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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식 화산체인 말미 오름과 두산봉을 걷는 것으로 시작하는 올레 1 코스는 탄성과 감탄의 연발입니다.



잘 정돈된 올레길 주위로 피어난 엉겅퀴 꽃. 12월 한 겨울에 이런 들꽃을 볼 수 있다니, 생각할 수록 제주는 정말 축복의 땅입니다.



돌, 여자, 바람이 많다고 해서 삼다도(三多島)라 불리웠고 요즘에는 남자가 많아져서 여자 대신 중국인을 삼다도의 하나로 넣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제주의 바람은 변하지 않습니다. 흰 구름과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제주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는 그 자체로 한폭의 그림입니다. 한동안 멍하니 보고 있어도 좋을 그림입니다.



성산쪽 겨울 작물은 의외로 무우가 많았습니다. 농약을 치지 않았는지 잎은 벌레 먹은 흔적이 역력했지만, 검은 흙에서 자란 무우 맛은 상상만 해도 잎에 침이 고입니다. 



푸른색이 한창이 밭과 들판을 배경으로 한 억새 풍경은 자꾸 봐도 물리지가 않습니다. 부드러운듯 강한 억새의 흔들림만으로는 이런 아름다움을 느낄수 없겠죠. 초록빛 들판과 푸른 하늘, 따스한 햇빛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종합 예술 작품입니다.



두산봉 트레킹 코스에서 만나는 숲길은 마치 원시림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짙은 녹음(綠陰)이 서늘한 기운만 없다면 지금 겨울 맞나? 하는 착각이 들게 합니다. 



오름에서 만난 또하나의 절경. 누런 들풀이 지금은 겨울이라는 것을 소근 거리지만 가운데 둥그러니 놓인 소나무가 한폭의 동양화를 그려 놓습니다.



올레길은 두산봉을 휘감아 알오름을 타고 내려 갑니다.



알오름에 바라본 내륙쪽 풍경. 작은 오름들이 이곳이 섬인 것을 잊게 합니다. 너른 평원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제주에는 알오름이란 명칭이 여러곳에 있는데 두산봉 인근의 알오름은 두산봉알오름, 말미알오름, 멀미알오름이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이곳이 이중식 화산체라는 특이한 지형임을 증명해 주는 장소입니다.



들풀은 겨울을 맞이하며 누렇게 옷을 갈아 입었지만 덕택에 오름으로 향하는 길은 올레꾼을 영화의 한 장면을 걷는 주인공으로 만들어 줍니다.



누런 들풀이 아름다운 이유는 들풀이 오름에 자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이든 풀이든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곳이 자신의 가치와 멋을 말해 주는 모양입니다.



오름에서 바라본 종달리 해변 풍경. 정말 환상적입니다. 당장 이젤을 펼쳐놓고 붓을 들고 싶은 풍경입니다.



길을 내려가다 만난 특이한 묘소. 제주의 묘소들은 많은 경우 주위를 돌로 쌓고 비석을 세워 놓는게 대부분인데 이 묘소는 주위의 돌 대신 나무를 심어 놓았고 나무 중에는 야자수도 있는 제주에서는 보기 드문 묘소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제주도의 많은 인구 유입에도 불구하고 매장하는 장묘 문화가 유지 된다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의외로 화장 문화가 정착되어서 2011년 약 55%의 화장률에서 2014년 약 61%의 화장률로 화장률은 확대하고 있고 매장은 줄고 있다고 합니다.



종달리 삼거리 근처의 화장실. 



올레 1코스는 종달리 삼거리에서 큰길과 만나지만 큰길로 가지 않고 꺾어져서 종달리 읍내를 향해서 걷습니다.



종달리 가는길에서 만난 특이한 농장의 입구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하수관을 거꾸로 세우고 그 위에 야자수를 심어놓은 주인장의 센스입니다. 소들도 넓직한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거니는 보기 좋은 농장이었습니다.



어린 송아지가 있는 곳에는 푹신하게 짚을 깔아 주었고 어른 소들은 우리에 갇혀 있지 않고 자유롭게 운동장을 거닐었습니다. 길에서 소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소들이 저희를 향해서 걸어옵니다.



큰 덩치의 황소들이 다가오니 흠칫 조금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강아지 풀을 뜯어서 한마리에게 주었더니 살짝 냄새를 맡고는 "뭐야! 고작 이거야!" 하는 듯, 본체 만체 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뭔가를 주는 것으로 보았는지 그것을 보고는 다른 소들도 달려와서 "나도줘!"하는 듯 고개를 쳐 듭니다.



이렇게 한참을 쭈그리고 앉아서 소와 노닥 거렸습니다. 주인장에 피해가 되지 않는다면 이런 풍경은 올레꾼에게는 그야말로 보너스죠!



종달리로 들어서자 한창 당근을 수확중인 장면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당근을 뽑아서 아직도 파란 줄기를 툭툭 자르면서 이동하고 계셨습니다. 한쪽에 버리신 못생긴 당근은 주어다가 당근 주스 한모금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드디어 종달리 읍내로 들어 왔습니다. 뒤로 보이는 오름은 올레21코스의 지미봉입니다.



올레길에서 만난 쓰레기 수거 차량. 제주도는 2017년 7월부터 매 요일별로 다른 종류의 재활용품을 내놓는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플라스틱, 화요일과 토요일에는 종이와 병류, 수요일은 캔과 고철류, 목요일과 일요일은 비닐과 스티로폼등 일주일에 두번씩 자주 내놓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데 인근 아파트에서는 일주일 한번 모든 종류의 재활용품을 내놓는 것 보다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실제로 폐기물 소각 및 매립량은 줄고 재활용품 분리 수거량은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정겨운 풍경의 종달 초등학교. 잔디는 계절을 확실히 타는 모양입니다. 천연 잔디의 운동장은 볼때 마다 부럽습니다.



종달 초등학교를 지날 무렵은 한창 점심 시간이어서 아이들이 길 옆쪽에 있는 급식실에서 점심이 한창이었습니다. 창 밖으로 어른들이 있는 것을 금방 알아 채더군요. 식사에 방해 될까봐 조용히 길을 떠났습니다. 학교 뒷편 길의 노란 꽃과 인사를 하고 종달 해변길을 향해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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