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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항을 떠난 해파랑길 45코스는 속초 등대를 지나 영랑호 걷기를 시작한다.

 

해파랑길 45코스는 영금정 앞에서 길을 돌아 영금정 아파트 골목길로 우회전하여 해안길을 따라 등대 전망대 방향으로 이동한다.

 

바포가 바위에 부딪히면서 거문고 같은 소리가 나서 영금정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일제강점기 바위들이 파손되면서 더 이상 그 소리는 들을 수 없다고 한다. 어떤 소리였을까? 무척 궁금하다. 

 

길은 속초등대를 들렀다가 가지만 몸 상태가 힘들다면 해안길을 그냥 돌아도 길을 다시 만나므로 등대만 생략하고 길을 이어 갈 수 있다. 옆지기에 물으니 그냥 올라가자고 한다. ㅎㅎ. 가파른 철계단을 올라서 속초 등대로 향한다.

 

조금 가파른 계단을 헉헉대며 올라야 하지만 등대 전망대에 올라서면 속초 앞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풍경을 만난다.

 

등대 바로 앞으로는 영금정과 동명항이 보이고 멀리는 속초 아이 대관람차가 있는 속초 해수욕장과 외옹치항 뒤편의 롯데 리조트도 보인다. 전망대에서 보니 속초 앞바다에 조도라는 작은 섬이 있는 것도 알게 된다. 이름처럼 사람이 살지 않고 무인등대 하나 있는 새들의 섬이다. 속초 8경에 속한다고 한다. 

 

속초 등대 아래쪽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한국전쟁 이후 1950년대에 세워진 속초 등대는 실내 계단을 통해 사진에 보이는 난간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곳이었다. 그것도 무료로 올라갈 수 있는 장소였는데, 그만 그것을 모르고 지나치고 말았다. 저위로 올라가면 막힘없이 360도 모두를 볼 수 있었는데 정말 아쉽다. 그래서 속초 8경 중 이곳이 1경이라고 한다.

 

등대를 빠져나가는 길에는 전국의 주요 등대들을 부조로 전시해 놓았다.

 

데크 계단을 통해 해안로로 다시 내려간다. 계단 중간에서 바라본 영랑 해변의 모습이다. 해변 침식을 막기 위해 설치한 구조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변 침식 방지 구조물 덕택이었을까? 영랑 해변 인도 옆 테트라포드를 모래가 덮었다. 구조물과 해안 사이로는 반원형의 모래 해변이 나름 독특한 멋을 내고 있다.

 

멀리 속초 등대를 뒤로 하고 인도를 통해서 영랑 해안길을 걸어간다.

 

영랑 해안길을 직진해서 칠백 미터 앞의 장사항으로 바로 갈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해파랑길 45코스의 상당 부분, 8Km에 상당하는 영랑호 산책길을 놓치는 방법이다. 길은 사진교 다리 앞에서 좌회전하여 중앙로 도로를 횡단하여 영랑호 산책길로 진입한다.

 

영랑호 산책로에 들어선 첫 느낌은 그야말로 와! 하는 탄성이었다. 강릉 경포호도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았지만 경포호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아마도 영랑호는 호수와 산이 바로 이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는 하다. 

 

해파랑길은 남쪽 호숫가를 시작하여 북쪽 호숫가로 한 바퀴 도는 방식으로 길을 이어간다. 호수 서쪽과 북쪽은 아직 개발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남쪽은 시내와 인접한 까닭에 병원, 아파트, 리조트, 골프장까지 다양한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아파트 가격은 웬만한 수도권 수준이다. 이 아름다운 환경을 어떻게 잘 보전할지...... 호수 남쪽 산책길은 호수에 붙어서 가는 데크길이 있고 둑 위로 가는 산책길이 있으므로 사람이 많다면 적절하게 피해 갈 필요가 있다. 산책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다. 남쪽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생각하면 당연하다 싶다.

 

다양한 수생 식물들이 살아가는 호수는 호수가 살아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1990년 초만 해도 영랑호는 상류에 있는 콘도, 골프장, 아파트 단지에서 내려오는 하수가 호수로 그대로 들어오고 바닷물이 막히면서 악취가 풍기는 호수였다고 한다. 1993년부터 시작한 정화 사업으로 해수가 다시 유통되고 상류의 오염원이 호수로 그대로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등 지금의 모습은 많은 예산과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땡볕을 그대로 받다가 호수 옆 나무숲으로 들어오니 천국이 따로 없다. 인근에 사찰이 있어서 그런지 4월 초파일 연등이 걸려 있다.

 

숲길을 걷다가 만난 새 한 마리. 사람이 익숙한지 도망가지 않고 포즈를 취해준다.

 

경포호반을 걷는 길이 그냥 둥근 원형 길을 걷는 것이라면 영랑호 산책길은 이리저리 굽이치는 길로 한참 걷다 보면 지금 어디쯤이지? 하면서 위치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영량호의 매력이 아닐까?

 

우람한 나무들이 들어선 숲길을 지나며 나무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혜택을 주지만 후대의 자손에게 남길 수 있는 위대한 자산임을 돌아보게 된다. 하루 이틀 조경 공사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호수의 안쪽 깊게 파인 지점에서는 잠시 영랑 호반길 도로로 나오기도 한다. 속초시 동명동과 금호동이 만나는 지점이다. 시내와 이어지는 지점이다 보니 영랑 호수 공원이라는 팻말도 붙어 있고 영랑호 유래와 관련한 조각상도 세워져 있다. 영랑호의 이름은 사람의 이름에서 온 것인데 삼국 유사에 기록이 있다. 바로 신라 화랑 영랑의 이름이다. 금강산에서 수련을 하고 서라벌로 내려가던 길에 이곳 풍경에 빠져서 돌아가는 것을 잊어 버렸다는 이야기다.

 

정말 최고의 산책길을 걸어간다. 큰 나무와 작은 나무들이 어우러져 땡볕이 얼굴에 닿을 일이 없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옛날에는 악취가 풍기는 곳이었다는 것이 상상이 가지 않지만 이 마저도 개발의 유혹들을 이기면서 잘 버텨주기를 바랄 뿐이다.

 

영랑호의 아름다움은 나무가 절반은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영랑호 산책길의 모든 길이 이런 숲길은 아니지만 나무들을 잘 가꾸면 화랑 영랑이 반했던 영랑호가 그대로 지켜지지 않을까? 가장 큰 적은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이 벌이는 개발의 유혹을 어떻게 잘 이겨낼지......

 

논란의 중심에 있는 부교의 모습이다. 부교를 건너가면 걷는 거리를 상당량 줄일 수도 있다. 겨울이면 부교를 중심으로 결빙이 되는 곳과 결빙되지 않는 곳으로 나뉜다고 한다. 지금도 양쪽의 물결이 다르게 보인다. 시에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 추진한 것이라고 하고, 부교 중앙에 서면 설악산을 더 멋지게 조망할 수 있다고 하지만 부교가 미칠 생태적 영향은 호수에 사는 생명들만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지혜로운 선택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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