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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호산 태화강 전망대를 떠난 해파랑길은 경사도 급한 계단을 내려가며 고도를 급격히 낮춘다. 사실 1백여 미터의 동네 뒷동산에서 고도를 낮춘다는 표현이 어울리기나 하냐? 하는 비아냥이 들리는 것 같지만, 15Km가 넘는 길을 걸어온 저질 체력의 부부는 이 길도 엉금엉금 거의 기어 내려가다시피 한다. 젊은 시절 1미터 정도야 펑펑 뛰어내렸던 지리산 하산길의 추억은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었나 싶기도 하다. 다만, 길을 내려가며 드는 생각은 이 길을 내가 거꾸로 올라간다면, 악! 하는 비명을 지를 것 같은 상상이 된다.

 

삼호산을 내려오면 해파랑길 표지판을 따라 큰길 쪽으로 내려와야 한다. 큰길 도로명이 남산로인데 등산로가 남산으로 이어지므로 남산으로 가는 등산로로 가지 않도록 큰길로 내려간다.

 

남산로를 만나면 우측의 횡단보도를 통해서 길을 건넌다.

 

길을 건너서 바라본 등산로 입구에는 솔마루길에 대한 안내와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드디어 해파랑길 6코스의 종점인 태화강 전망대에 도착했다. 일단 강변 산책길로 내려간다. 처음부터 대나무 숲이 오랜 시간 걸어온 지친 객들을 맞아준다.

 

전망대 앞 강변에서 바라본 태화강 모습. 1997년 울산광역시로 승격할 당시만 해도 태화강은 5등급 수질의 악취가 풍기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공업화의 결과를 그대로 표현하는 강이었지만 지자체는 하수관 정비, 퇴적 오니 준설, 수중 및 수변 정화 사업을 수행하고 기업들은 환경 설비 개선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여 2017년에는 1등급 수질을 회복하여 연어, 황어, 은어가 돌아오는 강이 되었다고 한다. 잘 사는 나라라는 것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쓰레기와 오염 물질이 쌓여도 살기 바쁜 탓에 모른 척 지나갈 수밖에 없는 후진국이 아니라 생각과 의지만 있으면 환경을 바꾸어 갈 수 있는 나라, 이것이 잘 사는 나라의 증거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의 대나무 숲. 대나무 숲 밖으로 강변 길이 보이는데 대 숲 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이 얼마나 찬란한 광경인가? 힘찬 생명력이 느껴진다. 방금 전 대 숲 바깥의 강변에서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끝낸 것과 같은 분위기가 있는 찰나의 만남이 있었다. 순례길을 끝낸 사람들의 감격이 모아져 서로 하이파이브하며 격려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처럼 해파랑길 중에서 조금은 난이도가 있는 이 길을 끝낸 사람들이 스탬프 함 앞에서 그저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뜨거운 격려를 나누고 나름의 기쁨을 고조시키는 순간이었다. 그 남성분은 덕하역을 떠나 함월산 부근에서 처음 스쳐 지난 것 같은데 그때는 남녀 한쌍이었다. 길 중간중간 그저 몇 번 서로 스쳐 지나가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었는데 6코스 종점 스탬프함에서 다시 만난 것이었다. 길 위의 인연은 대화가 많지 않아도 정말 오묘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삼호 지구의 대나무 숲. 여름 철새들의 번식지, 겨울 철새들의 월동지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건너 십리대숲과 그 숲을 내려다보고 있는 마천루의 모습이다.

 

강변 태화강 전망대에서 바라본 삼호산의 태화강 전망대. 태화강 전망대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면 이제는 해파랑길 7코스를 걷다가 급행 버스를 타고 울산역으로 향한다.

 

원래 해파랑길 7코스는 전망대를 내려와서 강변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지만 우리는 남산로 도로변을 따라 걷는다. 완공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국가 정원교는 하부에 은하수 다리라는 인도교를 두고 있어서 태화강 남쪽에서 사람들이 쉽게 국가 정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강 건너편 십리대밭이 아니어도 강 아래의 삼호지구 대밭도 엄청났다. 대밭 속으로 들어가면 햇빛을 볼 수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이다.

 

삼호산 등산로에서 만났던 와와 마을 표지판은 이곳 철새 홍보관이 위치한 와와 공원으로 향한다. 바로 앞 삼호지구 대숲에서 번식을 하는 여름 철새 왜가리, 백로류, 해오라기류 등과 대숲에서 월동을 하는 겨울 철새 떼까마귀류를 알려주는 공간이다. 이런 대도시에서 번식과 월동을 하는 철새가 있다니, 울산 시민들은 환경 회복에 대한 드라마틱한 보람이 있겠구나 싶다.

 

드디어 KTX를 타는 울산역으로 우리를 데려다 줄 급행 버스를 탈 수 있는 "무거 복개천"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정류장 옆 태화강 강변 정원은 가을꽃이 만발하다. 얼마 후 다시 이곳을 찾으면 저 꽃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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