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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은 해가 뜬것을 확인하고 터미널에서 나오는 것이었는데, 싸온 김밥으로 이른 아침을 해결하고 무료 와이파이로 이것 저것 검색하며 앉아 있자니 점점 더 피곤해지고 졸려서 조금 일찍 걷기를 시작하고 걸으면서 일출을 맞이하기로 했습니다.

 

 

 

한시간여의 조용하고 쾌적한 휴식 시간을 제공해 주었던 구례 공영 버스 터미널의 모습입니다. 화장실도 깨끗하고 무료 인터넷도 있고 깔끔한 공간이 참 좋았습니다.

 

 

터미널에서 나오면 조금전에 왔던 구례구역의 반대 방향인 서시천 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서시천 방향의 큰길을 따라 둘레길 걷기를 시작합니다. 아직 5시가 되지 않아 어둠이 남아 있고 가로등이 길을 안내하고 있지만 해가 뜨는 것과 가로등이 꺼지는 것은 순간이더군요. 해뜨기 전에 둘레길 걷기를 시작하는 것은 처음이네요. 일찍 걷기를 시작한 만큼 여정을 일찍 끝내고 이른 기차로 올라갈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주말의 오후 시간대 기차들은 표가 일찍 매진되기 때문입니다. 밤기차를 타고 내려와서 둘레길을 걸으면 매진된 기차를 피해서 상경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서울에 한강이 있다면 구례에는 서시천이 있죠. 서시천을 건너는 서시교 앞의 모습입니다. 유명 사찰이 많은 고장인 만큼 벌써부터 부처님오신날 준비를 하는 모양입니다. 난동-오미 구간인 둘레길 18코스도 이 다리를 건넙니다.

 

 

 

 

서시교 앞에 있는 둘레길 표지와 백의종군로 표지인데 이 표지들 때문에 헷갈려서 서시교를 건너지 않은 위치에서 우회전을 하고 말았습니다. 서시교를 건너서 우회전 해야 합니다.

 

 

 

 

서시교를 건너지 않고 우회전한 길의 모습입니다. 잔잔한 여명이 밀려오는 가운데 길도 포장되어 있고 해서 길이 맞다 싶었는데 앞에 있는 다리 근처에 가니 이길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더구요. 다리 아래를 지나서 쭉 가다가 나중에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오미까지 둘레길을 안전하게 가는 방법은 서시교를 지나서 우회전하는 것이므로 다시 서시교로 유턴해서 서시교를 건너기로 했습니다.

 

 

 

 

가던 길을 유턴해서 서시교를 건너면서 바라본 서시천의 모습입니다. 5시 20분경으로 주위는 이미 여명으로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서시교에서 터미널쪽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여명으로 주위가 밝아지자 가로등도 바로 꺼지더군요. 일출은 "순간"이었지만 그 순간을 걸으면서 온전히 맞이 했다는 가슴 벅참이 있었습니다.

 

 

 

 

서시교를 지나서 우회전하면 깔끔하게 정비된 둑방길을 따라 둘레길 18코스가 이어집니다.

 

 

 

 

조금 걷다보면 17번 국도와 19번 국도를 잇는 서시1교라는 다리 아래로 둘레길 18코스는 계속됩니다.

 

 

 

다리를 지나서 조금만 더 가면 서시천은 섬진강과 합류하게 됩니다. 전북 임실, 순창, 남원, 곡성을 거쳐 구례, 광양, 하동을 지나 바다로 흘러드는 섬진강을 따라서 108.5킬로미터의 "섬진강길"이 만들어졌는데 임실에서 시작한 섬진강길의 종점이 바로 구례군 토지면입니다. 오늘 걸을 둘레길 18코스와  섬진강길 끝부분이 일부분 겹치는 것입니다. 여명으로 어둠을 벗은 둘레길의 모습이 경건하기까지 합니다.

 

 

 

둑방을 따라 길을 걷는데, 코끝으로 스며드는 향기로운 냄새가 새벽길을 걷는 걷기족의 피곤을 잊게 합니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향기를 생각하면 얼굴에 미소가 자연스럽게 번집니다. 향기의 원천이 무엇인가 주위를 둘러 보았는데 주위에 키큰 나무들은 없었습니다. 벚꽃이 진 이 시기라면 아카시 나무나 이팝나무의 향기가 있을 법 하기는 한데 그런 나무는 없었습니다. 향기의 원천은 강 둔치 곳곳에 햐얀 꽃을 흐드러지게 피운 관목이었습니다. 들장미(Wild rose)라고도 하는 찔레꽃이 향기의 주인이었던 것입니다.

 

 

 

장미보다 잎의 크기가 작지만 잎 모양은 장미를 닮았습니다. 장미과의 관목인 찔레 나무는 가시가 많아서 생울타리나 경계목으로 심기도 하는데 가시가 자꾸 찔러서 이름이 찔레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찔레 열매는 영실(營實)이라는 이름으로 약재로 쓰이고, 뿌리도 약으로 사용되지만 하얀 꽃을 따먹는 모습이 등장하는 노래도 있습니다. 아주 슬픈 노래로 이연실 님이 부른 "찔레꽃"이란 아래와 같은 가사를 가진 노래 입니다.

 

엄마 일 가는길엔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 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가수의 애절한 목소리와 슬픈 가사가 겹쳐서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내곁에 계시지 않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을 짓게하는 노래입니다. 어머니의 치마폭이나 저고리 같은 하얀꽃입니다. 엄마 엄마 부르며 배가 차지도 않는 꽃잎을 따먹는 아이를 생각하면 찔레 가시가 찌르듯 가슴이 아파옵니다. 찔레를 먹는다면 여린 순을 먹거나 연한 줄기를 꺾어 껍질을 벗겨 먹는다고는 합니다.

 

 

 

찔레꽃이 활짝 피면 하얀색이지만 꽃봉우리는 아름다운 분홍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노래를 만들었는지 아니면 아예 붉은 꽃을 피우는 찔레가 있었는지 아니면 해당화를 찔레로 오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주가 고향인 백난아 님의 "찔레꽃"이란 노래를 흥얼 거리며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위에 초가 삼간 그립습니다.

자주 고름 입에 물고 눈물 젖어

이별가를 불러주던 못 잊을 동무야.

 

달 뜨는 저녁이면 노래하던 세 동무

천리객창 북두성이 서럽습니다

삼년 전에 모여앉아 백인 사진

하염없이 바라보니 즐거운 시절아.

 

연분홍 봄바람이 돌아드는 북간도

아름다운 찔레꽃이 피었습니다.

꾀꼬리는 중천에 떠 슬피 울고

호랑나비 춤을 춘다 그리운 고향아.

발매 당시 원래 가사에도 등장하지만 이 노래는 만주 공연을 갔다가 독립군을 비밀리에 만난 것을 계기로 그들의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달래주고자 만들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두 찔레꽃 노래 모두 슬프지만 우리네 삶을 촉촉하게 만져주고 적셔주는 그러한 노래입니다.

 

 

 

둘레길 18코스 끝자락과 17코스를 합쳐서 17키로미터 내외를 걷는 만만치 않은 일정이지만 "꽃냄새를 맡으면 힘이 솓는 꼬마 자동차 붕붕!"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찔레꽃 향기의 환영 속에 힘을 내서 본격적으로 둘레길 걷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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