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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주(Taleju Temple) 사원 앞에서 더르바르 광장 쪽으로는 길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외국인은 1,000루피를 내야 한다는 것에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았던 우리는 더르바르 광장, 카스타만답(Kasthamandap), 마루 거리(Maru Tole), 쿠마리 과(Kumari Ghar) 등을 포기하고 양모 제품을 많이 판매한다는 프리크 거리(Freak Street)로 향했다. 위의 지도처럼 돌아서 가야 했는데 지도에서 목욕탕 표시가 있는 곳이 거리를 지나는 외국인에게 1,000루피를 받는 장소였다.

1930년대 네팔의 총리였던 주다 샴세르(Juddha Shamser)의 동상 뒤로 가면 더르바르 광장으로 갈 수 있는데 이곳도 외국인들은 거리 통행료 1,000루피를 내야 하는 곳이다. 주다 샴세르는 동상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군 사령관이었는데, 네팔의 총리직을 세습하던 라나(Rana) 가문 출신으로 딸과 아들이 각각 20명씩이었다고 한다. 왕정 몰락의 도화선이었던 왕실 학살 사건 당시 왕자가 사모했던 여인이 바로 이 가문의 딸이라고 하니 왕족과 같은 권력과 부를 누렸던 가문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외국인에 부과하는 거리 통행료를 내고 싶지 않았으니 골목길을 통해서 프리크 거리(Freak Street)로 갈 수 있었다. 그런데 프리크 거리는 내가 찾은 정보와 달리 양모 제품 파는 가게는 거의 없었고 그 거리 바로 앞으로 좌판을 펴놓고 골동품을 파는 사람들이 많았다.

알고 보니 프리크 거리는 60, 70년대에는 지금의 타멜(Thamel) 만큼이나 외국인, 특히 히피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로, 물론 지금은 네팔도 대마초는 불법이지만 당시에는 합법적으로 대마초를 구할 수 있는 장소였다고 한다. 

 

거리 통행료도 그렇고, 힌두교 사원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우리는 비샬 시장(Bishal Bazar)과 아손 시장(Ason Bazar)등 시장 구경이 낫겠다고 판단하고 다시 시장 구경에 나섰다.

 

시장을 역시 볼거리가 많았다. 각종 바구니와 토기를 파는 가게. 실생활에 쓰이는 그릇도 있지만 제사 용구가 많아 보였다.

 

마리 골드(marigold) 화관을 판매하는 상인들의 모습이다. ABC 트레킹 경로에 있는 산장들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꽃으로 물통에 물을 담아 놓고 물 위에 마리 골드 꽃을 띄워 놓는 집도 있었다. 마리 골드는 힌두교 신에게 생화로 바치는 데 사용되기도 하고 결혼식에서 복을 비는 용도로 사용한다고 한다.

 

네팔 전통 복장을 판매하는 한 가게의 모습.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은 이해가 가는데 마네킹 머리가 위에 걸려 있는 모습이 잠깐 섬뜩한 느낌이 들었던 곳이다. ㅎㅎ

 

씨앗과 모종을 파는 가게의 모습. 세계 종자 시장의 70%가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농업 중심의 네팔에 퍼진 채소의 씨앗도 이 나라나 저 나라나 비슷비슷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11월 말이지만 따뜻한 기후 덕택에 채소 모종들도 많았는데 특이한 것은 뿌리 부분을 신문지로 감싸고 짚으로 묶어 놓은 모습이었다. 봄이면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작물들의 모종이었다. 

우리나라도 여전히 종자 수입과 로열티 지불이 수출이나 로열티 수익보다 월등히 큰 구조인데, IMF 당시 국내 주요 종자 업체들이 외국 기업에 넘어간 이후 최근에는 해당 회사들을 다시 국내 업체가 인수하는 등의 개선이 있었지만 막대한 종자 수입과 로열티 지급의 구조는 여전한 모양이다.  

 

아손 시장(Ason Bazar)을 지나 계속 걷다 보니 자말(Jamal) 교차로에 도착했다. 동남쪽으로 라니 포카리(Rani Pokhari) 연못이 있고 북쪽으로 가면 나라얀히티 왕궁이 있는 위치이다. 

 

자말 교차로에 있는 바라본 북쪽 방면의 모습과 동쪽 방면의 모습. 우리는 점심을 어디에서 먹을까 고민하다가 패스트푸드가 좋겠다 생각하고는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지만 도통 찾을 수 없었다. 동쪽으로 보이는 현대식 건물이 쇼핑몰(Biswajyoti Mall)로 보였으므로 그곳에 혹시 있지 않을까 하며 걸음을 옮겼다.

 

다리에서 바라본 아손 시장 방면의 모습. 

 

쇼핑몰 내부는 한산했다. 에스컬레이터도 운행하는 나름 큰 쇼핑몰이었지만 바로 옆 시장 골목에 비하면 여기는 정말 사람이 없었다. 다행인 것은 꼭대기 층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브랜드는 아니지만 햄버거와 음료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 시내와 시장을 돌아다니느라 피곤한 발도 쉬어 주며 식사를 주문했는데 일반적인 패스트푸드점을 생각하며 데스크에 가서 주문하려 했더니 자리에 있으면 메뉴판을 가져가겠다는 것이었다. 그냥 식당처럼 주문하면 되는 것을 패스트푸드점 주문 방식으로 오해했던 것이었다. 아무튼 햄버거 세트 메뉴 하나에 425루피, 옆지기를 위한 파르페 하나에 250루피를 지불했다.

 

소박하게 카트만두 시내 걷기를 끝낸 우리는 여유 있는 시간 덕택에 천천히 타멜 거리(Thamel)를 배회했다. 타멜 거리는 다른 시장 골목과 다르게 경찰관들이 주요 통로에서 차량과 오토바이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트래킹 전후로 여유를 즐기려는 여행자에게 최적의 걷기 코스이다. 저녁은 한식으로 먹으면 좋을 것 같은데 여러 한식당 중에서 어떤 곳이 좋을지 가는 길이 살짝 둘러보기도 했다. 영문 서적을 파는 필그림 서점(Pilgrims book house)에서 옆지기와 한참을 있었는데 책을 사지 않아도 이 책, 저 책 둘러보는 재미는 정말 쏠쏠했다. 2층으로 올라가면 거의 도서관 수준으로 다양한 분야의 영문 서적을 판매하고 있었다. 필자의 경우 세일하고 있던 "시 쓰기" 관련 소책자를 400루피에 구입해서 한국으로 오는 여정에 즐거운 독서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타멜 거리를 돌아다니던 우리는 숙소에 들어가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가 저녁을 먹으러 다시 타멜 거리로 나왔다. 새벽에 들어온 숙소를 들락날락하다 보니 이 숙소에 오래 묵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저녁 시간의 타멜 거리는 아침과 오후의 분위기보다는 훨씬 활기를 띠는 모습이었다. 

 

타멜 거리를 걸으며 어떤 메뉴를 먹을까? 어디에서 먹을까?를 고민하던 우리는 결국 숙소 근처에 있던 대장금이란 한식당으로 들어갔다. 

 

대장금 식당의 벽면에는 한국 맛집의 벽면에 붙어 있는 연예인 싸인과 메시지 대신 이곳으로 봉사를 하러 왔던 많은 젊은이들의 열정 가득한 글들이 붙어 있었다. 사장님과 직원들은 모두 네팔인인 모양이었는데 벽면에 붙은 수많은 감사글처럼 음식은 이곳이 한국인가? 싶을 정도로 훌륭했다.

 

비빔밥과 김치찌개를 시켰는데 밑반찬이며 쌀이며 한국보다 훌륭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촘롱 산장에서 먹은 참치 김치찌개도 훌륭했지만 길쭉길쭉한 쌀이 흠이었다고 한다면 이곳의 김치찌개는 돼지고기와 두부도 들어가고 쌀도 우리가 한국에서 먹던 쌀 품종이었다. 얼마 만에 먹는 만찬이었는지......

 

비빔밥이 550루피, 김치찌개가 500루피였으니 나름 매력적인 가격이지 않았나 싶다.

 

대장금에서의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 후에는 소화도 시킬 겸 타멜의 밤거리를 걸었다. 역시 타멜은 밤거리가 이 거리의 핵심이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팔을 꼭 붙잡은 옆지기와 함께 길을 걷다가 슈퍼에서 간식거리와 내일 중국 청두에서 먹을 간단한 저녁거리를 구입해서 숙소에 들어갔다. 사실 숙소 근처에 클럽이 하나 있었는데 오후 7시에 문을 열고 새벽 3시까지 영업을 하니 방의 창문을 닫아도 쿵쿵 거리는 것이 조금 거슬리기는 했다. 중국에서 먹을 저녁거리로 국내 업체가 수출한 컵라면 하나와 일반 라면 하나를 구입했는데 가격이 상당했다. 할랄 라면이었는데 가격이 국내 라면 값의 두배가 넘었다. 

영수증을 보면 날짜가 11/08/2076으로 되어 있는데 기계가 잘못된 것이 아니고 네팔 달력을 사용하는 까닭이다. 산장에 걸려 있는 달력도 우리가 평상시에 사용하는 달력과는 전혀 달랐는데 그것 또한 네팔 달력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비크람 삼밧(Bikram Sambat)이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쓰는 양력보다 57~58년이 빠르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음력으로 손 없는 날, 이사 길일 등을 따지는 사람들이 있듯이 힌두교와 연관성이 있는 달력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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