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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암 해변을 떠난 해파랑길 44코스는 물치항을 지나면서 양양군에서 속초시로 넘어가고 설악항 인근 속초 해맞이 공원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해안가 산책길이 좋은 정암 해변에 도착했다. 오늘 묵어갈 숙소가 위치한 해변이기도 하다. 아기자기한 조형물과 그림들로 색다른 풍경을 선사하는 곳이기도 하다. 15세기 낙산사 중수 당시 이곳 바위에 정을 박아 필요한 돌을 채취해 갔다고 정암리라고 부른다. 해안은 모래와 몽돌이 함께한다.

 

맑은 바닷물이 몽돌을 쓰다듬으며 지나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산책길로 몽돌소리길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설악해변에서 물치 해변까지 3Km에 이르는 산책로다.

 

통나무 기둥에 올려진 솟대, 벤치에 그려진 그림, 다양한 조형물까지 자연스러운 멋이 훌륭한 해변이다. 양양 비치 마켓 예술 작가들과 협업했다고 한다.

 

"노인과 바다"를 배경으로 조성해 놓은 헤밍웨이 파크. 해변 곳곳에서 감성이 묻어 난다.

 

북쪽으로는 물치항, 남쪽으로는 후진항을 두고 있는 정암 몽돌 해변에 설치된 갖가지 작품들을 바라보는 시선으로도 몽돌에 부딪히는 소리로도 가슴속 감성을 깨우는 해변이다. 푸른 바다의 잔잔한 물결과  하늘의 조각구름도 감성을 돋우는데 일조한다

 

정암 해변은 바로 뒤로 7번 국도가 지나가기 때문에 해변으로 접근하기가 조금 어렵지 않나 싶었는데 졸음 쉼터가 있어 차박 캠핑하는 분들도 상당히 많았다. 우리는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를 통해 국도를 건너서 에이트 호텔이란 곳에서 하룻밤 묵어 갔다. 평일이라 저렴했다.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오늘도 쾌청한 날씨로 하루를 시작한다. 해파랑길 44코스의 종점인 속초 해맞이 공원 표지판이 등장했다. 얼마 남지 않았다.

 

아침 햇살 속에 알록달록한 벤치를 만나니 기분이 더욱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좌측으로는 국도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 우측으로는 몽돌을 굴리는 파도 소리, 허리에는 폰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 소리를 들으며 물치항을 향해서 길을 이어간다. 드디어 해파랑길 끝에 위치한 DMZ 박물관이 58Km 앞에 있다는 표지판이 등장했다. 해파랑길 걷기도 종반을 향해서 가고 있다.

 

물치천을 건너기 직전 바라본 물치항의 방파제와 등대들. 물치천은 설악산 대청봉에서 발원하여 설악 저수지를 거쳐 강현면을 가로지르다 물치항 앞에서 동해와 합류하는 하천이다. 물치리는 아득할 물(沕), 검은빛 치(淄)로 상류에서 철성분 때문에 검은 물이 흘렀고, 이로 인해 깊고 검은 물치소가 있어서 붙은 마을 이름이라고 한다.

 

뒤돌아 바라본 후진항 방면의 모습. 강렬한 아침햇살을 받은 구름이 아름답다.

 

물치교를 통해서 물치천을 건너며 바라본 설악산의 모습. 파랑 하늘과 흰구름이 어우러져 장관이다.

 

물치 해변도 주차장이 넓어서인지 곳곳에서 차박 캠핑하는 분들이 많았다. 물치항 방파제 위에 나란히 서있는 송이 등대를 뒤로 하고 길을 이어간다.

 

"황금물결, 은빛 모래"를 자랑하는 물치 해변 표지판 앞에서 잠시 쉬어간다. 걷기 초반 화장실 다녀오기는 필수다. 

 

물치항을 지나면 바로 옆으로 유리 전망대가 있는 황금 연어 공원을 만난다.

 

황금 연어 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 북쪽으로는 속초 설악항의 모습이 보인다. 남쪽으로는 양양의 가장 북쪽에 있는 물치항의 모습과 함께 흰구름을 뚫고 내려오는 아침 햇살이 눈 부시다.

 

노란 황금 연어 조형물을 보고는 처음에는 색깔을 보고 초대형 미꾸라지를 형상화했나? 싶었다. 옆에 동그란 알을 보면 연어가 알을 낳는 형상이다. 연어가 번식기가 되면 혼인색으로 붉게 변하는 모습을 보고 황금 연어라 부른 것 같지는 않고 그 가치를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매년 가을이면 남대천 둔치 일원에서 열리는 연어 축제의 행사 중에는 "황금 연어를 잡아라"는 이벤트가 있는데 등수가 입력된 칩을 삽입한 연어를 맨손으로 잡으면 거액의 상금을 얻는 방식이라 한다. 

 

설악산 쌍천을 건너면 양양군에서 속초시로 넘어간다. 쌍천은 양양군과 속초시의 경계를 이루고 설악산 입구로 이어지는 설악산로도 이 하천을 따라 올라간다.

 

쌍천을 건너면서 바라본 상류와 하류의 모습. 태맥산맥의 여러 봉우리들이 보이지만 설악산의 주봉은 좌측 양양 쪽으로 있다. 대청봉을 기준으로 양양과 속초로 나뉘는데 한계령과 오색 쪽은 양양에 속하고 설악동 쪽은 속초에 속한다. 설악에서 바로 내려온 물이라 그런지 동해로 빠져나가는 물이 더 맑게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속초시는 면적의 절반이 설악산 국립공원임에도 강원도에서 크기가 가장 작은 도시이다. 그런데 인구는 8만이 넘어서 인구 밀도가 강원도에서 가장 높다. 대표적인 관광 도시로 38선 북쪽에서 가장 큰 도시다. 위도 상으로는 개성보다 더 북쪽이다. 크기가 작은 만큼 해파랑길 45코스에서만 속초를 걷고 46코스에서는 바로 고성으로 넘어간다.

 

속초 해맞이 공원은 여러 조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몇 가지 인상적인 작품들을 남겨 본다. "바다와 연인들"이라는 작품은 바닷속 풍경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악기를 포함시킨 멋진 작품이었다.

 

"여심"이라는 작품은 표정으로도 몸매로도 여유로움과 넉넉함을 느끼게 한다. 속초 해맞이 공원이라는 표지판도 있었지만 이곳의 정식 명칭은 설악 해맞이 공원이다. 

 

해파랑길 44코스는 설악 해맞이 공원 주차장에서 끝나고 45코스를 통해서 속초를 본격적으로 걷는다. 길 건너는 설악동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청년 시절 등산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없이 쓰지도 않을 텐트를 둘러메고 비가 주적주적 오는 가운데 친구들과 대청봉을 올랐었다. 대청봉 산장 근처에서는 거의 기어갈 정도였는데 오색 쪽에서 올라간 것 등 일부만 기억에 남고 다른 기억은 사라진 지 오래다. 신혼여행 때도, 아이들을 데리고도 저 입구를 여러 번 지나갔을 텐데, 걸으면서 보는 느낌은 완전히 새로운 장소 같다. 기억도 물이 흘러가듯 흘러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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