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75코스 - 어은리에서 구도항
태안의 청산리 나루터에서 출발하여 남쪽으로 U자 형태로 돌아가는 서해랑길 75코스는 어은리를 지나 태안군의 끝 마을인 도내리에서 방조제길을 따라서 서산시 팔봉면 덕송리로 넘어간다. 덕송리로 넘어온 길은 덕송리와 호리 사이의 방조제 둑방길을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하여 구도항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오전만 해도 바닷물이 도무지 들어오지 않을 것 같았던 가로림만 바다는 어느새 물이 가득 들어와서 어은리 앞바다의 작은 무인도인 쌍섬 주위도 물에 잠겼다. 바다 건너 75코스를 시작했던 청산리도 아득해 보인다.
찰랑찰랑 거리며 물이 차고 있는 가로림만 바다를 옆에 두고 방조제길을 걸어서 태안군 태안읍 어은리에서 태안의 마지막 마을인 도내리로 넘어간다.
도내리로 넘어오니 북쪽으로는 조금 멀기는 하지만 큰 배가 정박해 있는 구도항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 여정의 종착지가 보이니 조금 더 힘을 내본다. 예전에는 구도항과 인천을 연결하는 배편이 있었다고 한다.
방조제길을 지나온 길은 어은리와 도내리 사이의 간척지에 있는 담수호를 보면서 간척지 끝자락을 지나서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구릉지에 자리한 도내리 마을길을 따라서 남동 방향으로 이동한다. 마을길을 따라서 진벌로 큰길로 나가는 경로이다.
남동 방향으로 마을길을 걷다 보니 멀리 서산시의 팔봉산이 배경으로 다가온다.
도내리가 태안 끝자락이므로 도내 2리 버스 정류장도 태안 군내 버스의 종점이다. 도내리 마을 앞바다의 밤톨처럼 생긴 섬도 보이는데 이름이 독특하다. 덤섬이라고 한다.
구릉지 능선을 따라 이어진 길을 따라서 마을을 빠져나간다. 마을 외곽 해안으로는 대형 캠핑장과 리조트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길은 진벌로 교차로에서 다리를 통해서 도로를 가로질러 건너편으로 넘어간다. 자동차가 많은 도로 대신에 안전한 해안길로 가기 위한 선택인 모양이다.
진벌로 도로를 가로질러온 길은 으뜸말 마을 입구에서 좌회전하여 강변길로 내려간다.
길을 내려와서 솔감 저수지를 만나면 해안 제방길 쪽으로 좌회전한다. 멀리 서산의 팔봉산이 서산에 진입하는 것을 반기는 듯하다.
저수지 둑방길을 따라서 해안 제방길 쪽으로 이동하면 진벌로 도로가 지나가는 어송교 다리 아래를 통과하여 해안 제방길로 나가게 된다.
어송방조제 제방길로 나오니 어느덧 가로림만 바다는 물이 가득 들어와서 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보인다. 이제는 길었던 태안 구간의 서해랑길을 끝내고 서산시 팔봉면으로 진입한다.
어송방조제에는 물때를 맞추어 망둥어 낚시를 나온 사람들로 분주하다. 이곳저곳에서 어후! 어후! 하며 망둥어를 낚아 올리는데, 당장이라도 자리를 잡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서쪽으로는 오후의 태양이 온 세상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내려가고 있다. 감탄사가 절로 쏟아진다.
어송 방조제를 지나서 북쪽으로 이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좌측으로 화려한 석양을 보면서 걷게 된다.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해가 지기 전에 목적지에 도착해서 버스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조바심에 발걸음을 멈출 수가 없다.
태안 서해랑길이 솔향기길과 함께하면서 태안의 트레일을 끝냈다면 서산에서는 서산 아라메길과 함께하는 모양이다. 아라는 바다, 메는 산을 의미하는 말이니 서해랑길은 아마도 바다 쪽으로 조성된 아라메길 코스와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아라메길 중에서 구도 범머리길이라 한다.
서쪽으로 내려가고 있는 석양은 어느덧 산머리에 이르렀다. 덕송리 마을 끝자락으로 이동한다.
덕송리 마을 끝자락으로는 펜션들이 몰려 있는데 그 끝에서 작은 산을 넘어가야 한다.
서산 구간에서 자주 만나게 될 서산 아라메길 표식을 따라서 숲길을 가로지른다. 오후 5시가 넘어가는 시간이 되니 숲 속은 어스름하다.
산길을 나오니 제방 옆 바닷물이 더 많이 들어왔는지 제방 바로 옆에서 찰랑찰랑 거린다.
억새와 잔잔한 물결 너머, 작은 산 위로 지고 있는 석양 그림만 보면 이곳은 그냥 호수 그림이다.
제방 위 잔디에 앉아서 낚싯대를 던지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걸음을 재촉한다. 길은 덕송리와 호리 사이에 조성된 제방길을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석양이 황금빛으로 물들여놓은 이 그림은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정말 아름다운 색이다.
길은 덕송리와 호리를 잇는 방조제 사이에 있는 당도라는 작은 섬을 지나서 간다.
당도를 지나니 멀리 오늘의 종착점인 호리의 구도항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서쪽으로는 잠시 구름에 가려있던 석양이 마지막으로 붉은 얼굴을 보여 준다.
구도항으로 가는 마지막 제방길에서는 종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설렘과 산아래로 내려가는 석양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한다.
가로림만 바다와 즐기던 석양을 마중하면 걷다 보니 어느새 구도항에 도착했다.
잔잔한 물결이 감성을 더해주는 구도항에는 붉은 태양은 떠나가고 황혼만이 남았다.
태안에서 여정을 시작했으니 태안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서해랑길 안내판 인근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리의 모습을 보신 동네 어르신이 버스 타려면 그곳이 아니라 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알려주시는 것이다. 우리가 서 있던 곳은 버스가 서지 않는 옛날 정류장이었던 것이다. 얼마나 고마운지, 이왕 도움을 받은 김에 태안으로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을 여쭈어 보니 어송 정류장에서 태안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서산터미널로 가서 태안 가는 버스를 탈 계획이었는데 어송 정류장에 가면 태안 가는 버스들이 모두 선다는 것이었다. 구도항의 버스 시간표와 어송 정류장의 시간표를 남겨 놓는다.
어송 정류장은 32번 국도 어송교차로에 있는 정류장인데 버스가 잠시 국도를 빠져나왔다가 다시 국도를 타는 방식이었다. 고속버스도 시외버스도 시내버스도 모두 들러서 간다. 해가 진 시간이다 보니 정류장에 태안으로 가는 사람이 있는지 여부를 기사분에게 알려주는 버스 승차 알림 시스템이 아주 유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