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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10코스는 섯알 오름을 지나면 옛 상흔이 남아 있는 알뜨르 비행장을 가로질러 하모 해변을 지나 대정읍내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섯알 오름 예비 검속 희생자 추모비를 보면 가슴 아린 우리나라의 현대사가 끝나지 않고 2022년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현실에 가슴이 더 답답해진다. 생각의 다름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거나, 억압, 배제,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한국판 똘레랑스를 세울 수는 없는 것인가? 진정한 관용이 없는 변질된 법치는 또 다른 희생자와 가해자를 낳을 뿐이다.

 

무거운 발걸음과 마음으로 희생자 추모비 진입로를 빠져나간다. 

 

진입로 입구에 이르면 한국 전쟁 당시 섯알 오름에서 있었던 참혹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만나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양민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겨야 했던 해병 대원들도 섯알 오름에서 목숨을 잃었던 사람들도 그저 희생자이고 피해자 일뿐 그 이면에서 자신들의 권력과 안전을 위해 그런 상황을 지시하고 만들었던 사람들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보면 그저 공허한 물음표만 되돌아온다. 그 세력은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잠시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현실은 넓은 상모리, 하모리 평야에 내려두고 하모리 해변을 향해서 평야 지대를 가로지른다. 멀리 모슬봉도 눈에 들어온다.

 

평야 지대의 밭 사이 길을 걷지만 이 길은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 자리를 지나는 길이다. 알뜨르의 알은 아래를 의미하고, "드르"는 넓은 들판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으로 제주 남쪽의 넓은 들판이란 의미다. 일제 강점기 농민들에게서 강제 수용했던 알뜨르 비행장의 토지는 상당 부분이 국방부 소유로 되어 있다고 한다.

 

곳곳에 옛 비행장의 흔적이 남아 있다. 알뜨르 평화 대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8월 초 제주의 들판은 참깨 말리기가 한창이다.

 

하모리 해변으로 향하는 길, 등 뒤로 산방산이 멀리에서 잘 가라고 손짓한다.

 

8월 초 이곳 들판의 밭들은 대부분 봄 농사를 끝내고 가을 농사를 위해서 밭을 갈아 놓은 상태였다.

 

푸릇푸릇한 밭은 대부분 콩이었다. 올레길 화살표를 따라서 밭 사이의 길을 걷는 독특한 재미도 있다.

 

길과 밭 사이에 파 놓은 배수로도 독특하다. 내륙의 땅이라면 배수로를 저렇게 직각으로 파면 흙이 무너질 텐데 이곳은 마치 콘크리트를 타설해 놓은 것처럼 얌전히 있다. 이곳의 땅이 어떤 토양인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모습이다.

 

알뜨르 비행장이 있던 들판을 가로질러 해안으로 나오면 해안 도로를 건너서 하모리 해안 숲길로 진입한다. 모슬포 남항이라 불리는 운진항의 방파제가 보이는 곳이다.

 

하모리 해안 숲길은 하모 해수욕장 인근까지 이어진다. 

 

태양을 가려주는 숲길을 걷다 보니 멀리 하모 해수욕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운진항으로 여객선이 한 척이 유유히 들어오고 있다. 운진항에서는 가파도와 마라도를 운행하는 배를 탈 수 있다.

 

하모 해수욕장은 크지 않지만 운진항 방파제가 파도를 막고 있어서 잔잔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하모리 해안 숲길을 빠져나오면 다양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는 하모 해수욕장에 도착한다. 붕장어를 아나고로 부르듯 하모는 갯장어를 이르는 일본어인데 하모리는 그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상모리, 하모리는 모두 모슬포 항구와 연관된 이름으로 모슬포 위쪽 마을을 상모리, 아래쪽을 하모리라 부른 것이다. 그렇지만, 이름 유래가 그렇다는 것이고 현재 지도를 보면 하모리와 상모리는 좌우로 나란히 붙어 있다. 

 

여러 조형물과 시설이 설치된 하모 해수욕장은 다른 유명 해수욕장에 비하면 많이 한산한 편이었다.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사람이 없는지, 사람이 없어서 관리가 부족한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하모 해수욕장과 가파도와 마라도 배편이 있는 운진항을 지나 대정읍내로 향한다.

 

운진항 앞을 지나서 읍내로 향하는 "최남단 해안로" 도로를 따라 걸어도 대정 읍내로 갈 수 있지만 올레길 10코스는 도로에서 우회전하여 마을길로 길을 잡는다.

 

엄청난 규모로 참깨 말리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실제로 제주도, 특히 서귀포는 전국 참깨 생산량에 있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지역이다.

 

농로를 걷던 올레길은 주거 지역 직전에서 좌회전하여 하모 체육공원 방향으로 이동한다.

 

대정 중학교 앞을 지나면 하모 체육공원에서 올레 10코스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오늘은 올레길 10코스 하나만 걸었지만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올레길 10코스가 끝나고 11코스가 시작되는 지점에는 올레 안내 센터가 있었는데 센터를 지키고 있던 분이 우리를 보고는 반갑게 맞이하러 나오셨지만 몸이 지친 우리는 그저 가벼운 인사만 건넬 수 있을 뿐 대화를 나눌 정신이 없었다. 뜨거운 더위에 푹 익어버린 우리는 빨리 마트에 가서 시원한 음료수 하나 마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뿐이었다. 그래도 코스를 마무리하고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고 숙소를 찾아가는 마음은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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