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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을 동반했던 비는 어느새 잦아 들었지만 여전히 보슬비가 내리고 있어서 저희 일행은 배낭 여행객의 성지라 불리는 카오산 로드에서 카페를 찾아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카오산 로드는 저희가 차를 주차한 왓 차나쏭크람 사원 근처에서 4백여미터에 이르는 거리로 워낙 유명세를 타다보니 카오산 로드의 영향권이 주변으로 점점더 넓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저희가 방문했을 때도 거리 곳곳에서 배낭을 메고 슬리퍼를 신고 허름한 옷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배낭 여행객의 성지, 베이스캠프, 천국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거리였습니다. 곳곳에 펍과 술집들이 있었지만 파타야 워킹 스트리트에서 만난 성인 문화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카오산 로드가 훨씬 건전해 보였습니다. 골목 골목에는 다양한 여행사들과 크고 작은 다양한 수준의 수백개의 숙소들 저렴한 가격의 음식점, 곳곳에 값싼 물품을 판매하는 시장까지 배낭 여행객에게 필요한 모든것이 구비되어 있는 장소 였습니다.  



카페를 찾다가 전문 카페는 찾기가 어려웠고 카오산 로드에서는 흔하디 흔한 펍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녁이면 이곳에 와서 맥주 하나 시켜 놓고 멍 때리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카오산 로드하면 이런 펍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망고 주스 한잔 마시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20여분이 지나지 않아 하늘이 맑게 개이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천둥이 쳤으며, 언제 장대비가 내렸냐는듯 어느새 카오산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 차기 시작 했습니다. 카오산 거리는 유명세 만큼이나 여행자를 설레이게 하는 좋은 면도 있지만 드문 드문 만나는 호객꾼과 여행자를 노리는 사람들, 불법 체류자등 조심해야 되는 요소들도 엄연히 존재합니다.



방콕을 중심으로 주변 여행지로 움직일 계획을 잡고 있는 배낭 여행자라면 이곳은 필요를 채우고 친구도 사귀고 쉼을 얻을 수 있는 장소겠지만 관광차 들르는 사람이라면 그냥 일반 시장의 하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참 여행은 두발로 걷는 배낭 여행이 제 맛이다 라는 생각이 더욱 깊어 집니다.



비도 그치고 하늘도 금새 맑아져서 이왕 방콕에 와서 계획했던 왕국이나 유명 사원도 보지 못했으니 차를 주차했던 곳 근처의 왓 차나쏭크람(Wat Cha na Songkhram) 사원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이곳은 입장료도 없었습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무료로 방문할 수 있습니다.





왓 차나쏭크람 사원은 태국 전통 양식으로 지어진 사원으로 비가 온후 맑게 갠 하늘을 배경으로 모서리 끝에 아담하게 달린 풍경이며 금색으로 장식한 지붕이 나름의 멋을 뽐냅니다.



같은 불교 배경임에도 우리나라와 태국의 탑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탑들에서 보이는 조형미가 더 좋아 보이는 것은 민족성 태문이겠지요? 



금색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창문의 모습입니다. 외부는 전통 문양과 장식이지만 창문과 내부는 현대식이었습니다.



불상이 모셔져 있는 사원 내부의 모습입니다. 한옥으로 지어진 우리네 사찰과는 분위기 너무 다릅니다.



한두시간전 천둥과 장대비를 쏟아 부은 하늘은 파란 하늘과 흰구름을 펼치며 태국 전통 사찰의 뾰족한 첨탑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줍니다.



지붕 전체를 감싸고 있는 금색의 기운에서 이곳 사람들은 복을 빌거나 소원을 기대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모양인데 전혀 다른 문화권의 사람이라서 그런지 그렇게 마음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저녁 석양이 조금씩 다가오면서 아름다운 하늘을 배경으로 하니 옛것이든 요즘에 만든것이든 관계없이 아름답다하는 경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우리나라의 불교가 대승 불교라면 태국은 개인의 깨달음과 해탈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소승불교입니다. 대승불교가 개인의 깨달음을 넘어서서 중생과 함께하려는 목표가 있음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복잡한 부분은 잘 모르겠고 95%에 이르는 국민들이 불교신자라는 태국에서는 불교 신자인 남성은 왕족을 포함해서 일생중 3개월 정도를 삭발하고 사원에서 삶을 보낸다고 합니다. 물론 종교의 자유가 명문화된 나라이기는 합니다.



사찰 내부는 황금색으로 장식한 다양한 건물이 있는 반면 사찰 주변은 사찰의 역사 만큼이나 울창한 나무들이 시원한 나무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왓 차나쏭크람 사원을 본 다음에는 메남(Menam, Mae Nam, แม่น้ำ)이라고도 불리는 짜오프라야강(Chao Phraya, แม่น้ำเจ้าพระยา) 쪽으로 이동하여 유명세 만큼이나 주변 지역으로 넓게 영향력이 확대된 카오산 로드의 주변 곳곳을 다녀보기로 했습니다. 짜오프라야강은 태국 북부 산지에서 발원하여 방콕을 가로질러 1,200킬로미터를 흐르는 태국에서 가장 큰 강입니다. 태국의 곡창지대를 거치는 만큼 강을 통한 운송도 발달했다고 합니다. 다음에 태국에 오면 짜오프라야강을 다니는 페리를 타고 왓 아룬 이동하거나 디너 크루즈를 타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습니다.



카오산 로드 주변의 골목 골목을 다니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다녀 보면 정말 배낭 여행객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있는 장소라는데 동의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지 음식점이라고 들르긴 했는데 한글로 "나이쏘이"라고 음식점 이름을 써 놓을 정도로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군요. 나이 쏘이 소고기 국수(Nai Soie Beef Noodle)집의 국물 맛이 한국인 입맛에 맞는 모양입니다. 왠만하면 큰걸로 시키라는 점원의 요구가 저희에게도 있었는데 그런 피드백이 꾸준히 있는것을 보면 한국인이 많이 다녀 가는 곳은 분위기를 바꾸는 마법 같은 뭔가가 있는 모양입니다. 



음료나 물은 당연히 별도로 시켜야 하는데 빨대를 전해준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캔 뚜껑이나 생수 라벨에 빨대를 꽂아 주더군요. 



줄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치즈 로티. 구글 지도에 "결벽증아저씨 로티"라고 한국 사람들이 표시해 놓았는데 음식을 만드는 아저씨가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손을 자주 씻기 때문이랍니다. 다양한 볼거리와 살거리와 함께 길거리 음식을 가벼운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것 또한 카오산 로드의 매력이죠.



카오산 로드 골목을 걷다보면 전 세계 모든 인종이 모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카오산 로드 주변은 호객꾼들만 피하면 사람 구경하며 재미있게 걸을 수 있는 좋은 장소입니다. 손잡고 걷는 은발의 노부부, 배낭을 옆에 두고 발 마사지로 피로를 푸는 솔로 배낭족, 온 살림을 모두 담은 듯한 커다란 배낭을 짊어 지고 숙소를 찾는 가족들, 여행의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큰소리로 떠드는 청년들, 코팅된 가격표를 들고 마사지 받으라고 영업중인 호객꾼들......



카오산 로드 표지판을 마지막으로 태국 여행의 종지부를 찍습니다. 주차된 일본 브랜드의 자동차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는 견공의 모습과 카오산 로드 길표지판 주위에 거미줄 처럼 얽혀 있는 전기줄의 모습이 희한하게 2018년 태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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