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64코스 - 궁리항에서 서산방조제
홍성의 궁리항에서 시작하여 서산 A지구 방조제를 지나며 서산시 부석면으로 넘어가고 간월도를 지나 부석면의 남부 해안을 걸어서 창리포구를 거쳐 서산 B지구 방조제를 지나며 다시 태안군으로 넘어가는 여정이다. 창리포구를 지나면서 서해랑길 64-1 지선과 갈라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63코스에 이어서 홍성의 끝자락 궁리항을 출발하여 64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먹구름은 아니지만 낮은 구름들이 세찬 바람과 함께 몰려온다.
해안선이 활처럼 생겼다고 궁리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지역 이름을 이용해서 "놀궁리 해상파크"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공간도 만들었다. 곳곳에 낚시하는 사람들이 즐비한 인상적인 곳이었다.
길은 서산 A지구 방조제를 향하여 이동한다.
서산 A지구 배수갑문을 지나 본격적으로 방조제 둑방길 걷기를 시작한다.
서산 A지구 방조제 우측으로는 드넓은 간월호를 보면서 걷는다.
간월호와 함께 서산 A지구 방조제를 걷는 길, 몰려오는 구름과 함께 세찬 바람을 헤치면 길을 이어간다.
서산 A지구 방조제를 걸으면 길은 홍성군에서 서산시 부석면으로 넘어간다. 간월호 철새 탐조대에 세워진 방조제 건설 이야기는 두고두고 회자될 이야기이다. 방조제 공사 마지막 단계에서 9미터에 이르는 조수 간만의 차가 만드는 빠른 유속으로 물막이 공사가 여의치 않자 길이 322미터에 이르는 폐유조선을 끌고 와서 배에 물을 채워 가라앉히는 방법으로 공사를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기상천외한 발상이었지만 유사한 방법이 이미 대천방조제를 만들 때 시도되었었다. 대천방조제의 경우에는 돌을 가득 실은 어선을 좌초시키는 방법이었다.
서산 방조제로 인해 생긴 광활한 간척지에서 벼들이 황금 들판을 이루며 벼베기를 기다리고 있다.
서산 A지구 방조제를 지나온 길은 도로를 가로질러 간월도 안으로 들어간다.
공터에 심어 놓은 코스모스가 가을 분위기를 제대로 올려준다.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의 꽃물결에 탄성이 절로 터진다.
간월도는 위치 상으로는 천수만 북쪽의 중앙에 해당하기 때문에 가깝게는 궁리항과 홍성 스카이 타워도 보이고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천수만 바다 입구의 보령 화력발전소도 멀리 시선에 들어온다.
구름을 뚫고 내려오는 햇살이 간월암 주변을 조명처럼 비춘다. 간월암은 지금처럼 물이 들어오면 섬이 되고 썰물 때는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암자이다. 조선시대 무학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간월도라는 이름도 무학대사가 달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무학대사가 이성계에게 이곳의 어리굴젓을 진상했다고 하는데 조형물에서 보듯이 간월도의 사람들은 굴을 캐며 살았던 곳으로 지금도 이곳에는 여러 굴밥집들이 성업 중이다.
간월도 굴탑 조형물을 보니 이곳이 굴의 고장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간월도에서 생산하는 굴은 표면에 털 모양의 작은 돌기가 많아서 김장용이나 어리굴젓용으로 알맞다고 한다.
간월도 굴탑을 지나 간월암으로 향한다.
간월암은 물이 들어와 섬이 되었다. 물이 빠지면 건너갈 수 있다고 한다.
간월도항 방파제 등대로는 주말을 맞아 간월도를 찾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서쪽으로 향하고 있는 간월도항으로 나오니 오후의 태양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서쪽으로 지고 있는 오후의 태양이 눈부시다.
물이 들어오니 갯벌이 드러난 서해 바다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길은 간월도 선착장을 돌아간다.
선착장에서는 간월도 어리굴젓 축제 준비로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리굴젓은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맛 좋은 어리굴젓은 정말 밥도둑이다. 11월 중순부터 다음 해 4월까지가 이곳의 굴 제철이라고 한다.
간월도를 빠져나가는 길에 만난 물고기 떼의 모습에 아이들도 어른들도 신기한 눈빛으로 발걸음을 멈춘다. 아이들은 신기해서 돌을 던지는데, 물고기 떼는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먹이인 줄 알고 오히려 달라드는 모습이다. 복잡한 세상사를 모두 잊게 만드는 물고기들과 어린아이들의 노는 모습이다.
매년 정월 대보름날이면 간월도에서는 굴 부르기 제라는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간월도를 빙 둘러 굴부르기제 깃발이 세워져 있었다. 군왕제, 굴왕제라고 부른다고 한다.
인상적인 풍경을 보여 주었던 간월도를 뒤로하고 해안 둑방길로 나간다.
간월, 영농교차로에서 좌회전하여 96번 지방도 천수만로가 지나는 해안 둑방길로 진입한다.
서산시 간월도리, 강당리로 이어지는 넓은 들판은 황금물결로 넘실거린다.
서쪽으로 지고 있는 눈부신 오후의 태양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창리 방향으로 걸음을 이어간다. 이 길에서 배낭을 앞으로 메고 혼자서 투벅투벅 걷고 있는 청년을 보니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머나먼 길을 도전하고 있는 청년의 걸음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마음이 훨씬 컸다.
간월호 창리 쉼터 공원과 서산 버드랜드로 이어지는 길이 있는 교차로에서는 굴다리를 통과하여 길을 이어간다. 우리는 창리 쉼터 공원 인근 펜션에서 하룻밤 쉬었다가 길을 이어간다.
다음날 둑방길을 걸어 창리교차로가 올라온 길은 도로를 가로질러 창리포구를 돌아서 간다.
창촌나루터를 거쳐 해안선을 따라 창리포구로 향한다. 앞바다에는 가두리 낚시터들이 가득하다.
창리포구와 바다 건너편 태안의 당암포구를 통해서 좌대 낚시를 하는 곳이 얼마나 많은지 창리 쪽에만 10개 넘었다. 풀어놓은 고기를 잡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통상 우럭을 많이 풀어주는데 농어나 참돔을 풀기도 한다고 한다. 고기를 푸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물고기 풀고 10여 분간은 파티라고 한다. 나도 한번 좌대 낚시에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창리포구에서는 64코스 지선 노선이 갈라진다. 지선 노선은 현대서산농장 쪽으로 길을 잡아서 태안, 서산, 당진의 해안선을 거치지 않고 서산과 당진의 내륙 지역을 가로질러서 아산시 84코스에서 원래의 길과 합류한다.
창리포구를 지난 64코스는 서산 B지구 배수갑문이 있는 창리교를 건너서 서산 B지구 방조제의 둑방길로 진입한다.
서산 B지구 방조제의 둑방길로 들어선 길은 서산시에서 태안군으로 넘어가며 코스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