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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무사히 끝내고 담푸스(Dhampus)에서 행운처럼 만난 택시 덕택에 포카라에 오후 2시 20분 정도에 편안하게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ABC 트레킹을 시작하는 날에도 나야풀행 로컬 버스와 간드룩행 로컬 버스를 이어서 행운처럼 만났는데 트레킹을 끝내는 날에도 포카라에서 트래커를 태우고 담푸스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포카라로 돌아가는 택시를 바로 만나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포카라에서의 계획이 거의 없었던 것입니다. 페와호 주변을 돌아보고 저녁 식사 후에 야간 버스로 카트만두로 이동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한국 식당을 비롯한 두어 개의 식당 후보를 찾아 놓은 정도였습니다. 야간 버스를 예약해 놓은 날짜도 다음날이었습니다. 일단 버스 예약 날짜를 바꿀 수 있는지 여부가 여정의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전화 없이 여행하는 저희로서는 여행사에 문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무작정 여행 관련 영업을 하는 가게에 들어가 혹시 자가담바 버스 사무실이 어디인지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의외로 돌아온 답변은 조금 더 올라가서 꺾어지면 찾는 가게가 있을 거라는 것이었습니다. 웬일이지! 행운이 이어지네! 하며 무거운 걸음을 옮겼는데 옷가게와 다양한 레스토랑, 호텔을 지나치며 버스 회사 사무실을 찾았지만 저희가 찾는 사무실을 도통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가게에 들어가 자가담바 버스 사무실이 어디인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 회사 사무실을 알기는 아는데 걸어가기에는 너무 멀다는 것이었습니다. 택시를 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표 시간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 위치를 미리 알아두고 길을 헤매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표를 바꿀 수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먼 거리를 이동할 수는 없고 일단, 저렴한 숙소를 잡기로 했습니다.

 

지도 앱에서 찾은 숙소는 Hotel UNI(Hotel U And I)로 강변도로에서 골목으로 조금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포카라는 다양한 가격대의 수많은 숙박 시설이 있기 때문에 예산에 맞게 숙소를 잘 고를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튼 저희가 선택한 숙소는 호텔 간판에 "포카라에서 제일 저렴한 숙소"라고 붙여 놓은 것처럼 1일 숙박료가 800루피 였습니다. 방에 들어간 저희는 일단 "수고했다"며 트래킹을 끝낸 기쁨을 포옹으로 잠시 나누고 산에서 빨래를 했었지만 아직 다 마르지 않은 빨래를 널고 스틱을 접는 등 짐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샤워를 하고 숙소에서 쉴 수도 있었지만 일단 야간 버스가 출발하는 위치도 알아두고 페와호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가벼운 차림으로 숙소를 나섰습니다.

 

일단 야간 버스 출발지인 포카라 투어리스트 버스 파크(Tourist Bus Park)로 향했습니다. 오늘 저녁이든, 내일 저녁이든 카트만두로 떠날때 길을 잃지 않기 위함이었습니다. 오후 3시가 넘어가는 시간 덩치 큰 배낭을 둘러멘 한 서양인 커플의 모습에서 긴 여행의 노곤함이 묻어납니다. 저들이 가는 방향은 TIMS와 ACAP를 발급하는 네팔 투어리즘 보드(Nepal Tourism Board) 사무실이 위치한 곳으로 저들은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방금 넘어와서 팀스를 발급받으러 서둘러 가는 모양입니다. 젊은 시절부터 저렇게 다니는 커플을 보면 한편으로는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 아들과 딸도 저런 즐거움을 누리며 살면 좋을 텐데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스치듯 지나가는 생각은, 다른 사람들은 저희 커플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하는 의문도 던져 봅니다. 안면이 없는 사람들이지만 산을 걷는 동지애를 느꼈다면 오버일까요? 

 

포카라 투어리스트 버스 파크(Tourist Bus Park)에 도착하니 구글 지도 상에 표시된 곳은 한창 공사중이었고 길 건너로 130미터를 내려가야 한다는 표지가 있었습니다. 표지판을 따라서 내려가 보니 넓은 공터에 수많은 버스가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물어보니 이곳은 이른 아침 카트만두로 출발하는 버스들이 출발하는 장소이고 카트만두로 가는 야간 버스는 큰길에서 출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위의 지도에서 별 표시를 해놓은 장소입니다. 

일단 야간 버스가 출발하는 장소를 알아 두었으니 포카라의 상징과도 같은 페와호 주변을 간단히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숙소 근처로 돌아가는 길에 과일 가게를 들렀는데 과일 장수 아저씨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팔 수 있을까 하며 비싼 과일 위주로 이것저것 추천했습니다. 저희는 사과 1Kg와 바나나 한송이에 820 루피를 지불했습니다. 과일을 간식 삼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사히드 교차로(Sahid chowk)에 위치한 사히드 추모 공원(Sahid Memorial Park)의 모습입니다. 포카라의 대표적인 공원 가운데 하나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나름 깔끔한 공원으로 보였습니다.

 

건물들 뒤로 구름과 먼지 때문에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멀리 안나푸르나의 윤곽이 눈에 들어 옵니다.

 

네팔의 현실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포카라 시내를 가로질러 내려오면서 온갖 쓰레기와 생활하수가 뒤엉켜 있는 하천의 모습입니다.  이 물은 페와호 끝자락에서 호수와 합류하여 페와댐(Phewa Dam)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우리나라 70년대 영등포와 목동이 이런 모습이었지요. 

 

바순드하라 공원(Basundhara Park)을 가로질러서 페와 호수로 향합니다. 잘 관리되고 정비된 공원은 아니지만 널찍한 공원에서 일상의 먹고사는 일을 벗어난 다양한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운동장에서 젊은 남녀들이 체력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모두가 동일한 운동복 바지를 착용하고 있었고, 여성들은 많은 사람들이 양갈래로 머리를 땋은 것이 개인적으로 추측하기에는 근처에 있는 무장 경찰 부대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친구들끼리 잔디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는 사람들, 홀로 타이어를 끌며 운동하는 사람, 공원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외국인은 저희가 유일하다 싶을 정도로 대부분의 사람이 현지인이었습니다. 가끔씩은 예고 없이 제 손을 툭 치고 가는 견공도 있었습니다. 분주한 거리와는 다른 평화로운 분위기였습니다.

 

평화로움 그 자체인 페와호(Phewa Lake)의 모습입니다. 페와호는 네팔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로 저희가 위치한 곳은 호수의 끝 부분이고 서북쪽으로 올라가면 호수는 훨씬 넓어집니다. 호수의 동쪽은 호숫길을 따라 다양한 숙소와 상점, 식당들이 몰려 있습니다. 

 

호수 주변으로는 보트를 타는 사람들,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희도 바나나를 먹으며 짧은 포카라 산책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저렴한 숙소인 UNI 호텔로 돌아오니 처음 들어왔을 때는 보이지 않던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했나요? 벽지는 곰팡이 투성이, 방에 TV가 있지만 전원은 들어오지 않았고, 변기는 뚜껑이 없었고 앉는 자리 조차 흔들거렸습니다. 온수는 그저 미지근한 수준이었습니다. 포카라에서 묵지 말고 그냥 카트만두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느릿한 숙소의 인터넷에 접속하여 야간 버스를 예매한 여행사에 카톡으로 연락을 했지만 답장이 없었습니다. 얼마간 기다린 끝에 전혀 답이 없자 직접 전화로 부딪혀 보자는 생각으로 1층 카운터로 내려갔습니다. 카운터를 보고 있던 젊은 청년은 카운터 앞에 있는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 게임 삼매경이었습니다. 게임에 열중해서 그런지 몰라도 전화를 써도 되냐고 했더니 그냥 쓰라고 했습니다. 생전 처음 사용해 보는 네팔의 유선 전화로 여행사의 전화번호를 누르니 다행히 받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한국인 사장님은 자리에 없고 네팔인 직원인 모양이었습니다. 내일 야간 버스를 오늘 날짜로 바꾸고 싶다고 하니 알아보고 전화 주겠다고 했지만, 제가 전화가 없으니 10분 후에 제가 다시 걸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화가 되고 내 의사가 상대방에게 전달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네팔에서는 영어 소통이 잘 된다는 것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문제는 숙박료인데 게임에 열중하는 그 친구에게 중간에 나가게 되면 얼마를 내야 하냐고 했더니 원래 금액 모두를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방에 돌아왔다가 다시 내려가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여행사에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여행사 직원은 예약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단, 조건이 있었는데 맨 끝자리인데 괜찮다면 예약을 변경해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랜 시간의 야간 버스 여행이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봐서는 끝자리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다시 한번 예약 변경을 확인하니 원래의 티켓을 가지고 가면 될 거라고 했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야간 버스 예약 변경을 마친 저희는 천천히 포카라 출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숙소 비용을 지불해야 하므로 샤워도 하고 넉넉한 야간 버스 시간까지 휴식을 취하다가 조금 일찍 숙소를 나왔습니다. 저녁도 해결해야 했으니 까요. 게임을 하고 있던 청년은 다행히 원래 비용 모두를 받지는 않았고 500루피를 받았습니다. 어둠이 조금씩 깔리기 시작한 포카라 시내를 걸어서 포카라 투어리스트 버스 파크(Tourist Bus Park)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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