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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비치 삼척을 우회한 해파랑길 32코스는 증산 해변과 추암 해변을 거쳐서 촛대 바위를 돌아 추암 조각 공원을 지나서 추암역에 여정을 마무리한다.

 

쏠비치 리조트를 우회하느라 한동안 보지 못했던 바다를 다시 맞이 한다. 내리막길 아래에 보이는 정자가 있는 곳이 해가사의 터라는 장소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증산 마을비, 시루뫼라는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을 주변 산의 모양이 시루를 닮았다고 해서 시루 증(甑) 자를 써서 증산 마을이라 불렸다고 한다. 동해시와 삼척시의 경계에 있는 삼척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마을이다. 서울시 은평구에도 시루뫼라는 별칭을 가진 증산동이 있는데, 그곳은 시루는 구멍이 있어 복이 나간다고 비단 증(繒)으로 한자 표기를 바꾸었다고 한다. 마을비 뒤로 임해정이라는 작은 정자에서는 전망 좋은 풍경 속에서 잠시 쉬어 갈 수 있다.

 

삼국유사의 수로부인 설화에 나오는 해가사를 새겨 놓은 일명 "사랑의 여의주"라는 4톤짜리 돌이다. 안내에는 돌을 돌리며 소원을 빌어보라고 되어 있던데 4톤짜리라서 그런가? 아니면 힘이 약해서 그런가? 아니면 파손이 겁나서 그런지 나는 돌리다가 말았다. ㅠㅠ

 

해가사의 터 기념탑 뒤로 증산 해수욕장, 그 뒤로 멀리 촛대바위가 있는 추암 해변도 눈에 들어오고, 좌측 작은 산에 조성한 이사부 사자 공원도 눈에 들어온다.

 

수많은 발자국이 남겨진 증산 해변의 조용한 모습이다.

 

이사부 사자 공원의 전경과 주차장에 설치된 나무 사자 조각하나. 신라 장군 이사부가 삼척을 출발하여 지금의 울릉도인 우산국을 정복한 것은 알겠는데 사자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물썰매장 등 아이들을 중심으로 한 가족형 테마 공원이기 때문에 그냥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려 했나 보다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사부가 우산국을 복속시키는 과정에 사자가 이동된 것이었다. 삼국사기를 보면 이사부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산인은 어리석고 사나우므로 위력으로 복종시키기는 어려우니 계략을 써 굴복시킬 수밖에 없다. 이에 나무 사자를 만들고 전선에 나눠 실었다." 먼바다를 한참 건너가느라 지친 상태에서 거친 바다에 익숙한 우산국 병사들을 병력으로 굴복시키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낸 꾀가 한반도에서는 살지도 않는 거의 신화 속의 동물과도 같은 사자를 등장시킨 것이었다. 그것도 나무로 만든 사자로 말이다. 우산국 사람들은 생전 보지도 못한, 험악하게 생긴 동물을 풀어놓겠다고 하니 백기 투항하고 말았다. 속임수를 깨달은 다음에 우산국 사람들이 원통해했다고 하지만,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 했으니 이사부 장군은 최고의 전법을 구사한 것이었다.

 

공원 주차장 한쪽으로는 금줄이 쳐있는 증산 마을의 성황당이 자리하고 있다. 매년 섣달 그믐날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며 이곳에서 동제를 지낸다고 한다. 300년 된 회화나무가 지킴이로 우뚝 서있다.

 

증산 해변은 인근의 삼척 해수욕장만큼 크지는 않지만 아담하면서도 참 이쁜 모래 해변을 가지고 있었다.

 

해파랑길은 해변 쪽 데크길을 통해서 길을 이어간다. 오르막을 조금 올라야 한다.

 

오르막에 오르면 남쪽으로는 아름다운 증산 해변과 그 뒤로 쏠비치 리조트가 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촛대 바위가 있는 추암 해변이 보인다.

 

언덕에 오르면 이사부 사자 공원으로 이어지는 길 앞에는 배를 내놓은 나무 사자 한 마리가 우스꽝스럽게 길을 안내하고 있다.

 

언덕 위 데크길을 이어갈수록 점점 더 추암 해변으로 가까워진다. 그만큼 증산 해변은 멀어진다. 쏠비치에서 묵었던 사람들이 이곳을 거쳐서 촛대 바위까지 산책을 가는 커플이 여럿 있었다. 증산 해변과 추암 해변 사이에는 이사부 사자 공원이 위치한 작은 산이 있고 해파랑길도 산을 넘어오기는 하지만 두 해변은 좁지만 서로 해변이 연결되어 있다.

 

증산 해변처럼 아담한 크기의 추암 해변이다. 두 해수욕장 모두 양쪽으로 작은 언덕을 두고 있는 독특한 형태다. 위에서 바라보니 모래 해변 앞 바닷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물이 맑다.

 

추암 해변의 오토 캠핑장. 저 좋은 모래 해변과 맑은 물을 보니 여기가 캠핑 명당이겠다 싶다. 평일인데도 캠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추암 해변부터는 삼척을 떠나 동해시이다.

 

조용한 평일 오전의 추암 해변에는 오리 한쌍이 일광욕 중이다. 모래 해변과 조각 공원, 기암괴석 바위가 있는 아름 다운 풍경을 가진 해변이다.

 

해파랑길 33코스 표지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32코스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작은 다리를 건너고 계단을 올라 촛대 바위를 보고 조각 공원을 한 바퀴 돌아서 내려오면 추암역 앞에서 32코스를 마무리하게 된다.

 

능파대라 이름이 붙어있는 전각. 능파대는 촛대 바위 일대를 부르는 말로 조선시대 한명회가 붙인 이름이다. 능파는 "물 위를 가볍게 걸어 다닌다"는 의미로 주위 풍경을 미인의 아름다운 걸음에 비유한 것이라 한다. 하천에서 내려온 흙과 파도가 옮겨온 모래로 육지화된 섬과(육계도) 바위 지대를 통칭하는 이름이다.

 

서울 광화문의 정동방이 강릉의 정동진이라면 남한산성의 정동방은 이곳 추암 해변이라는 안내이다. 기준에 따라 정동방은 다양할 수 있지 하며 넘어가려는데, 안내문을 보니 남한산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당시 인조가 무릎을 꿇었던 삼전도의 굴욕으로, 학창 시절 소풍 갔던 추억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역사가 삼국 시대까지 올라가 신라 문무왕이 처음 축조했다고 하니, 역사는 시험과 드라마에 나오는 것만 배우고, 기억한 것 아닌가 싶다.

 

이곳의 주인공 촛대 바위다. 추암은 송곳 바위라는 의미인데 바로 촛대 바위의 또 다른 의미이다.

 

촛대 바위를 지나면 이제 동해 해암정을 지나 출렁다리를 향해서 간다.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출렁다리가 멀리 보인다.

 

고려 공민왕 당시 고위 관료를 지내던 심동로가 고향으로 돌아와 후학을 양성하며 여생을 보냈다는 해암정이다. 정자에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중종 때 후손이 다시 지었다고 한다.

 

해암정 뒤에서 촛대 바위로 이어지는 바위들이 일품이다. 파도와 바람이 석회암을 깎아 만든 지형으로 라피에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라피에 지형이 세계 자연 유산인 중국 윈난성의 석림인데 능파대를 한국의 석림이라 부른다고 한다.

 

72미터 출렁다리를 건너면서 바라보는 바다도 끝내준다. 어떻게 저렇게 맑을 수 있는지...... 당장이라도 다이빙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맑은 바다, 아침 햇살,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풍경은 해파랑길의 동해에서 누릴 수 있는 축복이 아닌가 싶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거대한 동해항 방파제가 시선을 가로막는다. 

 

산책로를 이어서 걸으면 추암 조각 공원 외곽에서 공원 안으로 진입하게 된다.

 

일출 명소답게 다양한 조형물로 공원을 장식해 놓았다. 공원 정상부에 있는 "Lovely 동해"라는 문구가 도시 슬로건치고는 감성적이다, 독특하다 싶었는데, 실제는 "동트는 동해", "동북아의 지중해"라고 한다.

 

야외 조각 공원답게 다양한 재질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사람을 돛으로 형상화한 "The Sailer"라는 작품도 단순하지만 인상 깊었던 작품이었다.

 

파도소리-기다림이란 작품. 고동에 귀를 대고 바다의 소리를 들어 보려는 사람의 마음을 표현한 듯하다.

 

드디어 추암역 앞에서 대장정의 32코스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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