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복통과 설사로 몸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지만 MBC(Machhapuchhre Base Camp, 3,700m)와 ABC(Annapurna Base Camp, 4,130m)를 앞두고 일정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행히 무거운 배낭을 내려두고 물과 초코바만 들고 가볍게 걸을 예정이기 때문에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MBC를 거쳐 ABC까지 갔다가 다시 데우랄리로 돌아오는 13Km에 이르는 여정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여정입니다. 가파르지는 않지만 MBC까지는 3.63Km의 거리로 오르막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고도를 5백 미터 가량 올리는 코스이므로 천천히 걸어야 합니다. 오전 7시를 바라보는 시각, 산장 주변으로는 여명이 천천히 밝아 오고 있습니다. 저 멀리 산 아래로..
ABC 트레킹을 계획하면서 뱀부에서도 데우랄리에서도 숙소를 잡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두 군데 모두 하루에 걷는 거리를 길지 않게 조절하고 아침 일찍 출발하는 방법으로 오후 2시 이전에 산장에 도착하다 보니 무리 없이 숙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묵은 숙소는 샹그릴라 게스트 하우스(Shangrila Guest House)로 미국의 흑인 배우를 닮은 인상 좋은 아저씨가 주인장이었습니다. 이틀 밤을 묵어도 되냐고 했더니 문제없다고 하셨습니다. 저희는 내일 산장에 배낭을 놓고 빈 몸으로 ABC까지 다녀올 계획이었기 때문입니다. 미리 이틀 밤을 묵겠다고 말씀드려서 다행이었지만 다음날 아침에 아저씨에게 가니 단체 손님 때문에 방을 옮겨야 한다고 하더군요. 부랴 부랴 짐을 싸서..
뱀부(Bamboo, 2,310m)의 트레킹 게스트 하우스 산장을 오전 7시경에 떠나 히말라야(Himalaya, 2,920m)에 도착한 시간이 10시경이니 3시간가량이 소요되었습니다. 저희의 거북이걸음 치고는 잘 걸었던 여정입니다. 오늘의 목적지인 데우랄리까지는 1.95Km 정도 남았고 해발 고도 3천 미터를 넘어서게 됩니다. 등짝으로 진하게 배인 땀 때문에 서늘하기는 하지만 히말라야 산장에서 간식을 먹으며 넉넉하게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히말라야는 산맥의 이름이지만 이곳은 두어 개의 산장이 자리하고 있는 히말라야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입니다. 히말라야 산장들의 전경입니다. 해를 가린 산 그림자가 이제 산 중턱을 넘어서 산장 근처까지 내려왔습니다. 며칠 걸어보니 오전 9시에서 12시 사이가 해를 받으며 맑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