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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마을 시누아(Lower Sinuwa)에서 잠시 목을 축이며 휴식을 취한 저희는 다시 뱀부(Bamboo)를 향해서 여정을 이어갑니다. 어젯밤 숙소에서 정수제로 만들어 놓은 물이 나름 마실만 합니다.

 

멀리 마차푸차레(6,997m)가 보이지만 ABC까지 가는 길은 마차푸차레 쪽 산들과 모디 계곡(Modi Khola)을 사이에 둔 이쪽 산들의 허리를 타고 올라갑니다. 맑은 11월의 아침, 짐을 옮기는 포터들의 발걸음들이 분주합니다.

 

당나귀가 사람보다 덩치가 크다고는 하지만 등에 상당한 무게의 짐을 둘러메고 걷는 모습은 실제 무게만큼이나 무거워 보입니다. 산장이 새로 하나 들어 서기라도 한다면 차가 들어올 수 없으니 이런 당나귀들의 무거운 걸음은 상당한 시간 이어져야만 할 것입니다.

  

아랫마을 시누아(Lower Sinuwa)에 있는 헬기 착륙장의 모습입니다. 헬리콥터로 ABC까지 투어 하는 상품이 500 달러이니 혹여나 비상 상황이 생긴다면 비용을 감안하고 산장에 도움을 청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여행 중에 실제로 중간에 헬기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저 멀리 위로 윗마을 시누아(Upper Sinuwa)가 눈에 들어옵니다.

 

마을 시누아(Upper Sinuwa, 2,360m)에 도착했습니다. 표지판에서는 뱀부까지 1시간 30분이 남았다고 하지만 저희 같은 거북이걸음은 기본 예상 시간에 1시간 정도는 추가해야 합니다. 천천히 쉬멍, 걸으멍 걸었던 저희는 2시간 1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뱀부까지 가려면 아직 한참 남았는데 벌써부터 대나무들이 많이 보입니다.

 

청명한 하늘 아래 녹음이 여전한 숲을 곁에 두고 고개를 들면 흰 설산을 바라보인다는 것은 그것 만으로도 환상적입니다.

 

산장을 새롭게 짓고 있는 공사 현장을 지나 시누아를 빠져나갑니다. 돌, 모래, 시멘트, 철제 등 머리끈으로 짐을 옮기는 포터들과 당나귀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들이 이곳에선 일상처럼 이루어집니다.

 

따스한 아침 햇살을 즐기고 있는 암탉과 수탉 한쌍. 평화로운 풍경입니다.

 

시누아를 지나 뱀부로 가는 길은 뱀부의 지명 그대로 대나무들과 함께 걷는 길입니다.

 

시누아(Sinuwa, 2,360m)에서 쿨디하르(Khuldighar, 2,540m)까지는 완만한 오르막과 숲길이 이어집니다.

 

오전 11시를 바라보고 있는 시간, 밝은 햇살이 나무들 사이를 뚫고 숲길을 비추고 있고 "나마스떼"하며 서로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의 소리가 이따금씩 숲을 울리고 쾌청한 날씨와 아름다운 숲길을 즐기며 걷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와 정겨운 대화 소리만이 나지막이 저희를 스쳐 지나갑니다. 거북이걸음의 저희 커플이 길을 지나쳐 가도록 잠시 걸음을 멈추면 어김없이 땡큐! 하는 인사를 건네며 지나갑니다.   

 

"나마스떼"하는 인사말만 아니라면 맑은 가을날 걷는 지리산 둘레길의 어느 숲길을 걷는 느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 숲길입니다. 

 

마차푸차레를 배경으로 홀로 서 있는 가는 대나무 줄기도 한 폭의 그림입니다.

 

숲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조차 한 폭의 그림에서 일부분을 담당합니다.

 

젊은 시절 친구들과 춘천 오봉산이며, 설악산, 대둔산, 지리산, 월악산 등을 다니며 추억을 쌓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돋게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인도 쪽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청년들이었는데 이후 코스에서도 몇 번 마주치며 눈에 익었던 사람들입니다. 친구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장난치느라 조금 소란스럽기는 했지만 가이드에 끌려가듯 한꺼번에 움직이는 단체 트레킹이 아니라 자신들 나름으로 준비해서 자유롭고 즐겁게 여행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이제 포근한 숲길은 끝났다는 듯 계단이 다시 나타납니다. 리본처럼 매달린 식물들이 숲의 울창함을 마지막으로 대신 말해 줍니다. 

 

숲길을 지나면 가파른 절벽길이 이어집니다. 절벽길이라 해도 돌로 받쳐 두고 계단을 만들어 놓아서 위험할 것은 없지만 길 아래 낭떠러지를 바라보면 그야말로 아찔함 그 자체입니다.

 

나무가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암석 지대라 해도 곳곳에 물이 풍부하고 풀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강렬한 태양을 피할 수 없다는 단점은 있지만 그만큼 탁 트이는 시야를 즐길 수 있다는 매력도 있습니다.

 

좁은 길 옆으로 보이는 아찔한 낭떠러지는 가파른 경사면을 온통 풀이 채우고 있습니다.

  

윗 쪽도 나무 한 그루 없는 가파른 경사면입니다. 누군가 이런 경사면에 산을 깎아 처음 길을 냈을 것이고 그다음 사람들이 돌을 깔아 길이 유실되지 않도록 해서 당나귀도 사람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되었을 것입니다. 개척과 보전이 개발과 훼손 아래 묻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쿨디하르(Khuldighar, 2,540m)를 지나면 뱀부(2,310m)까지는 내리막 길이 이어집니다.

 

뱀부(Bamboo)에 거의 다 왔다는 표식일까요 곳곳으로 대나무들이 더 자주 눈에 들어옵니다.

 

뱀부 가는 길에 만난 포터 한분. 신발은 슬리퍼이고 자신의 키에 거의 두배 가까이 되는 기다란 철제 기둥을 머리띠 하나로 옮기고 있었습니다. 어깨에 메고 있는 배낭을 무거워하는 것은 사치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짐도 무거울 텐데 "나마스떼"라고 인사하면  그 인사를 또 받아 주십니다.

 

뱀부 가기 전에 있는 마지막 절벽 지대. 바로 가파른 계단으로 이어지는 위험한 곳이라 다른 곳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철책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절벽을 따라 놓인 가파른 계단 지대. 내려다 보아도 올려다 보아도 아찔한 곳입니다.

 

드디어 뱀부에 도착했습니다. 오전 7시 30분에 촘롱에 있는 헤븐 뷰 게스트 하우스를 출발해서 12시 50에 도착했으니 5시간 20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중간에 식사 시간 없이 천천히 걷고, 짧은 휴식들을 몇 번 가진 것 치고는 준수하게 도착했습니다. 산티아고에서도 TMB에서도 다른 그 어떤 여행에서도 오후 1시에 하루 일정을 끝낸 적은 없었는데 여유가 넘칩니다. 빨래도 하고 넉넉한 휴식으로 내일을 대비하는 전략입니다.

 

뱀부에서 내일 목적지인 데우랄리까지는 5시간 30분이 걸린다는 표식인데, 저희 걸음으로는 7시간은 걸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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