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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걷이가 끝난 논을 가로지르는 지방도 양쪽에 채 1미터도 되지 않는 가느다란 묘목을 막대기 하나를 지주대 삼아 심는 장면을 목격한 적인 있습니다. 이 넓은 들판에 저렇게 대충 심어 놓으면 과연 살아날까? 이건 완전히 예산 낭비 아니야? 봄이 되면 농사 짓는 분들이 제초제 뿌려가며 콩을 심을텐데 과연 저 묘목이 살아날 수 있을까? 했습니다.


그렇지만 1년 후의 들판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무궁화 가로수길로 변했습니다. 누렇게 익은 벼와 꼬투리를 꽉꽉 채우고 있는 초록빛 콩밭을 배경으로 지방도를 지나는 운전자에게 나라꽃 무궁화는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무궁화 품종이 배달계, 백단심계, 적단심계, 청단심계, 자단심계, 아사달계 등이지만 역시 붉은 빛이 도는 무궁화가 가장 화려합니다. 5장의 꽃잎, 가운데의 수술, 중앙에 테 무늬가 아주 선명합니다.


무궁화(無窮花)는 아욱과의 관목으로 학명은 Hibiscus syriacus L.입니다. 원산지는 중국과 인도이지만 전세계에 걸쳐서 사랑받는 꽃입니다. 영하 20도까지 견딜 수 있지만 깊은 산이 아닌 따뜻한 들판에서 잘 자란다고 합니다. 


세찬 바람이 부는 들판 한 가운데, 그것도 시속 6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달리는 차들이 수도 없이 많은 도로가에 무심하게 꽂아 놓은듯 심은 묘목이 이렇게 잘 자란 것은 온전히 무궁화의 끈질긴 생명력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생명력 더분에 우리의 선조들은 무궁화를 병해충 방제용으로 논이나 밭 근처에 심었다고 합니다. 관리를 잘 못하면 진딧물이 꼬이기는 하지만 관상용으로 농사에 도움이 되는 나무로도 약용으로도 활용하니 나라꽃이라는 무거움보다도 그 유용함과 아름다움에 더 눈길이 갑니다.


무궁화 중에는 위의 하얀꽃처럼 중앙에 테무늬가 없는 것도 있습니다. 설명을 참조하자면 "배달계" 품종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량종이지요.


재미있는 것은 무궁화랑 콩이 잘 어율려 산다는 것입니다. 잡초가 있으면 허당이 되는 콩의 특성 때문에 콩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은 봄이면 콩 심을 자리에 제초제를 뿌려 땅을 준비하고 콩을 심은 다음에도 어느 정도 클 때 까지는 주기적으로 제초 작업을 해줍니다. "콩밭메는 아낙네야~~~"하는 칠갑산 노래 가락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도 무궁화는 죽지 않고 콩과 어울려서 잘 컷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콩이나 들깨 같은 작물을 심지 않은 곳보다 콩과 같이 있는 무궁화가 휠씬 성장이 좋습니다. 콩이 양분을 보태주기 때문일까요? 작물을 심지 않은 곳은 무궁화가 잡초 속에서 거의 고사 직전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쪽 논의 주인은 무궁화가 잘 크라고 콩도 들깨도 심지 않고 그냥 두었을 수도 있는데, 오히려 콩을 가꾼 곳의 무궁화가 잘 잘랐으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무궁화가 꾸준히 콩과 공생하는 모습이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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