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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읍내를 출발한 올레길 11코스는 동일리를 지나 모슬봉 입구에 이른다. 가는 길에 대정 오일 시장도 지난다.

 

어제는 올레길 11 코스 시작점 인근에 있는 모슬포 호텔에서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저렴하면서도 깨끗하고 괜찮은 숙소였다. 우리는 오늘은 11코스를 걷고 이어서 12코스의 12Km 정도를 걸어 총 29.3Km에 이르는 강행군을 해야 하므로 조금 이른 시간에 일정을 시작한다. 읍내에 있는 김밥집들이 문을 열기를 바랐으나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아니면 주말이라 그런지 문을 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편의점에 들어가 삼각 김밥들을 배낭에 쓸어 담았다. 주인아주머니는 왜 이렇게 많이 사는지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하나하나 유효 기간을 확인하고 판매해 주셨다. 숙소에서 미리 얼려 놓은 생수를 냉매로 사용해서 보냉 주머니에 담았으니 상할 염려는 없었다. 예전에는 삼각 김밥이 양념도 고루 들어가 있지 않고 맛도 별로다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에 구입했던 것들은 나름 만족도가 높았다. 고정관념은 깨질수록 유익이다.

 

올레길 11코스는 하모 체육공원 앞에서 시작한다. 큰길을 건너 해안 방향으로 이동한다.

 

큰길을 건너면 오좌수 의거비가 세워져 있다. 오좌수는 조선말 조정으로부터 좌수라는 직책을 하사 받은 이만송, 이흥복, 정종무, 김성만, 김성일이라는 다섯 분을 기념하는 비석이다. 강화도 조약을 맺는 등 나라의 힘이 약해진 때를 틈타 왜구들의 노략질이 심해졌는데 하모리 출신의 이 다섯 사람이 주축이 되어 해적단을 물리쳤다는 이야기다. 좌수라는 직책은 지방 수령의 자문 역할을 하는 직책이었다고 한다.

 

오좌수 의거비를 지나 다음 골목에서 좌회전하면 모슬포항 항구에 닿는다.

 

모슬포항은 740미터에 육박하는 긴 방파제 안쪽으로 길고 깊은 구조의 항구인데 올레길은 모슬포항 끝자락을 살짝 지나쳐 길을 이어간다.

 

골목길을 통해 모슬포항을 빠져나오면 해안가를 달리는 큰길을 만나 대정 5일 시장으로 향한다.

 

큰길에서 바라본 대정 5일 시장은 한창 장사 준비로 분주하다. 1, 6일에 여는 5일장이라 우리가 방문한 날에도 시장이 열렸는데 문제는 갈길도 멀고, 배도 고프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장기가 있었다면 시장을 휘젓고 다녔을 옆지기가 그냥 가자고 한다. 역사가 한국 전쟁 당시로 올라가는 역사가 있는 제주 서부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대정 5일장을 지나면 산이물 공원을 지난다. 

 

송악산 오르기 직전에 있는 산이수동항 옆에도 산이물이 있는데 송악산 반대편인 이곳 하모 3리에도 산이물이 있다. 이곳은 아직도 용천수가 솟아 나오는 곳으로 특이한 것은 여탕 남탕이 나누어져 있다.

 

산이물을 지나면 대정읍 하모리에서 동일리로 넘어간다. 동일리로 넘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모슬포 해변은 벌써 아득하게 보인다.

 

동일리 포구가 나올 때까지 올레길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동일하모로 도로를 걷는다.

 

동일리 포구까지 제주의 서남 해안을 걸었던 올레길 11코스는 이제 내륙으로 방향을 틀어 코스 종점까지 내륙을 걷는다. 숲길과 들길과 익숙해져야 하는 시간이다.

 

모슬봉을 향하여 동일리 마을길을 걷는 올레길은 때로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보며, 때로는 담벼락 사이의 아주 좁은 골목길로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도 한다.

 

와우! 올레길은 어떻게 이런 길을 찾았을까? 대단위 주거지로 향하는 이 오솔길은 동화로 들어가는 마법의 입구처럼 보인다.

 

가까이 다가온 모슬봉을 향해서 동일하모로 도로도 지나고 일주서로 도로도 지난다. 연이어 횡단보도를 건너며 길을 이어간다. 하모리를 지나 동일리 해변길을 걸었던 올레길은 내륙으로 들어와 큰 도로를 건너면서 다시 하모리 마을로 진입한다. 모슬봉 서쪽 일원은 하모리에 속한다.

 

180여 미터의 모슬봉을 향해서 오르는 길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오전 9시를 바라보는 시간이지만 동쪽에서 올라가는 태양은 이미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다.

 

모슬봉 아래서 노롱고지못이라는 이름의 연못을 만났다. 아침 햇살을 받은 하얀 연꽃이 눈부시다.

 

모슬봉으로 올라가는 완만한 하모리 언덕길의 좌우에는 넓은 농지들이 이어져 있다. 언덕길에 바라본 해안가의 모습. 수평선이 아련하게 보인다.

 

길 옆으로는 천선과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다. 가까이 다가서서 보면 베리처럼 생겨서 따먹고 싶다는 충동이 훅 들어온다. 먹어도 탈은 없지만 블루베리처럼 맛있는 열매는 아니다. 그래도 인후통과 치질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오르막길을 걷다가 만난 환상적인 광경이다. 온통 자갈밭인데 이곳에 팥을 심어 놓았고 팝의 생장도 좋아 보였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이런 자갈밭에 작물을 심은 모습을 종종 발견하게 되지만, 만날 때마다 신기하다. 호미로 땅을 헤치기도 쉽지 않을 텐데, 종자를 심었을까? 모종을 심었을까? 손으로 심었을까? 파종기를 사용했을까? 이곳은 트랙터를 사용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궁금증이 있지만 이런 자갈밭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도무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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