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해외 트레킹

대만 1차 여행기 - 중정기념당과 다안 공원

야라바 2025. 2. 2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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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타이베이 시내를 둘러보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블루라인 코스를 끝내 우리는 다시 타이베이 메인역에서 레드라인 버스를 타고 여정을 이어간다. 버스를 여러 번 타고 내리다 보니 타이베이 시티투어 버스에서 근무하는 여러 직원을 모두 만나는 모양새가 되었다. 

 

블루라인 시티투어 버스는 타이베이 북쪽의 고궁 박물관을 기점으로 동일한 코스를 남북으로 오가는 코스였다면 레드라인은 101 타워를 기점으로 동서로 오가는데 101 타워로 갈 때와 타이베이 메인역으로 돌아올 때의 경로가 두 블록 정도 차이가 있다. 시작은 서문(Ximen, 西門) 쪽으로 돌아서 간다. 서문으로 돌아가는 교차로에 있는 철도박물관에서는 근대 분위기가 물씬 묻어난다.

 

레드라인 버스는 용산사(龍山寺)를 돌아서 가는데 번화가와 MRT 용산사역을 지난다.

 

용산사는 18세기에 세원진 사찰이라고 한다.

 

우리는 용산사를 지나서 중정기념관에서 버스를 내려 공원을 걸었다. 입구 쪽에는 거대한 전통 양식의 국가 음악청(國家音樂廳)과 국가 극장(國家戲劇院)이 좌우로 배치되어 있고 그 뒤로 광화지(光華池)와 운한지(雲漢池)라는 연못을 두고 그 뒤로 거대한 중정기념관을 배치한 구조이다.

 

광화지(光華池) 연못을 건너서 기념관으로 가는 길 남쪽으로는 국가 극장(國家戲劇院)이 오후의 태양을 머리에 얹고 있다.

 

연못에 사는 물고기들이 인기척을 느끼고는 먹이를 주는 줄 알고 우리에게로 몰려든다. 사람이 오면 도망가는 것이 야생의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이곳이 야생이 아님을 물고기들이 말해준다.

 

잘 가꾸어진 공원 숲을 가로질러 중정기념관으로 향한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에 있는 링컨 기념관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르다. 아무튼 이곳은 장제스, 장개석을 기념하는 공간이다. 그의 본명이 장중정(蔣中正)이라고 한다. 그의 동상 뒤에 있는 문구 윤리(倫理), 민주(民主), 과학(科學)은 각각 민족주의, 민권주의, 민생주의를 의미하는데 그의 스승이었던 쑨원(손문)의 삼민주의와 통한다.

 

본토에서 밀려나 대만에 중화민국을 세우고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우리나라의 제주 4.3 사건처럼 엄청난 희생자를 만든 2.28 사건과 민주화 인사 탄압 및 독재는 그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는 89세에 생을 다했는데 기념관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89개라고 한다.

 

기념관 천장에는 대만 국기에 있는 국민당 로고가 새겨져 있다. 쑨원의 삼민주의를 표현하며 청색, 적색, 흰색을 사용하는 대만 국기는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는 중국의 압력 때문에 올림픽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대만의 현실이다. 올림픽에서는 매화기를 사용한다.

 

좌우 대칭으로 만든 거대한 공간의 역사는 장제스 사후 정권이 바뀌면서 넓은 광장은 많은 집회가 열리는 장소가 되었다고 한다. 대만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광장 이름도 자유 광장으로 바뀌었고, 중정기념관도 한때는 민주기념관으로 바뀌기도 했다고 한다.

 

기념관의 남쪽 측면의 모습. 측면 아래로 내려가면 중정기념관의 전시실로 갈 수 있다.

 

대만의 최근 역사를 둘러볼 수 있는 전시실로 들어간다. 입장료는 따로 없다.

 

자유광장에 몰려든 수많은 인파 속에서 연설하는 집회 사진을 보면 민주화 이전인 것 같다. 입구 상단에 쓰인 광장의 이름이 자유 광장이 아니라 대중지정 (大中至正)이다. "크고, 치우치지 않고, 지극히 바르다"는 의미이다.

 

실종된 가족(消失的家人)이라는 작품. 대만의 민주화 과정에 얼마나 많은 상처가 있었는지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누군가는 가벼운 이슈로 여기며 아무렇게나 떠들어 대지만 그런 행동은 직접 겪은 이들의 아픔을 후비는 잔인한 행위다.

 

민주화 과정의 아픔과 총통의 화려한 권력이 극한적으로 대비된다.

 

친 서방 외교를 펼치며 경제 발전을 이룬 모습과 격동의 현대사를 돌아보게 된다. 루스벨트, 처칠, 멕아더까지...... 지금은 중국 여행 상품중에 중국 최남단의 하이난으로 가는 상품들이 있지만 한국 전쟁이 일어나기 얼마 전만 해도 하이난은 패퇴하던 장제스의 국민당 세력이 점유하던 공간이었다. 그런데 마오쩌둥(毛澤東)은 한국전쟁 두 달 전에 이 하이난 섬을 점령했고 다음 대상이 바로 대만섬이었던 것이다. 위의 사진에서 서방과 사이가 좋아 보이는 것 같지만 미국은 이미 에치슨 라인을 발표하며 대만을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그런데, 한국 전쟁이 발발하며 시선이 한반도로 몰렸고 그 사이에 미국도 태도를 바꾸어 대만을 보호하기로 했고 중국도 한반도와 대만을 동시에 공격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북한이 선수를 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동북아시아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모를 일이다.

 

전시관을 둘러보고 나오니 광장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었다. 나름 유명하다는 교대식이 시작되고 있었다. 매시 정각에 열린다.

 

 

나도 찍고, 다른 이들도 찍고,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지만 한국군 의장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군중 틈에서 즐기는 이벤트 정도이다.

 

중정기념관을 떠나 다음 여정지인 다안 공원으로 가는 길, 신이(信義) 버스 정류장에서 시티투어 버스를 기다리는데 일련의 초등학생들이 떼로 몰려와 시내버스를 탄다. 건널목에서 노란 깃발을 들고 아이들의 안전을 챙기는 모습은 한국이나 대만이나 다를 것이 없지만 아이들이 이동하는데 시내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은 조금은 생경스럽다.

 

재미있는 것은 일반 노선버스가 아닌 시티투어 버스도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에 도착 예정 시간을 안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온라인으로도 조회할 수 있으니 와이파이가 되면 대만 여행은 참 편리하다.

 

타이베이의 센트럴파크라 불릴 만큼 크고 잘 정비되어 있는 다안산림공원(大安森林公園, Daan Park)에 진입한다. 11월 말이라 조금은 선선하기는 해도 아이들이 인라인을 타고 야외 활동을 하기에는 전혀 부담 없는 날씨이다. 낮에는 화창해서 봄 날씨였는데 오후가 되면서 해가 지기 시작하니 조금은 쌀쌀해졌다. 갓난아이와 나온 부모들, 연인들 다양한 사람들이 도심 속 공원을 즐기고 있다. 

 

공원에 들어오기 전에 길건너편에 있는 편의점에서 컵라면, 소시지, 빵, 요구르트 정도를 구입해서 공원에서 간식을 먹으며 휴식 시간을 가졌다. 재미있는 것은 편의점에서 구입한 간식 가격이 198 NTD이고 점심에 루러우판과 대구 완자탕으로 지불한 값이 110 NTD였으니 점심 가격이 얼마나 저렴했는지 실감이 난다.

 

공원의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는 시각, 공원에는 전문적으로 탐조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나무와 숲이 잘 가꾸어져 있었다.

 

푸른눈테해오라기가 사람이 근처에 있어도 도망하지 않고 먹이 찾기에 여념이 없다. 비교적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공원 곳곳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운동하는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음악을 틀고 몸을 흔드는 사람들, 앉아서 구호에 따라 동일한 동작으로 치고 움직이는 사람들, 농구처럼 격렬한 운동을 사람들, 우리처럼 천천히 걷는 사람들 까지 정말 다양했다.

 

공원 중앙에 있는 노천 음악당을 돌아서 생태연못을 지난다. 연못가 나무들에는 새들이 가득하다. 와우! 이러니 도심 공원에서 탐조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태 연못을 지나서 서서히 공원을 빠져나간다.

 

다안 공원은 MRT역도 있고 대중교통 접근성도 좋아서 타이베이에 온다면 다시 방문하고 싶은 장소이기도 하다. 이런 공원 인근에서 한 달 살기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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