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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세운 트래킹 계획대로 걸었다면 지금 쯤은 톨카를 출발해서 한참 산중을 걷고 있을 텐데, 톨카부터 담푸스까지 걷기는 어제 끝냈고 오늘은 여유 있는 아침 식사를 끝내고 시간에 좇기지 않는 카트만두 걷기에 나서고 있다. 트래킹 첫날 우연히 얻어걸린 로컬 버스 타기는 하루라는 귀중한 시간을 벌어 주었고, 오늘 그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어제저녁 포카라에서 머물지 않고 야간 버스 일자를 바꾸어 카트만두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우연히 얻어걸린 행운이었다. 아무래도 야간 버스의 피곤이 몸에 남아 있기는 하지만 샤워도 하고 휴식과 여유로운 식사 했으므로 오늘도 가볍게 시내 걷기를 하기로 했다. 시내에서 멀리 까지 갈 수는 없고 안전하게 원래 내일 야간 버스에 내려 걷기로 했던 여정을 오늘 소화하기로 했다. 내일은 그냥 휴식 후 바로 공항으로 이동하는 여유를 가지는 계획이다. 우선 첫 목적지인 아손 시장(Ason Bazar)을 향해서 걷는다.

 

오전 9시를 조금 넘기고 있는 이른 시각, 어떤 가게들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지만 부지런한 가게들은 이미 장사 준비를 끝내고 손님을 맞고 있었다. 스카프 가게를 지나면서 네팔 여행 기념품으로 하나 사줄까? 하며 옆지기를 찔러보았는데 시큰둥한다.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았는지, 아니면 쇼핑에 대한 방어 기제가 동작하는 건지 몰라도 그냥 가자고 손을 잡아 끈다.

 

이른 아침의 타멜 거리(Thamel Marg)는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는 느낌이다. 옷가게와 같이 물품을 파는 가게도 많았지만 타투점이나 게스트 하우스, 여행사 사무실도 눈에 많이 들어온다.

 

타히티 교차로(Thahiti chowk)에 있는 작은 사원. 오방색기, 사리탑(스투파, Stupa), 마니차 등 티베트 불교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장소로 15세기경 티베트인 무역상이 세운 것이라 한다. 네팔은 힌두교와 티벳 불교가 혼재된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라고 하는데 그런 문화와 친숙하지 않으니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TV에서는 여러 번 본 것 같은데 실제 마니차를 보는 것은 처음인 듯하다. 돌리는 것만으로도 공력을 쌓는다는 티베트 불교의 대표적인 용구. 

 

시장에 가까워질수록 아손 시장 가는 골목길은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과 오토바이로 정신은 점점 혼미해져 간다.

 

그을음이 가득한 작은 사원은 홍콩이나 마카오의 작은 사원들을 연상시킨다.

 

오전 9시를 넘기고 있는 시장 풍경은 좌판 준비를 끝내고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 시장을 가로질러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 시장 풍경을 사진에 담으려는 관강객들이 섞여서 의도하지 않는 드라마의 한 장면을 만들어 낸다.

 

물건을 구입하지 않아도 재래시장 구경하기 만큼 재미있는 것이 또 있을까 싶다. 그 나라를 제대로 만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좋은 물품을 만난다면 그 또한 행운이니 말이다. 플라스틱 통에 담아 파는 것은 아마도 절임 음식 같은데 맛을 보지 않았으니 이건 여전히 물음표다. 텃밭 농사를 짓는 입장에서 시장에서 제일 눈길이 많은 가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곡물 가게다. 이들의 식생활을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시장 중심부에 들어설수록 수많은 인파와 오토바이 정적 소리와 장사치들의 고함 소리 속에 내 정신은 점점 더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다리는 걷고 있지만 그냥 멍한 정신이 아니었나 싶다.

 

녹두와 완두콩, 강낭콩 등 다양한 콩류를 판매하고 있는 가게. 특이한 것 사다가 텃밭에 심어 볼까? 하는 충동에 이것저것 살펴보느라 발걸음이 떠나지 않던 가게였다.

 

여러 갈래의 길이 만나는 아손 시장 교차로 주위로는 몇 개의 작은 사원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인 나라얀 사원(Narayan temple)이다. 

 

아손 교차로에 있는 또 다른 힌두교 사원인 안나푸르나 아지마 사원(Annapurna Ajima Temple)이다. 1893년 샤 왕조 때 세운 것으로 아지마는 풍요와 번영의 여신이라 한다.

 

한 남성이 크지 않은 사원 들어가서 한참을 기도하는데, 번영과 풍요의 여신에게 올리는 기도였으니 돈 잘 벌게 해 달라는 간절함이지 않았을까 싶다.

 

아손 시장에서는 더르바르 광장 방향 쪽으로 시디다스 거리(Siddhidas Marg)를 따라 걷는다. 시디다스 거리는 네팔의 대표적인 시인 중의 한 명인 시디다스 마하주(Siddhidas Mahaju)의 이름을 딴 거리로 아손 시장부터 더르바르 광장 근처까지 이어지는 카트만두의 명동과 같은 거리로 이른 아침임에도 인파가 엄청나다.  티셔츠를 파는 옷가게는 가게 밖으로 옷 들을 공중 부양해 놓았는데 옷을 저렇게 걸고 걷는 작업을 하려면 장난이 아니겠다 싶었다. 거리 이름의 주인공인 시인 시디다스 마하주의 집안도 인도 캘커타를 오가며 옷장사를 했다고 하니 이 거리에 옷 가게가 많은 것도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더르바르 광장 쪽으로 가는 길에도 여러 사원을 만나게 되는데 그중의 하나인 크리슈나 힌두교 사원(Krishna temple)이다. 딱 봐도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목조 건물이고, 대지진도 견뎌낸 귀중한 건축물로 보이는데 정작 외부는 거미줄처럼 얽힌 전선줄에 포위되어 있다. 

 

아손 시장 교차로에 있었던 안나푸르나 아지마 사원과 비슷한 루추마루 아지마 사원(Shree Luchumaru Ajima).

 

자나바하(Janabaha, 잔바할 Janbahal)라는 곳인데 어떤 종교를 가진 사람이든 환영한다는 표지판을 보고는 호기심에 공사 중인 대문을 통해 내부로 들어갔다.

 

대문을 지나면 사원과 탑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힌두교와 티베트 불교가 혼재된 네팔의 문화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싶다. 두 종교의 사원이 함께 있는 곳이었다. 두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판타지 서사도 아니고 너무 복잡해서 내 수준에서는 불교가 힌두교의 전신인 브라만교에 반발하며 생긴 것이라는 정도로 정리하고 싶다. 뿌리는 비슷하지만 교리는 다르다는 정도.

 

탑 위에 앉아서 배설물을 쏟아내는 비둘기의 모습과 사원 앞에서 간절한 소망을 담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복잡한 종교성이 인간에게 던지는 많은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인드라 교차로(Indra Chowk)로 들어오면 위의 사진처럼 사원 주위로 모직물 원단 가게들이 즐비하다. 인드라는 힌두교에서 하늘의 신에 해당하는데 인드라 교차로는 6개의 길이 만나는 카트만두의 대표적인 거리답게 사람으로 넘쳐난다. 

 

인드라 교차로에 있는 아카쉬 바이라브 힌두교 사원(Aakash Bhairav Temple). 이 근처에 인도의 요구르트 음료인 라씨(Lassi) 맛집이 있다는데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소녀로 환생한 여신을 기리는 사원이라는 탈레쥬 사원(Taleju Temple). 네팔에서 가장 큰 사원 중에 하나로 5백 년이 넘었다고 한다. 
    

마헨드레스워 힌두교 사원(Mahendreswor Temple). 수많은 사원들이 계속 이어지는데 종교적, 문화적 배경에 워낙 차이가 크고 공감대가 없으니 이곳 사람들의 문화유산이라는 가치 외에 다가오는 것이 그다지 없다.

 

문제는 공감대가 없는 상황에서 길을 통과하는 것만으로도 돈을 받는 것이었다. 계획은 더르바르 광장을 거쳐 카스타만답(Kasthamandap) 등을 둘러보는 것이었는데 그쪽 길을 통과하는 것만으로도 1,000루피를 지불해야 했다. 처음에는 무슨 고궁이나 사원에 들어가는 입장료를 계산하는 줄 알았는데 아무 거리낌 없이 길을 가는 현지인들을 따라 가려했더니 관리인이 쪼르르 달려와서 저리로 가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냥 길을 지나는 것도 돈을 받나? 하면서 황당해하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해당 영역을 생략하고 더르바르 광장 뒤편에 있는 양모 제품 시장(Freak Street)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했더니 돌아가라고 한다. 뭐 이런!

 

현지인들은 아무런 제지 없이 자유롭게 길을 다니지만 외국인이다 싶으면 곧바로 쪼르르 달려온다. 혹여 그들의 눈에 띄지 않고 그냥 길을 갔더라도 반대편에도 검사소가 있으므로 이 길을 지날 계획이라면 티켓을 구입해서 잘 보관해야 한다. 이곳 법이 그렇다는데, 우리는 하는 수 없이 길을 돌아서 반대편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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