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83코스 - 복운리에서 인주공단교차로
삼길포에서 대호 방조제로 넘어가면서 당진시로 들어온 서해랑길은 어느덧 당진시의 동쪽 끝자락에 있는 삽교호 함상공원과 삽교천방조제를 지나면서 아산시로 넘어간다. 출발지인 복운리에서 음섬포구까지는 방조제 둑방길을 38번 국도와 걷고 삽교천 방조제에서는 34번 국도와 걷는 도로변 구간이 조금 있는 코스이다. 음섬포구부터 삽교호 함상공원까지는 쾌적한 해안 산책로를 걷는다.
서해랑길 83코스는 서해안 고속도로가 지나는 송악교 아래를 지나는 것으로 코스를 시작한다. 국도변 인도를 걷다 보면 고속도로 출구가 있기 때문에 길을 돌아서 가야 한다. 고속도로 진출입로 외곽을 돌아서 간다.
이곳에도 해안으로 많은 빌라촌들이 들어서 있었다. 간척지에 들어선 복운리 이주단지는 인근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많은 이들의 쉼터 역할을 하는 곳이다. 고속도로 진출입로 외곽을 돌아서가면 다시 38번 국도를 만나서 남동 방향으로 이동한다. 산업도로라서 육중한 트럭들이 끊임없이 내달리는 모습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제방과 국도 사이에 작은 자전거 도로가 있는 곳이지만 인근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사 때문에 지금은 길이 여의치 못하다.
좌측으로 충청도와 경기도를 이어주는 서해대교를 보면서 길을 이어간다.
주변이 한창 공사 중이라 음섬포구로 향하는 길이 조금 애매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걸어갈 있어서 다행이다.
음섬포구에 도착한 길은 배수 갑문을 지나서 좌회전하여 해안길로 나간다. 이름처럼 음섬은 섬이었던 곳이지만 간척 사업으로 육지화된 곳이다. 이곳부터는 송악읍 복운리에서 넘어와 신평면 매산리이다.
음섬포구에서 바라본 서해대교의 모습이다. 수없이 지나다닌 곳이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니 새로운 느낌이다. 음섬포구를 돌아온 길은 해안길을 따라서 해안선 끝자락에 있는 매산해안공원으로 향한다.
매산해안공원은 바다 건너로 행담도와 서해대교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저녁노을을 감상하기 좋은 명소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인근에 자리한 카페와 식당도 여럿이다.
매산해안공원을 지난 길은 해안 산책로를 걸으며 남쪽으로 내려간다. 삽교호 유원지까지 길이 이어진다.
바다 건너 북쪽으로 평택 땅을 보면서 걷는 조용한 산책길이 이어진다.
어느덧 길은 맷돌포선착장을 지난다. 신평면 매산리에서 부수리로 넘어간다.
맷돌포 이후로는 삽교호 인근에 도착했는지, "삽교호 해안 탐방로"라는 이름과 함께 좀 더 정비된 산책로가 이어진다. 정면으로는 멀리 삽교호 유원지의 대관람차도 보이기 시작하고 삽교호 배수 갑문도 시야에 들어온다.
삽교호 유원지에 가까워질수록 조형물도 많아지고 짚라인에 대관람차까지 왠지 분위기가 들썩들썩 거리는 것 같다.
한때는 행담도를 돌아왔다는 유람선이 닻을 내리고 있는 장소를 지나서 삽교호 바다 공원 안으로 들어간다. 유람선은 세월호 사간 이후로 운행이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뒤돌아 보면 83코스를 시작했던 서해대교 인근이 이제는 아득해 보인다.
주말을 맞아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바다 공원, 놀이동산, 함상 공원, 수산 시장까지 몰려있다 보니 주말이면 늘 사람들로 넘쳐나는 곳이기도 하다.
영종도에 배를 타고 여행을 가던 시절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게 하는 장면이 이곳에서도 펼쳐지고 있었다. 배가 아니라 해변에서 먹이를 채가는 갈매기들을 보다니 독특한 풍경이다.
퇴역 군함 두척이 전시되고 있는 함상 공원을 지나서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원 주차장 쪽으로 이동한다.
잠시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원 입구 쪽으로 나왔던 길은 다시 해안으로 나가서 삽교호 함상 공원 외곽을 돌아간다. 아직 갈길이 먼 우리는 이곳에서 편의점에서 구입한 간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삽교호 함상 공원에는 화산함과 전주함 두척의 퇴역 함정을 전시하고 있는데 DD-925 전주함은 1981년 미국에서 도입하여 18년 동안 운용했다고 하는데 제작연도는 2차 대전 당시인 1945년이니 중고로 들여온 것이었다. 지금은 미국이 우리나라에 조선업 협력을 요청하는 시대이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삽교호 배수 갑문을 보면서 당진시와도 이별할 시간이 다가온다. 매주 토요일 저녁이면 삽교호 바다 공원에서 드론 라이트쇼를 한다는 현수막을 보니 왠지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1970년대 말에 만들어진 삽교호 방조제 끝자락에 있는 배수갑문은 두 개로 기존 배수갑문 옆에 2016년부터 장장 8년의 시간이 걸려서 새로운 배수 갑문을 추가했다고 한다. 배수갑문 위의 다리를 통과하여 방조제 둑방길 걷기를 시작한다.
배수갑문 끝자락은 보안 시설로 철조망으로 막혀있는데 한쪽 구석에 통로를 만들어 놓아서 자전거와 도보 여행자가 지날 수 있도록 했다.
3Km가 넘는 삽교호 방조제 위를 34번 국도와 함께 동쪽으로 걷기 시작한다.
동쪽으로는 멀리 서해선 철도가 지나는 철교의 교각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삽교호 위에 뜬 강렬한 태양이 우리를 비추고 있다.
차가 밀려서 서행하고 있는 자동차들 옆에서 둑방길을 걷는 지금의 내 모습을 생각하면 조금은 묘한 느낌이 든다. 자동차를 타면서 수없이 지나갔던 길인데 걸으면서 다가오는 느낌은 차속에서 느끼는 것과는 천차만별이다. 둑방길을 걸으며 길은 당진시 신평면에서 아산시 인주면으로 넘어간다.
삽교호 방조제도 끝이 나고 아산시 인주면 안으로 들어간다. 방조제 끝자락은 인주면 걸매리와 문방리가 경계를 이루는 곳으로 34번 국도를 경계로 해서 북쪽의 인주 산업단지가 들어선 곳이 인주면 걸매리이고 남쪽이 문방리이다.
서해랑길은 인주산업단지 끝자락, 34 국도 옆의 자전거길을 따라서 계속 남동 방면으로 이동한다.
산업단지 지역을 걷고 있지만 도로 옆 나무 숲 사이로 걷다 보니 이곳이 산업단지라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이다. 한쪽은 은행나무, 다른 한쪽은 소나무가 어우러져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산책로를 만들고 있다.
도로옆, 그리고 산업 단지 끝자락의 산책로는 문방교차로를 지나서 계속 이어진다.
산책로에 떨어져 아무도 주워가지 않은 은행을 보니 언젠가 이곳에 와서 수집해 갈까? 하는 상상도 하게 된다. 물론 아무리 방치된 것이라 해도 절도죄나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은행 열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가지를 축 늘어뜨린 은행나무를 보니 암나무의 비애가 느껴지는 듯하다. 그런데, 은행이 길에 떨어져서 지저분한 것이 싫다고 수나무를 찾는다고 하니 세상일이란 모를 일이다.
공단 끝자락 산책로를 따라서 내려온 길은 인주공단교차로 앞 버스 정류장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82코스와 83코스를 이어서 걸었더니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 산책로는 계속 이어지지만 서해랑길 84코스는 교차로에서 우회전하여 인주면 읍내를 관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