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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캄바레스와라르 사원 - 인도 첸나이 여행기 34

야라바 2020. 4. 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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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의 도시 칸치푸람의 주요 힌두 사원을 돌아보는 여정은 칸치푸람역 인근에 있는 에캄바레스와라르 사원(Ekambareswarar Temple)으로 이어진다. 

 

이 사원 앞쪽에도 실크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인기있는 관광지이니 만큼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었다. 물론 주차비를 내야 했다. 주차장에 도착한 우리는 차 안에서 미리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했는데 젊은 기사 친구를 위해서도 정성스럽게 샌드위치를 준비해서 주었지만 한입 베어 물더니 더 이상 손을 대지 않았다. 구운 빵에 잼을 바른 평범한 것이긴 했지만 입맛에 맞지 않았는지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주재원 동생에게 했더니 괜한 짓을 했다고 한다. 주어도 고마워하지도 않는 것이 이곳 문화인 모양이었다. 먹든지 먹지 않든지 아무튼 우리는 기사 눈치 보지 않고 준비해 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잘 해결했다. 냉동실에서 꺼낸 생수 두통과 함께 보관한 도시락은 보관에 문제가 없었다. 점심 식사로 현지식을 먹는 것도 좋겠지만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것은 탈나지 않고 식사 장소를 찾아 헤매는 시간 낭비를 없애는 좋은 방법이었다.  

 

점심 식사 후에 화장실을 찾아보았지만, 공중 화장실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나중에 찾고 보니 입구 좌측에 유료 화장실이 있기는 했는데 화장실의 수준이 장난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바로 옆의 사원에 가는 사람들이라 대부분 맨발이었는데 화장실은 열악한 시멘트 바닥이었다. 이 정도 수준을 가지고 돈을 받다니......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옆지기가 급하니 이 정도도 감지덕지했다. 

 

11층으로 58미터가 넘는 고푸람(Gopuram)을 가진 에캄바레스와라르 사원은 인도에서 가장 높은 사원 중의 하나이다.

 

3~9세기 이곳을 지배한 팔라바 왕조와 이어서 13세기까지 촐라 왕조에 의해서 지어진 사원으로 파괴 및 창조의 신이라 불리는 시바(Shiva)를 기리는 사원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밤이 되면 사원의 불의 밝히기 위한 전선아 사원 담벼락을 타고 넘어가고 있고 가로등이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사원에는 4개의 고푸람이 있는데 정문 입구인 남쪽 고푸람이 가장 크고 웅장하다. 위의 사진은 다른 고푸람의 모습이다. 

 

이 사원 또한 신발을 한쪽에 벗어 두고 맨발로 들어 왔지만 앞서 방문했던 사원들과 달리 일부 공간은 대리석이 아닌 흙을 밟아야 했다. 정문을 지나 중앙에 있는 사원 방향으로 걷는데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원에 참배하러 온 현지인들과 나란히 건물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중심부에 이르니 줄이 길어지는 것이 아마도 힌두교 신자들이 나름의 의식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였다. 힌두교 신자도 아닌데 그들의 행동 모두를 따라 할 노릇은 아니었다. 줄을 빠져나오니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 공간이 1천 개의 기둥이 있는 복도였다. 15세기에 비자야나가르(Vijayanagar) 왕조가 건설했다고 한다. 인디아나존스나 미이라와 같은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하로 흐르는 거룩한 강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복도를 걷는 중에 만난 나가(Naga)상. 대지의 보물을 지키는 반신격의 뱀이라 한다. 아마도 축제 때 사용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복도를 따라 작은 사원들이 군데군데 배치되어 있다. 

 

이 사원의 명물중의 하나인 3,500년이나 되었다는 망고 나무. 에캄바레스와라르는 망고 나무의 신이란 의미라고 한다.

 

신성한 망고 나무 근처의 복도는 빛이 들어와서 음산함은 지나가고 웅장함이 남아 있다.

 

15세기에 건설된 것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 천장의 석조 조각들과 환기창이 이목을 끈다. 아무리 견고하고 아름답게 지은 석조 건물이라 하더라도 내부에서 불과 향을 피우니 그런 것에 대한 대비는 필요했을 것이다. 

 

인도에서도 유명한 대표적인 사원중에 하나인만큼 옷차림만 보더라도 이곳이 아닌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만큼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뭔가 흔적이 남는다. 기둥을 보면 사람 사람들이 얼마나 만졌는지 손이 닿는 위치는 반들반들한 것을 볼 수 있다.

 

사원 동쪽에 있는 캄파 연못.

 

삼지창을 들고 있는 시바신을 묘사한 조각. 그리스 신화에서는 포세이돈이 삼지창을 들고 있다.

 

사원 방문을 끝내고 나가면서 만난 특이한 모습. 나무에 붉은색 계통의 천을 걸어 놓은 것이 멀리서 보면 우리네 성황당 분위기였으나 그것은 아니고, 히말라야에서 만난 오방색기도 아니었다. 나뭇가지에 천을 묶거나 사각형 형태의 나무틀을 실로 매달아 놓았다.

 

사원을 나가면서 바라본 남쪽 고푸람의 모습. 고푸람을 지나면 사원으로 들어가는 문이 하나 더 있는 형태이다. 힌두 신화를 배제하고 인도를 이해할 수 없음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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