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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리를 떠난 해파랑길은 917번 지방도로인 망양정로를 따라서 걸어간다. 태백산맥이 바다를 만나 급하게 멈추어 버린 듯한 산자락을 감싸며 걸어가는 길이다. 

 

길은 매화면 오산리에서 근남면 진복리로 넘어간다. 계속 도로변을 따라 걸어야 하는데 길에 도보길이 따로 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좌우 어떤 곳으로 걸어야 할지 애매할 때가 있다. 차가 많지 않아서 차들이 알아서 비켜가기는 하지만 상호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가끔씩 둘이서 이야기라도 하는 상황이 되면 의도치 않게 도로를 점거해 버리므로 주의해야 한다. 도로 자체가 좁은 구간에서는 정말 난감했다. 어떤 분은 이런 상황이 거슬렸는지 트럭 창문을 내리더니 저기 한쪽으로 가세요! 한마디 내뱉고 가버린다.

 

바위에 뚫린 작은 구멍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한그루. 생명의 신비는 정말 대단하다. 저 단단한 바위틈에서 과연 얼마나 더 살아낼지......

 

해파랑길을 걷다 보면 자주 스쳐 지나가는 것 중에 하나가 양식장이다. 바다 옆에 위치하여 맑은 바닷물을 계속하여 끌어올리고 양식장을 한 바퀴 돈 물은 다시 바다로 내보내기 때문에 물을 끌어올리는 파이프와 콸콸 쏟아져 나오는 배출수를 목격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배출수에서 혹시 먹을 것이라도 있을까 하며 갈매기들이 몰려 있는 것도 특징이다. 그런데, 진복 방파제 인근에 커다란 배관이 하나 올려져 있었다. 모양을 보니 물을 끌어들이는 입수구 쪽에 붙이는 배관을 교체하려는 모양이다. 저런 것이 바닷속에 들어가서 바닷물을 끌어올리는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 생선이든 고기든 사람의 입에 들어오기 위한 과정이 보통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로컬 푸드의 환경적,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귀중한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마을 안내를 보면 진복 2리를 동정(洞庭)이라 불렀다는데 호수 같은 앞바다가 양자강 유역에 동정호와 비슷하다고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동정호는 서울시 면적의 다섯 배나 되는 면적을 가진 호수다.

 

진복항 마을 길바닥에 그려놓은 3차원 그림. 발을 밟으면 물에 빠질 것 같은 느낌이다.

 

방호벽으로 누워 버린 전봇대 하나. 기울어진 상태로 기념물처럼 그냥 놓아둔 것으로 보였다.

 

진복 2리에서 진복 1리로 넘어가는 길에 있는 작은 모래 해변.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해변이란 티가 난다.

 

마을 입구에서 길을 턱 하니 막아서 바위 하나. 작년 사진만 봐도 멀쩡하던 바위인데 한쪽이 쩍 갈라져 있다. 누군가는 아무 생각 없이 치워버려! 하겠지만 소나무와 함께하는 바위가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진복 1리 앞 방호벽 위에 앉아서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잠시 쉬어간다. 진복리라는 이름은 마을 뒷산이 진복봉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복리 앞바다로는 기암괴석들이 나름의 이름을 붙여달라고 기다린다.

 

해파랑길을 걸으며 가장 난감할 때는 화장실을 찾지 못할 때가 아닌가 싶다. 진복리 구간을 지날 때도 그랬다. 해수욕장도 없고, 어항이나 마을을 지날 때면 하나씩은 있던 공중 화장실을 얼마간 만나지 못한 상황이었다. 오래간만에 만난 화장실이 문이라도 잠겨있으면 더욱 난감해진다. 그러다가 "보통 식당" 근처에 있는 공중 화장실을 발견했는데 아래가 뻥 뚫린 재래식 화장실이었다. 위의 사진에서 멀리 보이는 벽돌 건물의 남녀 화장실은 지금까지 만난 재래식 화장실 중에 최고 수준이었다. 재래식 화장실도 사용하기 나름, 관리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을 했던 시간이었다. 사실 재래식 화장실은 환경적으로 많은 장점이 있는 화장실이다. TMB 걷기 당시 알프스 산장에서 톱밥으로 재래식 화장실을 만들어 놓았던 기억도 새롭다.

 

진복리 방면으로 돌아본 해변의 모습. 가끔씩 멈추어 서서 뒤돌아보면 정면만 보며 걸을 때 만나지 못하는 환상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수많은 기암괴석 중에 확실하게 이름을 가진 물개 바위. 누구도 아니라고 부인할 수 없는 모양새다.

 

해안으로도 기암괴석이 많지만 해안길이 감싸며 돌아가는 길 좌측도 바위산이다. 바위산이지만 그 위로 소나무들이 빼곡한 것도 신기할 따름이다.

 

길쭉한 바위 위에 불꽃 모양처럼 서있는 소나무가 정말 촛불 모양이다. 이 또한 촛대 바위라는 이름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안내판을 보니 도로 개설 당시 제거 대상이었다는데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보존했다고 한다. 잘 보존했다 싶다.

 

무수한 갯바위들이 널려있는 해변에도 미역을 끌어올리기 위한 거치대가 방호벽에 설치되어 있다.

 

드디어 산포리에 들어선다. 산포리는 둔산동과 세포동이 합쳐지면서 생긴 마을로 망양정이 위치하는 등 해파랑길 25코스도 이제 끝이 보인다.

 

산포리 작은 어항은 낚시꾼들의 차지다. 걷고 있는 망양정로를 이어가면 망양정로 끝에서 해파랑길 25코스의 종점인 수산교 하단을 만나고, 왕피천을 따라 계속 직진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알려졌다는 성류굴을 만날 수 있다. 삼국유사에도 등장하는 동굴이다.

 

산포리 어항을 지나면 널찍한 도로변이 나오는데 여기서 배낭과 신발을 벗고 방호벽에 올라앉아 간편 김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날씨도 좋고 조용한 몽돌 해변을 감상하며 식사하고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 한잔을 하는 여유가 참 좋다.

 

휴식 시간을 끝내고 길을 이어 가려는데 방호벽 그림이 발길을 붙잡는다. 파도 소리와 바람만이 유일한 관람자일 수도 있는 이 한적한 곳에 벽화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섬세한 그림을 그려 놓았다.

 

섬세한 붓 터치로 바닷속 풍경을 그린 화가는 어떤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감탄이 절로 나온다. 떠나기가 아쉬운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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