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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 동안구 평촌동을 지나서 호계동까지 내려온 백의종군길은 안양시를 출발하여 남북으로 길게 뻗은 의왕시의 남쪽 끝자락을 가로질러간다. 경수대로를 따라서 광교산 자락의 고개를 넘어가면 수원시 장안구로 진입하고 노송지대를 지나서 서호천을 따라 천변 산책길을 걸어 내려간다.

갈산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이순신 백의종군길 2코스를 시작한다. 리본이나 스탬프 함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빨간 리본이나 스탬프함을 만나면 엄청 반갑다.


갈산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따뜻한 커피와 차를 한잔씩 들고서 여유 있는 걷기를 시작한다. 벚꽃이 절정인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가 흥안대로 큰길로 나간다. 인덕원역부터 자주 만났던 흥안대로를 얼마간 더 따라가면 길의 종점인 금정 IC가 나온다.


모락산 자락의 덕고개를 넘어서 덕고개 사거리에서 모락 고등학교 방면의 좌회전하면 안양시를 벗어나 의왕시 오전동으로 진입한다. 모락산의 이름이 독특한데 세조의 왕위 찬탈에 놀란 임영대군이 매일 산에 올라서 궁궐을 사모했다는 설도 있지만 임진왜란 당시 이곳으로 숨어들었던 왜구들을 몰아서 죽여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에 더 눈길이 간다.


길은 모락 고등학교 건너편의 꽃길공원 옆길로 이어지는데 공원의 이름만큼이나 만개한 벚꽃이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앙증맞은 노란 황매화가 꽃을 피우기 직전이다. 작은 잎의 꽃받침도 있고 활짝 피지 않은 지금의 황매화가 더 아름다워 보인다. 이름은 황매화이지만 교목인 매실나무와 달리 황매화는 관목이다. 꽃만 매화를 닮았다.


꽃길공원 옆을 지나서 호계동 주거지를 가로지를 길은 가구단지 쪽으로 좌회전하여 길을 이어간다. 모락산 아랫자락을 돌아가는 길이다.


가구단지를 가로지른 길은 성라자로마을 입구를 지나서 오전초등학교를 향한다. 성라자로마을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해에 한국 최초로 세워진 구라사업 기관이라고 한다. 구라라는 말을 거짓말의 의미로 오해할 수 있는데 구라(救癩)는 나병, 즉 한센병 환자를 구한다는 의미이다. 환우들의 치료와 치유된 환자들의 자활을 돕고 이들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는 사업을 수행한다고 한다. 소록도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우리는 한센병에 대한 오해가 크다. 유전병이 아니고 전염력도 약하며 치료받지 않고 있는 환자를 통해 혹시 전염되더라도 약을 통해 대부분 완치된다고 한다.


쭉쭉 뻗은 메타쉐콰이어 나무를 보니 이곳에 아파트 단지가 생긴 역사를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오전 초등학교를 끼고 우회전하여 길을 내려간다.


오전동이라는 특이해서 찾아보니 일제강점기에 오마동(五馬洞)과 전주동(全朱洞)의 이름을 합쳐서 만든 것이라 한다. 전국에 이런 방식으로 합쳐버린 이름들이 참으로 많다.


우리는 그냥 지나가는 나그네일 뿐이지만 이곳 오전동은 주택 재개발 사업이 한창이었다. 멀쩡해 보이는 집들과 상가들이 헐리고 새로운 아파트들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조 단위의 초 대형 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었다.


지금은 재개발 예정이라 오가는 사람 없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이지만 서울과 가까운 곳이라 재개발 이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모르겠다. 어린 소녀를 그린 벽화가 삭막한 분위기를 그나마 위로해 준다.


2020년 의왕시가 "여성친화 안심마을"을 조성하겠다며 라라랜드 영화 포스터를 벽화로 그렸을 당시만 해도 이곳이 재개발로 없어질 동네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생지사 새옹지마(人生之事 塞翁之馬)라고 우리의 앞날은 정말 알 수 없다. 길은 드디어 경수대로 대로변으로 나와서 경수대로를 따라 수원으로 향한다.


경수대로는 1번 국도가 달리는 곳으로 서울시 경계에서 수원까지 이어진다. 경수대로를 따라가는 길은 봉담과천로 아래를 통과한다. 바람 나부끼는 백운종군길 리본을 보니 정말 반갑다.


경수대로를 따라서 봉담과천로를 가로지르는 길에서는 백운호수와 왕송호수를 연결하는 의왕 산들길도 가로지른다. 지지대 고개를 앞둔 길에서는 나무로 만든 장승들이 골사그내 마을 입구에서 마을을 지키고 있다.


지지대 고개를 향하여 벚꽃 가로수를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의왕시 끝자락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영동고속도로의 북수원 톨게이트에서 나오는 길도 건너간다. 버튼을 눌러 신호등이 바뀐 후 건널목을 지나는 방식인데 톨게이트에서 나오는 길이 내리막길이고 인적이 드문 길이라 적색 신호등이 켜져도 멈추지 않는 차량들이 있을 정도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지지대 고개는 의왕시와 수원시의 경계로 길은 이제 수원시로 진입한다. 길 건너편에는 정조의 효성을 기리는 지지대비가 위치하고 있었다. 지지대라는 이름은 더딜지(遲)를 사용하는데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이 있는 수원을 갔다가 돌아가는 길에 어가를 멈추며 어가 행렬의 진행을 더디게 만들었던 장소라고 후대에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정조는 고개를 넘어가면 아버지의 무덤이 있는 화산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아 어가 행렬을 멈추게 했다고 한다.


지지대 고개를 내려가는 길에는 프랑스군 참전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다. 한국 전쟁 당시 3,421명이 참전하여 1,200여 명의 사상자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에 베트남에서도 전투를 벌이고 있던 프랑스군이 한국에 처음 주둔한 장소가 수원이라고 한다. 대대급의 프랑스군은 세계 1차, 2차 대전을 거치며 중장으로 전역했던 몽클라르라는 전쟁 영웅이 중령으로 계급을 낮추어 참전한 독특한 이야기가 있는 부대였다.


길은 지지대비를 거쳐 광교산으로 향하는 수원 둘레길을 가로질러 경수대로와 북수원 톨게이트 사이에 위치한 효행 공원을 따라 내려간다.

효행 공원은 정조대왕의 아버지를 향한 효심을 기리는 공원이다. 화물차, 캠핑카들의 주차장으로 전락한 모습이 아쉽지만......

가로수가 아니어서 하늘로 마음껏 가지를 쭉쭉 뻗은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인상적이다.


정조의 원행길 흔적을 보여주는 괴목정교 표석이 있었는데 지금 위치의 표석은 복제품이고 진품은 수원박물관에 있다고 한다. 서호천 상류에 해당하는 위치로 하천은 크지 않다. 지금의 다리이름도 괴목정교이다.

수원 북부 공영 차고지를 지나는데 버스들 위로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96대를 동시 충전할 수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시설이라고 한다. 저곳에서 발전하는 것만으로는 충당하기 어렵겠지만 미세먼지도 줄이고 운영비도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것보다 40%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파장동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겨지던 미륵불이 모셔 있는 곳이라는 미륵당을 지나는데,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게 미륵상 조선군의 위치를 알려주어 조선군이 피해를 입자 나중에 조선군이 미륵의 목을 잘랐다는 설화가 있었다. 내부에는 토속적인 모습의 화강암 석불입상이 있다. 길은 영동 고속도로와 수원 북부 순환도로 아래를 차례로 통과한다.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에서 이목동으로 넘어간다.


경수대로를 가로질러 노송공원 옆길을 걷는다.


이곳은 정조의 화성 능행차 때 지나던 곳으로 정조가 직접 식목관에게 일천 냥을 하사하여 지지대 고개부터 소나무와 버드나무를 심었는데 그때 심은 소나무의 일부가 지금도 이곳 노송공원에 남아 있다고 한다. 좋은 산책길이기도 하지만 선대에 심은 나무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체감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길은 수원 SK 아트리움 앞에서 우회전하여 새로운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는 지역을 가로질러 서호천으로 향한다.

율목교를 통해서 서호천을 건넌 길은 이제 서호천을 따라서 화서역 부근까지 쭉 남쪽으로 내려간다. 능수 버들이 연두연두하고 하얀 벚꽃이 절정인 이 계절에 서호천을 따라 걷는다는 것이 기대가 된다.


서호천을 따라 이어지는 길의 이름이 천천로라고 독특한데 큰샘이 있었다는 천천동(泉川洞)이라는 동네 이름 때문에 붙은 동네 이름이라고 한다. 서호천으로 내려가는 길은 화려한 벚꽃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도시 안에 이런 산책길이!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환상적인 풍경이 이어진다. 하천이 크지 않고 도시 속이라 소리도 냄새도 숲 속의 상쾌함 같지는 않지만 시각적 호사만으로도 감탄사를 받을만하다.


개나리의 노란색 벚꽃의 하얀색, 분홍색, 들풀과 능수버들의 연두색, 푸른 하늘색까지 총천연색의 황홀함을 즐기며 걷는다.


서호천을 따라 내려가는 길은 율목교에서 시작하여 노루교, 선화교, 샘내교, 동남교, 대월교, 청솔교 등 수많은 동네 다리를 만나서 간다.


청둥오리들이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열심히 교미 중이다. 교미 중에 암컷은 물속에 처박히는데 익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교미 중에 다른 수컷이 달려드니 요란하다. 백의종군길 리본도 오래간만에 만난다.


다리마다 독특한 벽화를 만나는 재미도 있고 한가로이 봄볕을 즐기는 새들을 바라보는 재미도 있다.


아파트 단지와 화사한 벚꽃이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이 이어진다.


잉어가 상류로 올라온 모습을 보는 것도 서호천 걷기의 재미 중 하나이다. 잉어가 산란을 위해서 수심이 낮은 상류로 올라오는 것은 봄이 돌아왔다는 신호 중의 하나이다. 공장도 있고 도심 속 하천이라 잉어에게도 사람에게도 아주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달리 보면 수렵 본능의 사람들이 잉어를 그냥 보고 있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 아닌가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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