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4코스를 끝내고 이어서 걷는 5코스는 원문마을에서 시작하여 혈도 간척지를 감싸고 서남쪽으로 돌아 내려가는 길이다. 오르락내리락 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완만한 들길을 걷는다. 원문마을을 출발하면서 18번 국도 공룡대로를 가로질러 북서쪽으로 이동하며 송정마을회관과 원동리 마을길을 지나면 다시 18번 국도를 가로질러 남쪽으로 내려오고 장포마을을 지나 학동마을에 닿는다. 4코스를 끝낼 무렵 우리는 원문마을에 가면 식당이나 마트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비를 주적주적 맞으며 흐린 들길을 걸었으니 따뜻한 국물에 맛있는 점심을 기대하는 것은 인지 상정이었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이곳이 읍내일 것이라고 생각한 필자의 착각이 이런 허망한 기대에 보탬이 되었다. 우수영 쪽으로 가는 버스가 지나는 곳이니 식당이나 편..
춘정마을 앞을 지나면서 황산면 부곡리로 들어왔던 서해랑길은 옥동제 저수지를 지나면서 옥동리로 들어서고 국내 유일의 금광인 노루목산을 보면서 옥동리 들판을 걷는다. 들판을 가로지른 길은 작은 대산 아랫 자락을 돌아서 옥동마을과 삼호마을을 지나고 옥매광산이 있는 옥매산을 돌아서 원문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옥동제 저수지를 지난 길은 좌측으로 노루목산을 보면서 들판을 가로지른다. 보슬비가 내릴 때는 우산을 들고 비가 조금 그쳤다 싶으면 우산에 묻은 물기를 탈탈 털어서 배낭에 넣기를 반복한다. 그래도 끊임없이 장대비가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었다. 간척지 논을 가로지르는 농로에서는 좌측으로는 금광인 노루목산이 멀리 정면으로는 옥이 생산되는 옥매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 논에는 연을 심은 모양이다..
서해랑길 2코스 절반과 3코스를 걸어온 우리는 4코스 일부(4Km)를 더 걷기로 한다. 오가는 버스가 많은 황산면사무소 인근의 남리까지 이동하여 늦은 시간까지 운행하는 해남 읍내로 가는 버스도 타고, 내일 아침 일찍 다시 돌아오는 버스도 확보하기 위함이다. 우수영, 화원, 목포로 가는 버스들이 대부분 남리를 거쳐서 간다. 산소마을을 가로질러 시작하는 서해랑길 4코스는 대단위 태양광단지와 논 사이의 길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한자리를 떠나 호동리와 외입리를 차례로 지난다. 외입리 초월마을을 지나면 서해랑길 경로를 벗어나 국도를 가로질러 덕암삼거리에 있는 남리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해남 읍내로 들어가 하룻밤 휴식을 취하고 다음날 다시 남리로 돌아와 어제의 길을 이어 걷는다. 서해랑길 4코스는 산소마을을..
임도를 거쳐 화산면 가좌리로 들어온 길은 고천암 방조제를 횡단하여 고천암자연생태공원을 지난다. 방조제를 지나며 화산면을 지나 황산면 한자리로 들어간다. 한자리로 들어선 대규모의 태양광 단지를 지나서 산소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가좌리로 들어온 서해랑길 3코스는 조용한 마을을 가로질러 길을 이어간다. 그런데, 한 가정집을 지나는데 처마에 걸린 메주가 동글동글한 공 모양이다. 많은 경우 사각틀에 맞추어 만들거나 전통장을 연구하는 분들은 두꺼운 원판 형태로 만드는 것을 본 적이 있고, 필자의 경우에도 작은 냄비를 틀로 해서 원형으로 만들기는 하지만 동그란 공 모양으로 메주를 만드는 것은 처음 본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니 인근 황산면의 한안자 명인이 만들던 해남 동국장을 공모양의 메주로 만들었다. 인터뷰..
관동방조제에서 시작하는 서해랑길 3코스는 가좌리까지 가는 동안 관두산과 대월산 아랫자락의 임도를 걷는다. 위의 그림처럼 관두산 자락을 올라갔다가 내려와 잠시 명성리 들길을 걷지만 다시 대월산 자락의 임도를 거쳐야 한다. 두 개의 산을 지나는 과정에서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지만 모두 고도가 1백 미터 아래로 크게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 관동방조제를 지나면 좌회전하여 서해랑길 3코스를 시작한다. 영터정류장까지는 가지 않는다. 광동방조제가 생기기 전의 관두산 아래 바다는 관두량이라는 해협으로 고려시대에는 중국으로 가는 관문, 조선시대에는 제주로 가는 관문 역할을 했다고 한다. 관두산이라는 산 이름도 관두량에서 왔다고 한다. 관두산 위에는 진도의 여귀산과 영암의 마산과 이어지는 봉수대가 있었다고 한다. 바위..
파이썬언어의 매력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작업에 필요한 도구들을 찾아보면 웬만한 것이 이미 존재하고 해당 도구를 pip 도구를 통해서 쉽게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눅스 환경이라면 더 간단하겠지만 윈도우에서 해당 환경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다음의 포스팅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환경을 준비할 수 있다. 일단 윈도우에 파이썬이 정상적으로 설치되고 경로까지 잡아졌는지 "python3.exe -V"로 버전을 확인한다. 파이썬 버전을 확인했으면 curl 도구를 활용하여 get-pip.py를 다운로드한다. 명령은 "curl https://bootstrap.pypa.io/get-pip.py -o get-pip.py"를 사용하면 된다. 다운로드가 끝나면 위의 그림처럼 "python3.exe get-pip.py" 코드를 ..
백포만방조제를 통해서 송지천과 현산천을 차례로 건넌 서해랑길 2코스는 두모마을을 지나 백포 해안길을 걷는다. 현산면 백포리를 짧게 지나는 길이다. 백포 해안길을 지나면 화산면 안호리로 넘어가 중정마을을 거쳐 대지마을, 사포마을, 좌일마을을 거쳐서 관동방조제를 지나 여정을 마무리한다. 송암마을에서 다시 시작하는 서해랑길 2코스는 송지천 하구의 수문을 지나 백포만방조제로 들어선다. 백포만방조제는 일제강점기에 축조된 방조제이다. 서해랑길은 방조제 아래 농로를 통해서 이어간다. 지금이야 넓은 평야를 별생각 없이 걷지만 방조제를 만들 당시 맨손으로 방조제를 축조했을 선조들의 피땀을 생각하면 그 노고가 상상이 가질 않는다. 가을색이 완연한 들판 길을 걷다가 방조제 끝자락에서 방조제 위로 올라선다. 아침 바다는 밀물..
서해랑길 1코스를 끝내면 2코스의 절반 정도(8Km)를 더 걷는다. 읍내를 빠져나가 미학리를 지나 산정천을 건너 천변 둑방길을 따라 해변으로 나갔다가 우근리와 학가리의 들판을 북쪽으로 가로질러 송암마을에 이른다. 완만한 평야지대가 이어진다. 송지면사무소 옆길을 통해 읍내를 빠져나간다. 면사무소가 있는 이곳은 송지면 산정리로 이미 18세기부터 산정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고 한다. 해남에서 송지면 읍내로 오려면 산정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는 산정리 골목길을 빠져나가 미학 2교 다리를 통해서 산정천을 건넌다. 달마산 자락에서 내려오는 물이다. 멀리 다리너머 예전에는 섬이었던 미학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정천을 건너면 굴다리를 통해 77번 국도 땅끝해안로를 가로질러 미학마을로 들어..
송지저수지 옆길을 통해 고개를 넘으면 송지면 송호리에서 마봉리로 들어간다. 마봉리를 지나 다시 소죽리의 작은 언덕을 넘으면 송지면사무소가 있는 읍내에서 서해랑길 1코스를 마무리하게 된다. 길을 걸으며 달마산의 풍광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송호리에서 마봉리로 넘어가면서 그리고 소죽리를 지나면서 두 개의 고개를 넘지만 1백여 미터의 높지 않은 고개이다. 송지저수지 상류 끝자락의 조릿대 숲을 지나면 수많은 나무 말뚝이 쌓여있는 작업 현장을 만나게 되는데 "잇까리"라는 생소한 단어를 만나지만 아래가 뾰족하게 깎인 나무는 남파랑길에서도 서해안 해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던 나무 모양이다. 이까리라고도 하고, 말대, 말목이라고도 부르는데 바다에 박기 쉽도록 아래를 뾰족하게 깎은 것이 특징이다. ..
송호리 해수욕장에 도착한 서해랑길 1코스는 해수욕장을 벗어나면 해안 숲길을 거쳐 땅끝황토나라테마촌을 지난다. 땅끝해안로를 오가며 송종마을을 거쳐 송지저수지를 향하여 완만한 오르막 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고정식 파라솔을 보니 뜨거운 여름 태양 아래의 송호리 해수욕장이 상상된다. 동해안 어떤 해변의 파라솔은 지붕조차도 플라스틱이었는데, 이곳의 파라솔은 자연에서 온 것을 정성스레 얹어 놓았다. 뒤쪽의 솔숲도 좋지만 여름에 저 파라솔 아래서 태양을 피하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다. 나들이 나오신 분들은 각종 포토존 앞에서 인증숏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으시다. 깨끗한 공중화장실과 여러 식당도 있고 편의점과 카페도 있어서 송호리 해수욕장은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었다. 우리는 편의점에서 따뜻한 ..
땅끝마을에서 땅끝탑으로 이동하여 삼천리를 훌쩍 넘기는 기나긴 서행랑길을 시작한다. 시작점으로 이동도, 땅끝탑에서 송호리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도 갈두산 아랫자락으로 조성된 깔끔한 산책로를 걷는다. 이른 새벽 광주 유스퀘어 터미널에서 해남으로 가는 6시 20분 고속버스를 타니 땅끝마을을 들러 사구미로 가는 08:00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교통카드는 탈 때만 찍으면 된다. 고속버스에서 내려 농어촌 버스를 탈 때까지 화장실도 다녀오고 점심용 김밥도 구입할 정도로 시간 여유가 있었다. 버스는 한 시간 정도를 달려 땅끝마을에 우리를 내려다 주었다. 남파랑길을 끝내면서 만났던 땅끝마을과 땅끝 전망대 풍경이 따스한 아침 햇살과 함께 우리를 반겨준다. 땅끝마을 정류장에 내려 해변으로 이동하면서 잠시 공중 화장실에 들렀..
CDROM과 DVD가 세상에서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집집마다 CD나 DVD를 구워서 영화를 보관하던 시절이 그리 멀지 않은데 이제는 노트북도 PC도 CDROM 또는 DVD 드라이버는 아예 장착하지 않는다. 새것이든 자료가 있는 CD든 이제는 새 쫓는 장식으로 사용할 뿐 골동품이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필자의 오래된 컴퓨터에는 드라이버가 장착되어 있어서 오래간만에 드라이버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용도는 다락에 처박혀 있는 CD의 영화를 핸드폰에 넣기 위한 작업이다. 바이오스가 정상적으로 드라이브를 인식했다면 위의 그림처럼 /dev 폴더를 검색하면 cdrom과 cdrw 장치가 sr0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CD 미디어를 드라이브에 삽입한다. sudo mkdir /mnt/cdrom ..
해파랑길을 걸을 때만 해도 남파랑길과 서해랑길을 걸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남파랑길도 그렇고 서해랑길도 걸을까 말까 망설인 결과는 "그냥 걷자"이다. 이번에는 옆지기의 적극적인 제안이 한몫했다. 해남군 땅끝마을에서 강화도 평화전망대까지 103코스(부속 코스를 포함하면 109개) 1,800Km의 거리이다. 한반도를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하는데 삼천리가 약 1,200Km 정도이니 남파랑길도 서해랑길도 삼천리를 훌쩍 뛰어넘는다. 서해안을 많이 다녀 보았다고 하지만 걸어서 구석구석 다니는 맛은 새로움을 선사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번 여행은 4일 일정으로 7개의 코스를 걷는 조금은 힘든 여정이 될 것 같다. 광주를 중간 기착지로 하여 이동한다. 광주 터미널에서 땅끝마을로 바로 가는 버..
사바주립박물관 관람을 끝내면 페르다나 공원을 거쳐 탄중 아루 해변으로 간다. 필립 공 공원에서 일몰을 감상하면서 코타키나발루의 모든 여정을 마무리한다. 1인당 15 링깃 하는 입장권을 구입하여 사바주의 문화 속으로 들어간다. 내국인은 2링깃이니 7배가 넘는 금액이다. 이런 것을 보면 내국인이나 외국인이나 차이가 없는 우리나라가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까지는 10링깃이었다는데 그새 올랐다. 돈에 대한 가치 판단은 뒤로하고 일단 이들의 문화 속으로 들어간다. 이마고 쇼핑몰의 전통 공연에서 만났던 보낭(Bonang), 공(Gong)을 비롯한 다양한 악기들. 세계 어디를 가나 인류와 음악은 뗄 수 없는 관계인 모양이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만든 다양한 모자들. 베트남 모자 농처럼 생긴 것도 있고 약간..
코타키나발루 마지막날 걷기 여행은 도시 남부를 걷는 여행이다. 숙소에서 이마고 쇼핑몰로 걸어서 이동하여 이른 점심을 챙겨 먹고 쇼핑몰에서 두 시간에 한 번씩 개최하는 전통 공연도 감상한다. 사바 미술관(Sabah Art Gallery)과 우자나 공원을 (Taman Ujana Rimba Tropika)을 거쳐 사바 주립박물관(Muzium Sabah)에 이르는 여정이다. 그랩 택시 기사와 우리 모두 사바 미술관을 찾지 못하고 엉뚱한 곳을 다녀온 것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괜찮은 여정이었다. 1번 국도 해안도로(Jalan Coastal)를 따라서 남쪽으로 이동한다. 고가도로가 있는 교차로를 횡단보도를 통해 가로질러 걷는다. 어제 오후만 해도 비가 쏟아졌는데,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 쾌청한 하늘이다. 도로 옆에 조..
툰 무스타파 타워에서 시작하여 해안 산책로를 따라 내려온 길은 플로팅모스크와 국제 컨벤션 센터를 지나 제셀톤 선착장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코타키나발루 시티 이슬람사원(Masjid Bandaraya Kota Kinabalu) 측면으로 오니 석호 호수 위에 뜬 형태의 모스크 전경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담장에 붙여놓은 빨간 경고판 문구인데, "모스크 담장 위로 오르지 마라"하는 반말의 한국어 경고문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정중한 언어는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인데, 누가 번역했는지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곳 사람들, 특히 이슬람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 사람들이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블루 모스크 뒤로 구름이 가득 ..
코타키나발루 걷기 여행 둘째 날 여정은 코타키나발루 북부의 툰 무스타파 타워에서 시작하여 해변을 따라 제셀톤 선착장까지 걷는 여정으로 깔끔한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걷는 걷기 좋은 경로이다. 어제 오후에는 구름이 가득이었는데 오늘 아침은 쾌청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코타키나발루 날씨는 일기 예보로는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늘 국지성 호우의 예보가 있으니 외출 시 우산은 늘 챙겨 나가는 것이 지혜이다. 육교를 통해서 도심을 가르는 1번 해안도로를 건너 이른 점심을 먹으러 간다. 오늘 점심은 센트럴 포인트 쇼핑몰 옆에 있는 싱가포르 치킨라이스라는 식당에서 모래집과 내장 모둠, 그리고 치킨라이스를 먹었는데 고객들의 리뷰만큼이나 먹을만했다. 닭 모래집을 주문할 때 점원이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다른 내장을 ..
수리아 사바를 지난 이후에는 해변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며 해변산책로, 중앙시장, 수산시장을 지나 워터프런트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수리아 사바를 빠져나오면 건물을 돌아서 해변으로 나간다. 하늘에는 코타키나발루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착륙을 준비하며 고도를 낮추고 있다. 드디어 남중국해 태평양 바다를 만났다. 코타키나발루 여행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투어를 하는 가야섬, 마무틱섬, 마누칸섬이 시야에 들어온다. 무엇이 잡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도 해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분들이 있었다. 그냥 낚싯대를 드리우고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시간일 것이다. 이곳에서 한 달 살기 한다면 해변에서 하는 낚시도 좋을 것 같다. 약간은 더운 듯 하지만 벤치에 앉아서 쉬는 분들도 있는 깔끔한 해안 산책로를 걸어 내려..
아주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했던 가야 거리의 일요 시장을 뒤로하고 시그널 언덕 전망대를 다녀오고 사바 관광청 앞의 코타키나발루 0 Km 표식을 지나 수리아 사바 대형 쇼핑몰로 향한다. 가야 거리(Gaya Street)를 벗어나면 코타키나발루 우회 도로를 가로질러 좌회전하여 산 아랫자락을 따라 도로변을 걷는다. 코타키나발루 도심 곳곳에는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고 화살표 아래 버튼을 누르면 얼마 되지 않아 보행자를 위한 신호로 바뀌니 현지인들이 그냥 막 건너다고 따라 건너지 않아도 된다. 버튼을 통한 신호 변경은 곳곳에서 잘 동작했다. 가야 거리 뒤편의 아파트 모습을 보면 나름 깔끔한 것 같기도 하고 층별로 설치된 철제 계단을 보면 슬럼 같기도 하고 하루 이틀 지나는 나그네로서는 이들의 삶을 알 수가 없다. 산..
인천 공항에서 쿠알라룸푸르를 거쳐서 코타키나발루에 도착한 우리는 하룻밤 휴식 후 코타키나발루 도심 걷기에 나선다. 도심에 위치한 숙소 덕분에 모두 여정이 걸어서 소화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시작은 코타키나발루 도시공원(Kota Kinabalu City Park)과 가야 일요시장(Tamu Gaya Street)이다. 이곳 사람들의 삶을 아주 밀착해서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사실 인천공항에서 코타키나발루까지는 저가 항공사를 이용해서 직항으로 갈 수 있다. 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을 이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코로나가 터질 때 항공편 취소로 쌓여있던 여행 바우처를 사용하려니 에어아시아를 이용해서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해서 코타키나발루로 들어간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떠나는 여행, ..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주변 농가들은 막바지 콩 탈곡을 하며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게으른 텃밭 농부가 얼마 전 찍어 놓은 사진을 올리는 이유는 이제 텃밭에도 기후 변화의 영향이 미치는 것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참깨와 고추 사이에 심었던 고구마가 어느덧 밭을 가득 채웠는데 어느 날 고구마 잎들 사이에서 그 귀하다는 고구마 꽃을 만났다. 누군가는 일백 년에 한 번 피는 꽃이라며, 일평생에 한번 볼까 말까 하는 행운의 꽃이라고 하지만 중남미가 원산지인 고구마는 아열대 기후만 맞으며 언제든지 꽃을 피운다. 나팔꽃처럼 생겼는데,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꽃을 피우니 당연히 씨앗도 맺고 씨앗으로도 번식할 수 있다고 한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이후 유럽을 거쳐 필리핀, 중국으로 전파된 고구..
마지막 해외 걷기 여행은 코로나가 막 창궐하기 시작한 2020년 봄, 인도 첸나이 여행이었다. 당시에 한국으로 돌아오기 하루 전에 에어아시아 항공편이 취소되는 황당한 일이 있었는데 에어아시아는 항공사 자체가 파산하고 기업회생 절차를 거치면서 취소한 항공편의 현금 환불은 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항공권 금액만큼 포인트로 적립해서 추후 항공편 이용 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지금은 여행 바우처라는 이름으로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사용에 제한이 있다는 것인데 모든 항공편에 사용할 수는 없고 인천과 쿠알라룸푸르를 오가는 D7으로 시작하는 항공편에만 사용할 수 있다. 에어아시아의 바우처를 활용해야겠는데, 어디를 다녀올까 고민하다가 선택한 것이 코타키나발루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보르..
2022년 가을 1,470Km의 남파랑길 걷기를 할까 말까 망설인 이유 중의 하나는 트레킹 경로의 성숙도와 안전성이었지만, 돌아보면 나름 잘 정비된 경로를 가지고 있었다. 남해와 서해를 나누는 기준점까지 걸어보니 이제는 해파랑길, 남파랑길 보다도 훨씬 긴 서해랑길을 걸을까, 말까 망설이게 된다. 의외로 다닌 곳이 많아 친숙한 지역이기도 한 까닭일 것이다. 여행은 마음을 아주 흥분시키는 것이 없어도 여행 자체로 좋다. 게다가 걷는 여행은 그것만의 매력이 있다. 다음 여행을 기대하며 남파랑길을 걸으며 적었던 글들을 하나로 정리해 본다. 글 제목만 보아도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 완도, 해남 후행 구간 남파랑길 90코스 - 송호리 임도에서 땅끝탑 남파랑길 90코스 - 마봉리 임도에서 송호리 임도 남파랑..
송호리 임도를 지난 길은 개재봉 작은 산을 넘고 땅끝해안로 도로 위를 건너는 구름다리를 지나서 땅끝전망대에 도착하고 전망대 아래 해안으로 내려가 땅끝탑에서 남파랑길의 모든 여정을 마무리한다. 송호리 임도에서 바로 앞으로 보이는 77번 국도 땅끝해안로 방면으로 내려가 땅끝마을로 가고 싶지만 남파랑길의 남은 여정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 땅끝마을을 품고 있는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산야는 조림이 한창이다. 임도를 벗어난 길도 조림지로 보이는 작은 산을 오른다. 이 지역은 후박나무와 같은 활엽수를 심은 모양이다. 아담한 돌계단이 이곳이 산행길임을 알려주는 유일한 표식이다. 멀리 달마산을 뒤로하고 땅끝 전망대를 향해서 길을 이어간다. 길은 중간에 갈산입구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
마봉리 임도를 가로지른 길은 이제 작은 산들의 능선을 걸어 남서쪽으로 이동한다. 작은 봉우리를 지나 송호지 인근의 임도를 가로지른다. 마봉리 임도 인근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다시 도솔봉 자락의 숲길을 걸어 몰골이재로 향한다. 청년기의 활력이 넘치는 편백숲을 지난다. 침엽수 조림지만 보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활엽수 조림지를 통과한다. 목백합나무라고도 불리는 튤립나무이다. 계절이 더 깊어지면 노란 단풍이 지고 낙엽을 떨구겠지만 초여름에 피는 튤립을 닮은 꽃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삼나무, 편백나무, 튤립나무에 소나무숲까지 달마고도 숲길은 생물 다양성도 가진 훌륭한 숲길이다. 달마고도와 이별해야 하는 몰골이재에 도착했다. 달마산을 한 바퀴 도는 달마고도는 이곳에서 동쪽으로 돌아 북쪽으로 올라가는 경..
달마산 아랫자락의 미황사에서 출발하는 남파랑길 마지막 90코스는 귀래봉, 떡봉, 도솔봉 아래의 중턱으로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 마봉리에서 올라오는 임도를 가로지른다. 미황사의 천왕문 앞에서 남파랑길 89코스를 끝낸 우리는 화장실도 다녀오고 야외 테이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평일임에도 혼자 또는 둘이서 걷는 분들을 여러 명 만났다. 그들이 남파랑길을 걷는지, 달마고도를 걷는지, 아니면 달마산 산행을 하거나 미황사 주변 만을 걷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 모두에게 좋은 길을 걷고 있다는 여유와 기분 좋음이 느껴진다.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훌륭한 산책로 맞다. 드디어 미황사 앞을 지나 90코스를 시작한다. 1,470Km에 이르는 남파랑길 대장정의 마지막 여정이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불교의 108 번..
달마산 임도에 들어선 길은 산 중턱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걷다가 미황사 인근에서 숲 속 산책길을 걸어 미황사에 이른다. 미황사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산 중턱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어렵지 않게 걷는다. 1백 미터마다 길 옆에 박아 놓은 길 표식은 길을 지루하지 않게 돕는다. 길 표식을 보면 또 일백 미터를 걸었구나 하며...... 콘크리트 임도가 아닌 흙길 임도도 괜찮다. 다만, 이른 아침에 출발한 까닭에 풀잎에 맺힌 이슬들이 아직 마르지 않아 신발 앞부터 천천히 젖고 있다. 게다가 예보에 없던 비까지 토닥토닥 내리기 시작한다.ㅠㅠ 일기 예보만 믿고 우비도 우산도 챙기지 않았는데, 갑자기 내리는 비가 당황스럽다. 후드득 떨어지는 비를 피해서 나무 아래에서 잠시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린다. ..
완도를 지나온 남파랑길은 해남군 남창에서 길을 이어간다. 남창시장과 남창 교차로를 거쳐 남창을 빠져나오면 잠시 도로를 걷다가 남창리 농로를 걸어서 이진리로 넘어가 달마산 임도로 진입한다. 어제 88코스를 끝낸 우리는 원동에서 쉬어 갈지를 고민했었다. 86코스를 걸으면서 원동에서 하룻밤 쉬어 갔던 경험이 있었고, 남창부터 원동까지 86코스와 89코스가 겹치는 것을 두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한 끝에 원동에서 해남까지는 직행버스를 이용하고 해남에서 남창까지는 군내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해남 읍내에 좋은 숙소 후보도 많고 식당도 많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해남 군내버스로 남창까지 이동한 우리는 달도를 넘어온 남창교 앞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밀물 때인지 물살이 세차다. 북평면사무소 입구 교차로에서 남창 시장 방면으..
완도 수목원을 빠져나온 길은 초평리와 망축리를 지나 해변으로 나오고 원동리의 정해진 서로 도로를 따라 걸어서 원동 버스 터미널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오봉산 상왕봉을 넘어 완도수목원으로 내려온 길은 왜성침엽수원, 진달래과원, 아열대온실, 북카페와 방문자센터를 차례로 지난다. 왜성 침엽수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는 일본이 원산지인 침엽수들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안내문을 읽어 보니 왜성은 왜소하다는 의미로 왜성침엽수원은 같은 종의 표준 크기에 비해서 키가 작게 자라는 나무 50여 종을 모아 놓은 곳이라고 한다. 신학저수지로 흐르는 개울을 건너 길을 이어간다. 이 개울은 삼장골에서 내려오는 개울과 합류하여 신학저수지로 내려가며 완도수목원을 남북으로 가르는데 남파랑길은 개울과 저수지 북쪽 길로 내..
상왕봉을 넘은 길은 등산로를 통해 하산길에 나선다. 등산로를 벗어나 임도에 들어서면서 완도 수목원 영내로 진입한다. 상왕봉에서의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하며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진 우리는 이제 하산길에 접어든다. 거칠어도, 경사가 급해도 에너지가 덜 필요한 하신길이다. 물론 이제는 무릎과 관절이 잘 버텨 주기를 바라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이 좋다. 그런데, 이러한 마음은 필자뿐만이 아니라 그런지 산을 오를 때 보다 내려갈 때 사고 비율이 훨씬 높다. 실족과 추락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조심해야 한다. 백운봉 방향의 숲길로 이동한다. 백운봉, 업진봉, 숙승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가지만 남파랑길은 임도가 지나는 하느재 고개에서 등산로를 벗어나 임도를 따라 완도 수목원으로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