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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후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먼저 자급자족을 이루었던 작물은 바로 마늘입니다. 집의 전 주인께서 남겨주신 5접(1접에 100개)으로 시작한 마늘이 40접이상까지 늘어났다가 선물로도 주고, 고추 심는다고 밭도 줄여가면서 농사를 지어도 자급자족에는 염려가 없네요. 가을에 심어 놓으면 겨울을 잘 견디고 장마 무렵이면 토실토실한 열매를 안겨주는, 농사 과정 만큼은 정말 편한 작물입니다. 

첫해부터 한 2년 동안에는 마늘을 심으면서 정확한 간격을 맞추겠다고 5~6센티정도 홈을 내는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몇년 심어보니 그렇게 간격 맞춘다고 심혈을 기울일것 까지는 없겠다는 판단아래 망가진 호미에 긴 장대를 달아서 적당한 골을 내고 마늘간의 간격은 눈대중으로 맞추어 심는 소위 '프로'의 세계로 접어들었습니다. 

마늘을 심은 다음에 어떻게 겨울을 날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주변 이웃들이 하시는 것을 지켜보면 구멍이 많은 마늘/양파 비닐을 덮고 그 구멍에 맞추어 심는 분들도 계시고 심은 다음에 짚을 덮어주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비닐 멀칭을 해본 경험으로는 제초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지만 수확하는 시점에서는 조금 성가신 면도 있었습니다. 상당수의 농민들은 마늘을 심은 다음 짚으로 멀칭을 해주셨는데, 기온이 올라가는 시점에 짚을 깨끗이 치우시는 방식을 택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짚을 치우면 제초제를 뿌리지 않는 밭은 풀뽑기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치우면 성장이 좀더 빨라질것 같고 수확시점에서도 편리할것 같은데 치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어느날 길을 다니다 보니 어떤 밭에는 마늘 쫑이 나오는 시점이 되었는데도 짚이 그대로 있더군요. 마늘이 모두 나온 다음에 짚을 다시 깔아준 것인가? 아니면 그냥 둔 것인가? 고민하다가 짚을 그냥 두어 보자고 실험한 것이 벌써 3년째입니다. 마늘이 얼마나 강인한지 두터운 짚더미를 뚫고 올라옵니다. 작년에는 가을에 조금 일찍 심었더니 다른 집과 성장을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육쪽 마늘을 심기는 하지만 짚을 두껍게 깔아주면 4쪽짜리처럼 마늘의 쪽수가 적은 것이 드문드문 생기는 특성이 있었습니다. 어찌했든 가을에 마늘을 심은 다음 덮었던 짚을 그대로 두어서 일거리도 줄이고 잡초 예방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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