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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해파랑길 1코스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요트 경기장을 지나고 해운대 해변로를 거쳐서 동백섬에 이르면 마지막으로 해운대 해변을 지나 오늘의 목적지인 미포항에 도착한다.

 

길은 부산 요트 경기장을 가로질러 간다. 88 서울 올림픽 당시 대부분의 경기가 수도권에서 열렸지만, 부산에서 열린 경기도 있는데 바로 수영만 요트 경기장에서 열린 요트 경기와 축구 일부 경기였다. 

 

요트 경기장을 횡으로 가로질러 가는데, 전면의 마린시티를 보면서 걷는 느낌이 요트와 마천루가 언뜻 어울리는 풍경이 아닌가 싶다. 두바이와 아부다비에서 만났던 마천루와 요트의 조합이었다. "요트"도 "마천루"도 모두 "부"한 느낌, 럭셔리한 느낌이기 때문이 아닐까? 요트 경기장이라 하면 요트 경기를 위한 특별한 시설이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고급 요트들의 주차장이라 할 수 있는 계류장이 그 대부분이다. 요트라 하면 돛을 달고 맞바람에도 지그재그로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바람을 타고 날듯이 바다 위를 미끄러지는 운동 경기적인 시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곳에 정박된 요트들은 대부분은 모터가 달린 크루즈 요트나 낚시용 요트로 보였다. 

 

국민 소득이 늘어나면서 전국 곳곳에 요트도 늘어났지만 우리 같은 서민에게는 여전히 엄두도 못낼 일이기는 하다. 억 소리 나는 배 구입 비용도 그렇지만, 이런 계류장에 배를 묶어 놓는 것만도 월 몇십 만원씩 내야 하고 요트를 가지려면 면허증도 따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는 접고 요트를 몰고 바다로 나가서, 돛을 올리고, 엔진을 끈 다음, 바람을 맞는 기분은 상상만 해도 살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요트 경기장은 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에 맞추어 완공되어 경기를 치렀고, 1988년 서울 올림픽까지 이어졌다. 그 당시 개회식, 폐회식을 서울과 별도로 열었다고 하는데 이곳이 재개발되면 이런 흔적이 남아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남는다. 

 

요트 경기장 옆의 출입문으로 나오면 이제 마린시티를 향해서 걷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해파랑길 리본을 확인하며 길을 잘 찾아 왔구나 하는 마음으로 길을 이어간다. 사진을 보면 부산 시티 투어 버스가 지나고 있는데 레드, 블루, 그린 라인 세 코스가 있는데 이중에 레드 라인이 해파랑길 1코스와 상당 부분 같이 간다. 용호만 유람선 터미널 - 광안리 해수욕장 - 아르피나 - 요트 경기장 - 마린시티 - 동백섬 - 해운대 해수욕장에 이르는 코스이니 저 버스에 훌쩍 올라타고 천근만근 몸뚱이를 쉬게 해 주면 좋으련만 하는 부질없는 바람을 품어 본다.

 

마린시티 가는 길에 만난 꺾어진 신호등. 바람이 얼마나 센지, 모자도 쓸수 없을 정도이니 신호등이 남아 날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대체 저 고층 빌딩들은 괜찮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빌딩풍"이라고 해서 태풍이 불어오는 경우 해상의 바람 속도보다 빌딩 주위가 두배 이상 바람이 세다는 측정 결과가 있었다. 매년 시도 때도 없이 신호등이 부러진다면 안전 위험도 있으니 신호등을 다른 방식으로 설치해야 되는 것 아닌가 싶었다. 

 

마린시티는 매립지 위에 만들어진 도시이기는 하지만 가로 세로 600미터 정도에 이르는 크지 않은 "동네"이다. 작은 지역에 고층의 주상 복합 건물들이 몰려있기 때문에 나름의 독특함으로 유명해진 지역이다. 강풍에 바닷 바람에 내리쬐는 태양, 가끔씩 오는 큰 파도 등 실제로 살기에 좋을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화려함 그 자체이다. 예전에는 수영 해수욕장이 있었는데, 수영강의 오염으로 해수욕장은 1980년대에 폐쇄되었고, 요트 경기장 건설 당시 주변 바다를 매립을 하면서 해수욕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마린시티 앞 인도로는 해운대 영화의 거리가 시작된다. 바람은 세지만 바람, 바다, 마천루, 영화 이야기가 어우러져 나름의 감성을 불러 일으킨다.

 

사진 한 장 남기기 참 좋은 장소. 

 

강렬한 태양과 세찬 바람이 은빛 물결을 만들어 내고, 맑은 하늘은 마냥 좋다. 이곳은 조명이 켜진 광안대교 풍경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한다.

 

몸은 지쳤지만, 예전에 보았던 영화들을 한편 한편 되새김질하며 잠깐이지만 몸의 고단함을 잊어 본다.

 

해운대 영화의 거리를 벗어나면 우측으로 운촌항을 따라서 건너편 동백섬을 보면서 걷게 된다. 동백섬 사이로 깊게 파인 운촌항은 최근 운촌항 마리나 개발 사업 문제로 갈등이 있다고 한다. 

 

동백섬으로 들어가는 입구. 해파랑길은 동백섬 안으로 들어가서 누리마루 전망대를 거쳐서 해안 산책로를 통해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나오는 코스로 이어진다. 점점 더 뒤처지는 옆지기의 걸음걸이가 예사롭지 않아 보이기도 하고, 내 몸도 지치니, 옆지기와 여기를 갈까? 말까? 하며 서로 망설인다. 사실 혼자서도, 옆지기 와도, 가족과도 함께 왔던 장소이기도 하다. 망설임의 결론은 동백섬은 생략하기.

 

동백섬을 한 바퀴 돌면 나오게 되는 해안 산책로의 모습이다. 조금은 아쉽지만 부지런히 걸어서 미포항에 있는 숙소에서 배낭도 벗고 얼른 샤워하고 침대에 누웠으면 마음이 가득이다.

 

드디어 해운대 해수욕장 너머, 목적지 미포항이 있는 엘시티가 눈에 들어온다. 

 

해운대 해수욕장에 올 때면 늦어서 캄캄하거나, 항상 어딘가 공사 중이었는데, 이번에는 온전한 모습의 해수욕장을 만난다. 깨끗하고 깔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해수욕장을 해파랑길을 걷는 이제야 온전히 보게 된 것이다. 1.5Km에 이르는 해수욕장의 길이가 짧다면 짧지만 15Km가 넘는 거리를 걸은 이후라서 그런지 중간에 쉬어가야 했다. 쉬면서 지나는 사람들을 "멍" 때리며 바라보는 시간도 나름 재미있었다. 구릿빛 몸매를 뽐내며 운동하는 사람들, 인증숏 찍기에 여념 없는 커플들, 아이들 쫓아다니느라 온 정신을 쏟는 사람들......

 

와우! 드디어 해운대 해수욕장을 가로질러 목적지인 미포항에 도착했다. 

 

광안리 해수욕장 끝에 민락항과 횟집들이 있다면, 해운대 해수욕장 끝에는 미포항과 횟집들이 있는 모습이다. 횟집들과 음식점, 호텔들이 즐비한 곳이다. 미포항 방파제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과 함께 낚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1코스 걷기를 마무리하고 지친 몸을 쉬었던 휘겔리 호텔. 저렴하면서도 만족도가 높았던 숙소였다. 주변에 편의점과 음식점도 많았고 깔끔했다. 휘겔리(hyggelig)는 편안함, 따뜻함을 의미하는 노르웨이어 명사 휘게(Hygge)의 형용사로 호텔 이름으로 잘 지었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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