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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환리를 떠난 해파랑길 16코스는 마산리를 거쳐서 하선대 선바우길을 지나 입암리에 도착한다.

 

둘레길 왕짜장에서 든든하게 점심을 먹은 우리는 흥환교를 건너서 해파랑길 16코스를 시작한다. 만약 마트나 식당을 들리지 않고 15코스에 이어서 16코스를 이어간다면 해안 쪽으로 놓인 인도교를 통해서 길을 이어가도 된다. 물론 이런 경우에는 해파랑길 도장을 찍을 수 없다. 스탬프 함은 흥환교 근처에 있는 해파랑 가게인 흥환 마트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흥환리 보건 진료소 앞을 지나서 해안으로 나오면 개천을 건너는 인도교 앞에서 좌회전하여 데크길을 통해 길을 시작할 수 있다.

 

흥환 간이 해수욕장. 바깥쪽으로는 모래와 몽돌이 섞인 조용한 해수욕장이다.

 

간이 해수욕장이라고는 하지만 흥환 해수욕장은 해안도로 바로 옆으로 위치하고 있고, 상업 시설의 때가 거의 없으면서도 규모가 작지 않은 해수욕장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안가 갯바위를 후려치던 파도도 모래와 몽돌 해변이라 그런지 잔잔해 보인다. 해안을 가리는 산 그림자가 점점 짧아질수록 몸이 느끼는 한기는 점점 옅어지고 배낭을 지고 있는 등에는 땀이 조금씩 베이기 시작한다.

 

흥환리에서 입암리로 가는 길은 선바우길이라 하여 자연이 해안 절벽에 만들어 놓은 각종 기암괴석 작품들을 감상하여 걸을 수 있다. 예전 같으면 미끄러지는 갯바위의 위험을 감수하며 신발을 적셔야 다닐 수 있던 곳인데 바다 위 데크 길을 통해서 럭셔리하게 감상할 수 있다.

 

신랑 각시 바위. 조금 있으면 풍화에 그 흔적이라도 남을까 염려되는 모습이지만, 어찌 보면 세상 풍파에 시달리다가 이 세상을 떠날 우리 부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구멍이 있는 부분을 미인 바위라 부른다고 한다. 뽀얀 바위 색깔과 얼굴 형상이 있어서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다.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는 갯바위들.

 

몽돌 해변 중간에 놓인 계단을 보니, 이전 코스에서 해변에 놓인 계단을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갔다가 군부대 앞에서 당황해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해파랑길 리본이 없다면 길이 아니니 올라가서는 안된다. 해안 데크길을 통해서 길을 이어간다.

 

온통 바위 투성이지만 작은 공간에도 뿌리를 내린 소나무의 생명력에 감탄이 나온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아무런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상황에서도 그 상황에 온 신경을 빼앗기지 말고 정신을 차리면 삭막한 바위틈에도 뿌리는 내리는 소나무처럼 길이 열릴 것이다.

 

비문 바위. 바위 위에 올려진 작은 자갈들이 꼭 머리 모양 같다.

 

뒤돌아본 선바우길. 아름다운 산책길이었다.

 

마산리 방파제를 지나면 하선대로 이어 갈 수 있다. 마산리는 마을 뒷산의 모양이 말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마산리라고 하는 말도 있고, 뒷산에서 말을 놓아길렀다고 해서 마산리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도 있다. 창원시에 합쳐져서 지금은 폐지된 경남 마산시와 한자도 같다.

 

먹바우(검둥바위).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삼국유사의 연오랑세오녀 신화와 연결 짓고 있는 바위다.

 

마산리 어항을 지나면 바다 위 데크길을 통해서 하선대로 향한다.

 

하선대 마산리와 입암리 경계 지점에 있는 널찍한 바위섬으로 지금은 파도가 치면서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는 광경이다. 용왕과 선녀가 내려와서 놀았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하선대의 풍광도 좋기는 하지만 해안 절벽의 기암괴석을 보는 즐거움이 있는 길이다.

 

흰 언덕이라는 의미의 힌디기.

 

이런저런 이름을 붙인 각양각색의 바위들을 감상하며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길이었다.

 

몽돌 해변의 작은 돌들이 아주 큰 바위에서 중간 바위, 자갈과 같은 식으로 차츰 깨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장면. 그림과 같이 암석과 모래, 점토가 함께하는 퇴적암이 풍화되면 자연스레 몽돌 해안의 주요한 재료가 되겠다 싶다.

 

풍화가 진행 중인 역암 해변을 걸으며 이 해변은 얼마나 갈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풍화란 흘러가는 시대만큼 자연스러운 현상일 테고 그 과정 중에 우리가 지금은 손바닥 형상을 관찰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가면 또 어떤 형상이 될지 모르니 염려보다는 기대가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풍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파른 절벽에도 소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해국이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 인간은 그저 작은 존재일 뿐임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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