼갰는데 맛이 아예 없었다. 사실 우리는 석과가 후숙 해야 하는 과일인지 몰랐다. 집으로 가져가 후숙 할 수도 없고 그냥 버릴 수밖에 없었다. 후숙이 잘된 석과는 갑옷 같은 껍질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꼭지를 당기면 쏙 빠진다고 한다. 에고......

 

광화 디지털 플라자 쪽의 동쪽 풍경을 뒤로하고 우측의 시민대로 고가도로를 따라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타이베이 메인역으로 향하는 길, 멀리 타이베이 메인역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 역사를 가슴에 품고 있는 것처럼 아주 커다란 나무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1, 2차에 걸친 타이베이 여행을 마무리한다.

 

1차 여행 때는 공항에서 올 때도 시내를 떠날 때도 타이베이 메인역에 있는 1819번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이용했는데,  2차 여행 때는 이곳 터미널이 공사 중이라 북쪽 길건너에 있는 타이베이 버스 터미널을 이용해야 했다. 이런 상황을 타이베이를 떠날 때가 되어야 알 수 있었다. 

 

대만의 출국 수속은 역시 간단하다. 빠른 출국 수속을 끝내고 조금 비싸지만 탑승장 인근의 식당에서 대만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했다. 1차 및 2차 대만여행에서 먹은 대만 음식들은  대부분 맛도 좋았고 가격대비 가성비도 좋았다. 이번 여행은 도착부터 출국까지 날씨가 흐렸지만 쏟아지는 비는 맞지 않았던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대만을 떠나려고 하니 이제야 비가 본격적으로 내린다. 우리는 대만을 또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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