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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 마을을 떠난 올레 8코스는 약천사를 지나서 길 근처에 있는 숙소에서 하룻밤 묵었다가 다음날 길을 이어간다. 대포 포구를 거쳐 중문 단지 입구에 있는 대포 연대에 이른다.

 

월평 아왜낭목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른 우리는 올레 8코스 초반에 있는 숙소를 향해서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다. 월평 마을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은 저녁 7시를 바라보는 시각이지만 흰구름은 여전히 석양에 빛나고 있다. 월평 하원로에서 약천사 쪽으로 좌회전한다.

 

지는 태양이 끝까지 강렬함을 내뿜지만 이제는 구름에 가리고 오름에 가려서 얼굴까지는 도달하지 못한다. 서귀포시 월평동에서 하원동으로 넘어가 마을길을 걷는다.

 

약천사로 가는 길은 하원동 마을길을 오르다가 담앤루 리조트로 좌회전하여 리조트의 주차장을 거쳐서 가야 한다.

 

리조트 끝자락으로 이동하여 숲길을 지나면 리조트와 바로 붙어 있는 약천사 경내로 들어갈 수 있다.

 

숲길을 지나 약천사 경내로 들어오니 상당한 규모의 사찰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 신라, 고려, 조선 시대와 같은 역사적 배경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물을 마시고 병이 나았다는 약수가 있는 절이라고 약천사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1981년에 세워진 사찰이다.

 

약천사에는 특이하게 하귤을 많이 심어 놓아서 나무에도 나무 아래에도 곳곳에 탐스러운 하귤 천지다.

 

올레길은 사찰 정면을 가로질러 사찰 입구로 빠져나간다. 약천사부터는 서귀포시 하원동에서 대포동으로 넘어간다.

 

사찰에서 해변 쪽을 바라본 풍경. 막힘 없이 뻥 뚫린 전경이 훌륭하다. 앞으로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사찰 양쪽으로는 회수천과 동회수천 계곡이 흐르는 곳이니 명당이라 할만하다.

 

약천사 주차장 구석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내려가면 대포동 마을길로 이어진다.

 

약천사 서쪽으로 흐르는 회수천을 건너 대포동 마을길을 지나 미리 예약해 놓은 숙소에 도착한다. 뷰티플 하우스라는 펜션에서 하룻밤 쉬어간다. 밤에도 푹푹 찌는 열대야 속에서 에어컨과 선풍기를 돌리며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올레  21코스와 7코스 절반과 8코스 일부까지 걸은 강행군 속에 무사히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다음날 아침, 쾌청한 하늘은 오늘도 태양과의 힘겨운 싸움이 있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잠시 동안 "이어도로" 도로변을 걷는다.

 

"이어도로" 도로변을 걷던 올레길 8코스는 해안 쪽으로 좌회전하여 마을길과 농로를 지나 해안으로 나간다. 해안가 몽돌길, 바위길을 한 바퀴 돌아 다시 대포 포구 인근의  "이어도로" 도로변으로 나온다.

 

해안에서 동쪽을 바라본 풍경. 강렬한 아침의 태양이 흰구름을 밟고 올라서며 은빛 물결을 뿌린다. 눈부신 아침의 태양은 서귀포 대포동의 현무암 해변을 더욱 검게 보이게 한다.

 

때로는 풀이 있는 오솔길, 때로는 울퉁불퉁 몽돌길을 걸으며 해안을 돌아 걷는다.

 

갯바위에 꽂아 놓은 올레 리본을 지나니 올레 8코스 19.6Km 중에 3Km 지점이라는 표식이 나온다. 아직도 16.6Km나 남았다. 거리만 보면 정말 아찔한 거리다. 8코스를 끝내고 9코스까지 걸을 예정이니 얼마나 남았는지를 생각하면 도움 될 것이 없다.

 

해안가 건물 벽에 있는 갯강구들이 인기척을 느끼고는 도망치려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강구는 바퀴벌레를 의미하는 경상도 사투리로 바다 바퀴벌레라는 의미이지만 갯강구는 바퀴벌레와 같은 곤충이 아니고 갑각류이다. 가까운 사촌이라면 쥐며느리나 콩벌레를 들 수 있다. 모두 청소부 역할을 하는 생물로 갯강구는 바다에 떠밀려온 물고기의 사체나 기타 쓰레기를 먹고 산다. 바닷가 축축한 곳에 무리 지어 산다.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것 말고는 피해 주는 일은 없다. 땅에서는 새들이 잡아먹고 물에 빠지면 물고기가 잡아먹기 때문에 해변가 올레길을 걷다 보면 인기척을 느끼고 쏜살같이 도망가는 갯강구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낚시 미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해안을 돌아 내륙으로 나가는길, 대포 포구의 방파제가 시야에 들어온다. 키가 큰 소나무와 소나무를 감싸며 올라가는 덩굴이 연리지처럼 하나의 나무처럼 보인다. 달리 보면 소나무는 "따라오고 싶으면 따라와!" 하며 키를 키우면서 달아나고, 덩굴은 스토커처럼 따라붙지만 소나무 잎 때문에 더 이상 위로는 올라가지 못하는 형국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포 해안을 돌아 다시 "이어도로" 도로변으로 나온 올레길은 대포 포구로 향한다.

 

대포 포구는 작은 어항이지만, 요트 투어나, 제트 보트, 제트스키, 보트에 줄을 매달고 하늘을 나는 파라 세일링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대포 포구를 지나 대포 연대로 가는 길에 한 농가에서 길에다 열린 가게를 차려 놓고 하귤을 1개에 1천원씩 팔고 있었다. 약천사 경내 나무 아래에 떨어져 있던 수많은 하귤은 손을 대지도 못했는데 이 아침 하귤을 맛보게 된다. 누군가는 자몽, 레몬, 한라봉이 섞인 맛이라고 하는데 단맛이 강하지는 않고 쓴맛이 조금 있지만 나름 먹을만했다.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에 입안에 상쾌함을 더해 주었다. 청을 담가 먹기도 하고 속살을 가지고 음료수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고 한다.

 

큰 규모를 가진 카페 우측을 지나면 중문 단지 축구장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만난다. 도로 옆에 세워진 시비에 새겨진 이양우 님의 "유토피아의 해변"이라는 시가 있었는데 이곳 이후로 이어지는 절경을 제대로 표현한 것이다 싶다.

 

이곳 대포 앞 바다
태고의 숨결이 숨 쉬는 곳
하얀 포말이 춤을 춘다
 
최병창 선생의 저택 바로 코앞
신비의 파도율동
저음과 고음이 어우러지는 곳
 
탐라의 파도 춤을 춘다
시원의 역사 주상절리
비늘 터는 일출이 아름다워라

 

해변을 따라 이어진 도로를 따라 중문 단지 축구장으로 향한다.

 

중문 단지 축구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장 중의 하나였던 제주 월드컵 경기장과 함께 2002년 월드컵 연습 경기장으로 만들어진 천연 잔디 구장이다. 제주 월드컵 경기장은 이름은 제주지만 위치는 인근 서귀포시 법환동에 위치해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함께 유치 신청을 했는데 제주시가 탈락하고 서귀포시가 선정되었었다고 한다. 접근성이나 2.7배에 이르는 인구로 보면 제주가 낫게 보이지만 그 당시 서귀포시가 선정된 것은 지역 안배와 뛰어난 경관 등의 이유가 작용했다고 한다. 2002년 한국전 승리를 축하한다고 아이를 목말 하여 강남대로로 나가서 국민들과 함께 환호성을 지른 추억이 떠오른다. 

 

중문 단지 축구장 옆을 지나면 횃불과 연기로 신호를 전달했던 대포 연대를 만난다. 평상시에는 1개를 피우다가 수상한 배가 나타나면 2개, 그 배가 접근하면 3개, 상륙하면 4개, 싸움을 시작하면 5개를 올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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