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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포 해변을 떠난 해파랑길 18코스는 방어리와 국립수산과학원 사료연구센터를 지나서 조사리에 이르고 모래와 몽돌 해변이 인상적인 조사리 해변을 거쳐 방석리에 도착한다. 방어리 일부 구간은 북파랑길의 새로운 데크길로 길을 이어가고 조사리 해변에서는 건천인 하천 구간을 다리 대신 해변으로 걷는 모험도 감행한다.

 

원래의 해파랑길은 월포 해변을 지나면 얼마 동안 해안 도로를 따라 도로변을 걷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방파제 안길로 들어와서 방파제를 넘어 해안가 바위 위로 조성된 데크길을 걷는다.

 

앞쪽으로 방어리 어항이 보인다. 이 지역의 암석들은 유난히 녹색을 띤 것들이 많다. 점토질의 퇴적암 같은 경우 암석 자체가 녹색을 보인다고 하는데 암석 자체 성분보다는 외부의 어떤 요인 때문에 착색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현상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을 텐데......

 

방어리 해안 데크길은 작지만 방어리 해안의 기암괴석, 솔숲,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데크길을 통해서 방어리 어항으로 진입한다.

 

방어리 어항을 지나 길을 이어간다. 그런데, 방호벽 가까이 붙여 놓은 고무통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뚜껑까지 줄로 꽁꽁 싸맨 것을 보면 장기간 보관하는 뭔가 중요한 것이 들어 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멸치와 소금을 켜켜이 쌓아서 젓갈로 담아 놓은 것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동해안의 대표 생선에 손꼽히는 가자미를 줄줄이 매달아서 말리고 있다. 나도 그렇고 많은 도시민 들은 반건조나 냉동 가자미를 접할 기회는 많았는데 가자미를 꾸덕꾸덕하게 완전히 말리고 있는 것은 처음 본다. 비린내도 없고, 쫄깃한 맛에 찜이나 튀김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겨울에 가자미 말리기에 도전할 수 있을까?

 

방어리 해안길을 걷다 보면 국립수산과학원 사료연구센터를 지난다. 보통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먹이는 생사료와 배합 사료로 나눌 수 있는데 이곳은 여러 일도 하겠지만 간단히 말하면 어종 별로 적절한 배합 사료를 연구하는 곳이라 하겠다. 정부에서 말하는 생사료의 문제점은 우선 해양 자원 고갈과 가격 유동성이다. 사료로 사용하는 것이 치어나 작은 물고기다 보니 남획으로 물고기 씨를 말릴 수 있고, 사료용 물고기의 어획이나 수입 가격이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물고기들의 건강과 환경오염에 대한 것으로 생사료의 경우 병에 걸린 물고기나 균에 감염된 먹이에 취약할 수 있고 물고기들이 먹다 남은 찌꺼기로 인한 양식장과 주변 바다 오염 문제가 있지만 배합 사료는 균일화된 품질과 사료가 물에 뜨기 때문에 소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배합 사료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양식 어민들은 여전히 생사료를 많이 선호하고 있는데, 사료의 원가도 낮고 물고기가 살도 잘 쪄서 소비자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배합 사료의 주성분을 보면 멸치 어분과 대두박, 소맥분이었다. 곤충이나 효모를 먹이로 주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생사료로 어린 치어를 사용하는 것은 정말 개선되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사료 연구 센터 근처 넓은 해변으로는 낚시하는 사람들도 많고, 양식장 배수구 쪽으로는 찌꺼기를 먹겠다고 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멀리 조사리 방파제가 눈에 들어온다. 사료 연구 센터를 지나면 청하면 방어리에서 송라면 조사리로 넘어간다.

 

찬바람이 부는 평일 오후인데도 조사리 방파제는 낚시꾼들로 북적인다. 양팔 간격으로 나란히 선 듯이 낚시를 하고 있다. 아무래도 낚싯대를 담그기만 하면 뭔가가 올라오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저런 모습을 보면 나도 저들 중에 섞여서 대물을 낚아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조사리 어항을 지나서 해안길을 따라 조사리 해변으로 간다. 조사리는 고려말 원각 조사라는 고승이 태어난 곳이라 해서 조사리라 불렸다고 한다. 대사, 법사는 들어보았어도 조사라는 말이 생소한데, 조사(祖師)란 호칭은 1종 1파를 세운 스님을 일컫는 말이라 한다.

 

조사리 해안을 돌아가면 바다 건너 봉화산 자락에 있는 오늘의 목적지인 화진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조사리 해변으로 가는 길은 광천이라는 하천을 건너야 하기 때문에 원래의 해파랑길은 조사교라는 다리를 건너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태백산맥 줄기의 내연산, 향로봉, 천령산 자락에서 내려오는 광천이라는 하천은 수량이 많지 않아 송라면 면사무소 근처에서는 이미 건천에 가깝고 바다와 만나는 부분에서는 민물을 구경할 수도 없는 수준이라서 해안 방호벽 아래로 내려가 위의 그림과 같은 하천 길을 그냥 횡단하기로 했다.

 

하천을 그냥 횡단하다 보니 해안 가까이를 걸을 수 있었고 조사리의 아주 작은 알갱이의 몽돌 해변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모래처럼 보여도 모래가 아니라 아주 작은 알갱이의 몽돌들로 이루어진 정말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하얗게 부서지며 길게 밀려오는 파도에 도망갔다가 쫓아갔다가를 반복하며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조사리 해변은 간이 해수욕장이라 부르는데 작은 만의 모양을 가지고 있는데 가까운 바다는 에메랄드 빛이고 조금 먼바다는 짙은색으로 색이 구분되어 보였다. 아무래도 물 깊이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작은 몽돌을 쓰다듬고 돌아가는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환상적인 해변이었다.

 

해수욕장 바깥쪽의 길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드디어 18코스의 종착지인 화진 해수욕장 표지판이 등장했다.

 

조사리 해변 끝자락에서 바라본 방석리 방파제 방향의 모습과 조사리 방향의 전경이다. 해변 끝자락은 파도가 덜해서 그런지 굵직한 자락들이 제법 있다. 이곳은 독석리 조약돌 해안이라고도 하는데 독석리에서 조사리로 이어지는 해변은 LST 상륙함이 바로 접안이 가능할 정도로 수심이 깊어서 해병대의 상륙 훈련에 최적지라고 한다. 조사리 해변 끝자락에서 방석리로 가는 길은 해안의 자갈길을 지나서 가야 하기 때문에 조금은 거칠다. 그래도 푹푹 빠지는 모래길보다는 양반이다.

 

방석리 방파제에는 독특한 벽화가 하나 그려져 있는데 흰 수염고래, 범고래, 흰돌고래, 고래상어, 듀공, 상어, 명태와 함께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황제펭귄, 붉은 바다거북, 북극곰이 방파제에서 육지 쪽을 향하도록 그려져 있다. 모두 멸종 위기종이라 한다. 방석리라는 이름은 일제강점기 당시 방화 마을과 독석 마을의 이름을 합쳐 만든 것이라 한다.

 

현재의 방석 2리가 독석리에 해당하는데 바로 이곳이 국군 3사단이 북한군 5사단의 포위 위협을 느끼고 LST 상륙함 4척을 독석리 해안에 접안시키고 군인과 민간인을 포함하여 1만 2천여 명을 구룡포로 안전하게 철수시킨 독석리 철수 작전의 현장이다. 소설적 요소가 가미된 영화 고지전의 모티브가 된 역사적 배경이다. 몇 년 전 영화로 보았던 2차 대전 당시의 덩케르크 철수작전과는 규모에 있어 비교가 되지 않지만 엄청난 희생을 치른 덩케르크 철수작전과 다르게 독석리 철수 작전은 아무런 희생자가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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