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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올레길은 중문 색달 해수욕장을 가로질러 갔지만 지금은 살짝 스쳐 지나간다. 리조트 사이의 길을 지나면 환상적인 천제연로 나무 숲길을 지난다. 얼마 동안 도로를 걷지만 대왕수천 예래 생태 공원에서 훌륭한 산책길을 만날 수 있다.

 

중문 요트 계류장을 지나 해안길을 걷다 보면 길 우측으로 중문 색달 해수욕장이 눈에 들어온다. 뒤로 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독특한 해수욕장이다. 모래 해변의 폭이 넓지 않은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풍광만큼은 일품인 해수욕장이다. 걷기를 그만두고 뛰어들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바다다.

 

예전의 올레길 8코스는 중문 색달 해수욕장 아래로 내려가서 해안가를 돌아 골프장 옆길로 중문 단지를 빠져나갔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올레길은 해수욕장으로 내려가지 않고 주차장을 가로질러 카페와 편의점 뒤를 돌아 해수욕장 뒤편 언덕 위로 이어지는 산책길로 이동한다. 곳곳에 심어진 야자수가 이곳이 두바이나 아부다비 해변인가? 하는 착각을 하게 한다. 1980년대 초반에 워싱턴야자라는 품종을 심었는데, 한파와 강풍으로 많은 나무들이 쓰러져서 상당수가 베어졌고 카나리아 야자와 종려나무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두바이나 아부다비 같은 중동 여행을 하다 보면 대추처럼 생긴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야자나무가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는데 그 대추야자 나무를 중문 단지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중동처럼 꽃도 피고 열매도 맺지만, 기후 때문에 열매가 완전히 익지는 못하는 모양이지만 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서귀포는 노지 월동이 가능하다.

 

해수욕장 뒤편 언덕 위 산책길에 바라본 해수욕장의 물은 정말 맑다. 땡볕 속에서 숲길 걷기는 정말 위로가 된다. 오전 10의 태양도 장난이 아니다.

 

산책길을 벗어나면 올레길은 켄싱턴 리조트와 롯데 호텔 사이의 도로를 따라 걸어간다.

 

주상절리대 인근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이후 쉬지 못한 우리는 적절한 쉼터를 발견하지 못해서 인도변 그늘에서 배낭을 벗고 숙소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으면서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엉덩이를 붙일만한 현무암 돌담이 있으면 그곳이 쉼터다. 해수욕장 근처는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이곳은 가끔씩 리조트를 오가는 차량이 있을 뿐 사람이 별로 없어서 다행이었다.

 

리조트 단지에서 휴식을 취한 우리는 골프장 옆의 중문 관광로 도로를 따라 중문 단지를 빠져나간다. 가는 길에는 외관이 독특한 건물을 만났는데 각종 별난 것들을 전시하고 있는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이란다. 중문 단지는 유명 관광단지답게 다양한 실내 볼거리와 먹거리가 넘쳐난다. 물론 대부분의 실내 볼거리와 먹거리는 넉넉한 지불이 있어야 누릴 수 있다.

 

중문 관광단지 교차로에서 좌회전하여 천제연로 도로를 따라 걷는다. 사거리 교차로 구석에는 중문 관광단지 안내소와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제주에서 서귀포를 넘어오는 도로를 차로 이동하다 보면 숲 터널을 지나면서 감탄을 하게 되는데 골프장 옆을 지나는 이곳 천제연로도 엄청난 크기의 숲 터널을 자랑한다.

 

강렬한 태양을 피할 수 있던 곳이기도 하지만 이런 훌륭한 숲길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공간이었다. 다른 이들은 8코스의 주요 장소로 이곳을 거의 언급조차 하지 않지만 우리 부부에게 8코스 최고의 장소는 이 숲길이었다. 인터넷을 찾아도 관광 안내소에 물어도 주민 센터에 물어도 알 수 없는 나무였는데 인근 농수산물 직판장에 물어보니 제밤나무라고 알려 주셨다. 제밤나무의 정식 명칭은 구실잣밤나무인데 제주도와 남부 지방에만 자생하는 상록 활엽수다. 열매는 식용할 수 있다. 제주도에 동네마다 흔한 게 구실잣밤나무라 가을이면 도토리 줍듯이 길에서 열매를 줍는다고 한다. 도토리 크기인데 밤처럼 그냥 먹을 수 있고 꽃향기도 일품이고 사철 푸른 상록수로 이산화 탄소 흡수와 산소 발소 효과도 좋으니 여러모로 매력 있는 나무다. 새불 잣밤나무, 구슬 잣밤나무라는 이름도 좋지만 제주 밤나무, 제밤나무, 제밤낭도 나쁘지 않다. 

 

이 길에는 특이한 장치가 걸려 있었는데 외래 해충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트랩이었다. 국내 농업과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 외래 해충을 조기에 발견하고 제거하기 위한 사전 조치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엄청난 전파력인 가진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생하듯 식물들도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해충을 조기에 처리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퍼져서 엄청난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트랩은 페로몬을 이용해서 성충을 채집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생수물"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작은 하천을 지나 예래 입구 교차로에서 좌회전하여 해안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생수물은 생수천 바닥 암반에서 솟아 나오는 용천수를 말한다.

 

교차로에 있는 상예 마을 표지석에는 특이하게도 사자도 새겨 놓았고 옆에는 사자상까지 설치해 놓았다. 상예 마을, 하예 마을로 이루어진 예래동의 예래는 사자 예(猊), 올 래(來)로 문자적인 의미로 "사자가 왔다"라는 의미가 된다. 마을에서 서쪽에 있는 군산(굴메 오름)을 바라보면 사자의 형상이라고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군산은 올레길 9코스도 통과하는 곳이다. 평소 사자 예자가 들어가는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친숙하지 않은 단어이지만 이 동네의 상징이 사자라는 것의 원천은 분명하다. 한 가지 의문은 우리가 방송이나 동물원에서 보는 사자를 한 번도 보지 못했을 텐데 어떻게 사자의 형상을 말했을까? 하는 의문인데 이 또한 무식한 질문으로 화석으로는 구석기시대에 한반도에도 사자가 있었다고 한다. 물론 우리가 상상하는 아프리카 사자와는 모양이 달랐을 것이다.

 

예래로 도로변을 걷다가 이번에는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잠시 쉬어간다. 아이고! 그런데, 버스 정류장 의자 위가 반투명 지붕이다. 오전 11시를 바라보는 시간, 주변으로 키 큰 나무들이 있어도 태양을 피하기 어렵다. 가수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 속에는 태양을 피하는 방법으로 계속 달리라는데 내가 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한 여름의 강렬한 태양 아래서 배낭을 메고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ㅠㅠ

 

돌담에 다양한 허수아비를 세워 놓은 귤 체험장이 이목을 끈다. 무엇이든 톡톡 튀는 발상은 살아있는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독특한 조형물을 설치한 예래교를 통해서 예래천을 건너 좌측 예래 해안로를 따라서 해안 방향으로 이동한다.

 

예래 해안로를 걷다가 예래 생태 마을 안내판을 지나면 대왕수천 예래 생태 공원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로 진입할 수 있다. 마을 안내판을 보면 용천수만 10개에 이른다.

 

야자 매트와 돌이 깔린 산책로를 지나 대왕수천 예래 생태 공원으로 진입한다. 깔끔하니 불편함 없이 산책길을 걷는 것은 좋지만 산책로 관리를 위해 제초제를 뿌려 노랗게 변해버린 산책로 주변을 보면 생태 공원과 제초제가 함께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남긴다. 관리와 작업이 편한 것은 이해가 가지만 이름이 생태 공원인데......

 

해를 피할 수는 없지만 푸른 녹음 가운데 걸으니 흐르는 땀도 견딜만하다. 대왕수천을 따라 내려간다.

 

공원 중간중간에 쉼터가 있기는 했지만 최고의 쉼터는 예래 해안로가 대왕수천을 건너가는 대왕수 1교 다리 아래였다. 바로 옆으로 공중 화장실도 있고 공연 무대도 마련되어 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태양도 피하고 바람도 솔솔 불어오는 곳이니 쉼터로 더할 나위가 없었다. 배낭, 신발 모두 벗어 놓고 넉넉한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길을 이어간다.

 

대왕수천 저류지를 지나면 대왕수천을 건너서 반대편에서 길을 이어간다.

 

올레길을 걷다가 리본이나 표식이 없는 구간인데 갈림길이 있으면 그냥 사람들이 많이 다닐 법한 길을 택해서 길을 이어가고는 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때로는 이번처럼 엉뚱하게 움직여 길을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우리만 가는 경우면 문제 될 것이 없었는데 때마침 우리 바로 뒤를 따라오던 올레꾼이 그만 우리와 함께 길을 헤매고 말았다. 데크 계단을 올라가는데 계속 가도 표식도 리본도 없는 것이 이상했다. 지도 앱을 열어 확인해 보니 길에서 조금 벗어난 상황이었던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뒤돌아 가는데 우리를 따라오던 그분도 앱을 열어 지도를 확인하더니 우리 앞에서 길을 찾아 앞장서 간다. 지도 앱을 따라 돌아가 보니 미리 하천을 건넜어야 했었다.

 

20Km에 육박하는 올레길 8코스도 이제 15Km 지점에 도달했다. 사철 흐르는 용천수를 이용해서 물레방아도 쉬지 않고 돈다고 한다. 서귀포시가 2005년 공원을 조성하기 시작할 무렵만 해도 사철 흐르는 물로 주변에서 미나리를 키우는 농가도 있었다고 한다. 수질 보호를 위해 해당 토지도 시가 매입했다. 주민들을 위해서도 관광객을 위해서도 참 좋은 공간이다.

 

좋은 걷기 코스를 가진 인근 주민들은 참 좋겠다 싶은 생각에 근처에서 한 달 살기 하거나 눌러살면 어떨까? 하며 부동산 사이트를 뒤져보니 매매도 전세도 월세도 웬만한 대도시 수준이다. 억 소리 난다. 우리에게는 올레길로 다녀가는 게 딱인 듯싶다.

 

대왕수천 수량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참 맑았다. 이제는 바다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예래 해안로는 대왕수천 하구에서 다시 대왕수 2교 다리를 통해 대왕수천을 건너는데 올레길도 이 다리 아래를 통과한 다음 대왕수천을 건너 해안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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