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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수천 생태 공원을 지난 올레 8코스는 논짓물을 지나 하예 포구를 거쳐 대평 포구에 이른다. 이 구간은 휠체어도 갈 수 있는 평탄한 구간이다. 예레 해안로를 따라 걷는다.

 

대왕수천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도 절경이다. 하늘에서 내린 비가 현무암 바위와 땅 속으로 스며 들어가 땅속에서 수많은 시간을 흐르다가 용천수로 지표로 나와서 대왕수천을 따라 내려와 이제 큰 바다로 다시 나가는 것이다. 자연의 신비를 생각하면 할수록 인간은 그저 미미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검은 현무암 해변을 따라 예래 해안로 도로를 따라 논짓물과 하예 포구를 향해서 이동한다.

 

하예동 환해장성이다. 제주 해안 곳곳에 왜구를 막기 위한 환해 장성들이 있는데 기록으로는 고려 때까지 올라가지만 이곳의 환해장성은 조선 현종(1845년) 때 우도에 한 달간 정박하며 측량 작업을 했던 영국 선박의 출현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잉카의 마추픽추처럼 정밀하게 돌을 다듬은 것은 아니고 바닷가에서 파도가 동글동글하게 만들어 놓은 돌들을 높게 쌓았다. 제주 돌담들이 한 줄로 쌓아도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돌 사이사이에 있는 구멍이 바람길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 저 동글동글한 돌들로 높은 성벽을 쌓았으니 당시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고 짜증 났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조금 걸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모래 한 톨 없는 해안에서 물놀이 삼매경이다. 용천수와 바닷물이 만나며 훌륭한 천연 야외 수영장 역할을 하고 있는 논짓물이다. 그늘막 앞으로는 물줄기까지 뿌려대니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휴양지 느낌까지 든다. 그늘막은 돈을 내야 하지만 입장은 무료다. 중간에 구역 경계선이 하나 있는데 구역 안쪽으로는 민물이 많고 경계 바깥으로 바닷물이 많고 깊이도 있다고 한다. 배낭 메고 땀 흘리며 걸어가는 입장에서는 그저 부러울 뿐이다.

 

논짓물이라는 이름 때문에 이 용천수로 논농사라도 지었는가 싶었다. 그렇지만, "논다"라는 제주 방언은 그냥 버린다는 의미로 용천수가 너무 해안 가까이에서 솟아 나오기 때문에 농업 용수로도 식수로도 사용하기 어려워 그냥 버리는 물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지금처럼 여름이면 최고의 수영장 역할을 하니 그것만으로도 훌륭하다. 예래동을 알리는 조형물을 참 이쁘게 만들어 놓았다. 제주도 모양으로 구멍을 뚫었는데 예래동의 상징인 사자는 없다. ㅎㅎ

 

논짓물에서 대평포구까지 연결되는 해안로는 휠체어도 갈 수 있는 구간으로 평탄하게 이어진다. 평탄한 길을 푸른 수평선을 바라보며 걷는 길에서 유일한 장벽이라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빛이다. 

 

검은 바위의 해안선,  바위에 부딪히며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시퍼런 바다, 햇빛을 받아 더욱 하얗게 보이는 흰구름과 파란 하늘 서귀포 바다는 정말 일품이다.

 

내륙 쪽으로는 흰구름이 저렇게 많이 보이는데 왜 우리 머리 위에는 저 구름이 오지 않을까? 아름다우면서도 야속한 풍경이다.

 

검은 양복을 입은 보디가드 같은 현무암 바위가 거친 파도를 막아준 자리까지 초록빛 찬연한 식물들이 뿌리를 내렸다. 다양한 모양의 바위들은 누군가 무슨 동물을 닮았다고 이름을 붙여도 그런가 보다 할 만큼 특이한 모양들을 하고 있다. 좌측 사진은 용문덕 기우제 바위라고 한다. 이곳을 용문덕이라고 부르는데 "용이 바다에서 하늘로 가던 문턱"이라는 의미이다.

 

하예 포구로 향하는 예래 해안로는 기암괴석의 현무암 해변이 이어진다. 예래동 앞바다에서는 고깃배들이 유유히 조업에 한창이다.

 

해안에서 튀어 나온 곳을 이르는 곶을 제주 방언으로 코지라고 하는데 멀리 보이는 진황 등대가 있는 곳이 큰 코지고 용문덕을 지난 이곳이 조근 코지이다. 조근 코지와 큰 코지 사이는 만 형태가 되는데 둘 사이의 해안을 질지슴이라 부른다. 길 옆으로 수풀이 우거져 있다고 질지슴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 해안으로는 소규모의 주상절리도 있다.

 

올레길 9코스가 오르는 군산이(335 미터) 해안가에서 한눈에 들어온다. 봉우리 두 개가 용머리처럼 솟아 있는 독특한 모양이다. 군산 오름, 코메 오름이라고도 부른다. 예래 마을의 이름이 탄생한 배경이 되는 산이다. 

 

하예 포구 앞쪽에 세워진 하얀 예래 진황 등대는 특이하게 한 개인이 사비를 들여서 설립한 무인등대다. 1993년 예래 마을 출신의 재일 교포인 김진황이라는 분이 고향을 위해 세운 등대이다. 그의 이름은 따서 진황 등대라 부르는 것이었다. 고향을 향한 그의 마음을 상상케 한다.

 

길을 가다 보면 하예 포구로 내려가는 길이 있지만 올레길은 예래 해안로를 따라 언덕길을 넘는다. 동난드르 쉼터 입구에는 수도가 있어서 땀으로 퉁퉁 불은 손을 잠시 씻을 수 있었다. 쉼터에 오르면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하는데 오를 힘은 없었다. 사람이 없으니 나무 그늘인 계단에 걸터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난드르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넓은 들판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이다.

 

당포 연대와 동난드르 쉼터로 올라가는 입구가 있는 언덕을 내려가 하예 포구를 지난다.

 

예래 포구라고도 부르는 하예 포구는 기다란 모양이 특이한 포구다.

 

하예 포구를 지나 다시 해안길을 따라 걷는다. 현무암 해변과 수평선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구름과 가로등 아래 말없이 걷는 길, 더위 속에서 걸으며 멍 때리기 하기 좋은 곳이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도로와 구름, 바다뿐이다.

 

멀리 뾰족하게 솟은 산방산과 박수기정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동쪽으로는 하예 포구와 진황 등대, 서쪽으로는 가까이로는 대평 포구로 가는 해안도로, 그 뒤로 박수기정과 산방산, 아주 멀리 송악산까지 보이는 경관이다.

 

대동천을 건너면 서귀포시 예래동에서 안덕면 창천리로 넘어간다. 다리를 건너 바로 좌회전하여 길을 이어간다. 올레길 8코스 끝자락 발걸음이 무겁다.

 

대동천을 건너 해안으로 돌아가는 길 콘크리트 방호벽에 현무암을 붙이는 방식이긴 하지만 현무암 방호벽 길이 이어진다. 대평 포구까지 해안으로 카페와 펜션들이 즐비한 곳이다. 박수기정과 산방산, 멀리 뒤로 송악산이 좀 더 가까이로 다가왔다.

 

가까이 보는 박수기정은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한다. 사실 이 시점만 해도 박수기정에 대해 모르고 길을 갔었다. 이름 없는 절벽이 정말 멋지다! 하는 것이었다.  다시 보아도 멋진 풍경이다.

 

1백여 미터 이어지는 박수기정이 가장 멋지게 보이는 곳은 근처나 절벽 위가 아니라 대평 포구 가기 전인 바로 지금이다. 박수기정은 두 제주 방언이 합쳐져서 뭍사람에게는 아주 생소하게 들리는 단어지만 알고 보면 단순하다. 박수는 샘을 뜻하고, 기정은 절벽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이다. 샘물이 솟아나는 절벽인 것이다. 푸른 바다라는 치마를 입고, 흰구름을 모자로 쓴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바로 우측으로 박수기정을 품고 있는 대평 포구에 도착했다. 

 

대평리는 넓은 들이라는 제주 방언 "난드르"라고도 불리는 마을이다. 올레길 8코스 종점이자 9코스의 시작점인 쉼터는 그늘에다가 넉넉한 공간으로 쉬어가기 좋았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옆지기는 한동안 벤치에 누워서 이어서 걸을 올레길 9코스 걷기를 위한 충전을 했다. 땀 냄새를 맡고 날아온 모기만 아니면 더 쉬어갔었을 텐데 모기와 파리 때문에 휴식 시간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대평 포구에는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온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장비를 정비하느라 분주한 모습과 놀러 온 관광객들이 인증숏을 찍는 모습, 그리고 벤치에 덜렁 누워버린 올레꾼 두 사람, 손님을 내려준 다음 화장실 다녀와서 잠시 휴식 중인 택시 기사까지 바람이 솔솔 부는 가운데 평화로움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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