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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불 해수욕장을 지난 해파랑길 23코스는 평탄한 해안길을 통해서 병곡리를 떠나 백석항과 금곡리를 지나서 영덕군을 지나 울진군 후포면 금음리에 이른다. 

 

고래불 해수욕장 끝자락에는 묵어 갈 수 있는 다양한 숙소들이 있었다. 해파랑길도 숙소들이 몰려 있는 곳을 지나가므로 숙소 선택에 부담이 없다. 

 

우리는 이번 여행 첫날 21코스와 22코스를 이어서 걸은 피곤함을 고래불 모텔에서 풀고 갔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나름 깔끔한 곳이었다. 주인장이 전기장판 코드도 챙겨주고, 걷거나 사이클 타는 사람들이 많이 묵는데 시간이 늦으면 차량도 없어서 저녁 식사를 못하니 부지런히 챙겨 먹어야 한다는 조언도 해주셨다. 23코스는 부담이 없으므로 숙소에서 넉넉히 쉬고 천천히 출발했다. 숙소 앞의 푸른 동해 바다가 오늘의 즐거운 걷기를 예고해 주는 듯하다.

 

병곡 1리 마을길을 떠나 백석 해수욕장 방면으로 이동한다.

 

백석리, 백석항, 백석 해수욕장 때문일까? 7번 국도와 나란히 해변으로 이어지는 2차선 도로의 이름은 흰돌로이다. 백석 해수욕장이 나올 때까지 양식장 등을 지나치며 흰돌로 도로변을 걷는다.

 

양식장을 지나 공터에 이르니 동해 바다 수평선과 나란한 공터의 풍경이 여백이 많은 추상 작품 같다.

 

백석 해수욕장은 간이 해수욕장으로 고래불 해수욕장에 비하면 아주 아담한 크기다. 북쪽으로는 백석항이 눈에 들어오고 남쪽으로는 어제 지나온 관어대가 있는 상대산도 보인다.

 

백석 1리 방호벽에는 타일로 해안 풍경을 담아 놓았다. 전국의 백석리라는 이름이 붙은 다른 마을처럼 이곳도 마을 북쪽에 하얀색의 큰 돌이 있어서 백석리라고 불렸다고 한다.

 

영덕군 시내버스의 시그니처인 노란색 미니버스 정류장이 참 정겹다. 도시 지역만큼 자주 있는 버스는 아니지만 강구로 나가는 길에서도, 영덕 터미널에서 해맞이 공원 갈 때도 친절하신 기사님 덕분에 편하게 이동했던 기억에 남는다. 

 

일요일 정오를 향하는 시각,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품은 백석항은 아담하고 깔끔한 모습이다.

 

백석항에서 칠보산 휴게소 가는 길의 백석리 해변에는 휴일을 맞아서 겨울 바다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각양 모습으로 바다를 즐기고 있다. 수평선 바라보며 멍 때리는 사람, 파도와 밀당하는 사람, 자갈에 눈독을 들이는 사람, 긴 장대 들고 파도에 밀려오는 제철 미역을 기다리는 사람. 겨울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미소를 짓게 한다.

 

긴 장대로 파도에 떠밀려오는 미역을 건지는 모습은 영덕, 울진 지역에서는 자주 목격되는 장면인데, 긴 장대 끝에 닻처럼 소나무를 단단히 묶은 도구를 까꾸리라고 부르고 이 까꾸리를 들고 파도에 밀려오는 미역을 건지는 작업을 풍락초를 건진다고 한다. 자연산 미역을 살짝 데쳐서 상큼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이란, 상상만 해도 군침이 돈다.

 

23코스 4Km를 지나는 지점. 지금까지 같이 했던 흰돌로는 이제 7번 국도와 합류한다.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7번 국도변이라 시끄럽기는 하지만 편안한 데크길로 걸을 수 있다. 좌측 길 건너편으로 칠보산 휴게소가 있다. 4차선 국도라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앞쪽에 보이는 산 사이 계곡 쪽으로 들어가면 유금사로 이어지는 도로가 있고 유금사를 통해 811미터 칠보산에 오를 수도 있고, 등운산(767.8m)과 국립 칠보산 자연 휴양림으로 갈 수도 있다.

 

국도변 쉼터에서 잠시 쉬어간다. 신발도 벗고 도시락도 꺼내서 든든한 점심도 챙겨 먹는다. 숙소에서 준비한 간이 김밥은 해파랑길 걷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 식당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고, 허기가 오기 전에 앉을자리만 있으면 끼니 해결이 가능하니 체력 유지 측면에서도 시간 관리 측면에서도 장점이 많다. 몰론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조미김, 소시지, 단무지, 우엉으로 작은 크기의 간이 김밥을 준비하는 것이니 맛도, 시간도 아낄 수 있는 검증된 방법이다. 쉼터에서는 영덕의 끝인 금곡리도 보이지만 아주 멀리 23코스의 종점인 후포항 부근도 눈에 들어온다.

 

쉼터에 앉아서 김밥을 입안 가득 넣고 차근차근 씹으면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 또한 일품이다. 평화로운 바다 위를 배 한 척이 유유히 지나가는 모습은 매일 컴퓨터 스크린을 보는 직업을 가진 이로서는 최고의 화면 보호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쉼터를 벗어나 7번 국도를 따라 도로변을 걷다 보면 유금천을 건너야 하는데 7번 국도와 동해선 철로 아래를 돌아서 해변으로 다시 나오는 방식이다. 유금천이라는 이름은 아무래도 칠보산 아래의 유금사와 연관이 있는 듯하다. 유금사는 신라 선덕여왕 당시 자장율사가 세운 사찰로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신라 시대 3층 석탑이 남아 있다.

 

금곡리 해변 나와서 바라본 남쪽 풍경. 자갈 해변이 독특하고 아주 멀리 희미하게 21코스의 죽도산과 전망대도 보인다.

 

금곡리 방파제를 지나서 해안길을 조금 걸으면 이제 영덕군과도 안녕이다. 포항 지경리에서 영덕 부경리로 넘어오면서 처음 만났던 영덕 블루로드 안내판도 고래불 해수욕장에서 마지막 안내판을 만났다.

 

통상 시군 경계를 넘어설 때는 산 능선이나 하천이 있기 마련인데 이곳은 아주 작은 오솔길 하나로 한쪽은 영덕이고 다른 한쪽은 울진이다. 아마도 산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서 경계선을 정했나 보다. 후포면 금음리로 울진군 걷기를 시작한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금음리 바다가 첫인사를 건넨다.

 

울진으로 들어선 지점에 23코스 7Km 지점이라는 표식이 붙어 있다. 이제 울진군 후포면이라는 지역 표식도 명확해졌다. 버스 정류장도 노란 미니버스 모양이 독특했던 영덕군의 버스 정류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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