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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푈레 목장 및 산장(Gite Alpage de la Peule)부터는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길로 산길을 얼마간 내려오면 그 이후는 위의 사진처럼 완만한 내리막 길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습니다 레자르스 삼거리(les Ars)를 지나 페레 예배당(Ferret Chapel)이 있는 페레 마을까지 이어집니다.

 

초록 들판에 꽂혀있는 나무 십자가가 마음을 경건하게 합니다. 들판에 있는 나무 십자가들을 자주 볼 수 있다고 해서 스위스의 국교가 기독교인 것은 아닙니다. 스위스 국기가 빨간 바탕에 흰색 십자가 있는 것도 적십자 운동의 시작이 스위스인 것과 연관성이 있다고 합니다. 종교도 65% 정도는 가톨릭이나 개신교이지만 이슬람교도 5%가 넘습니다.  

 

편안하게 걸어 내려가니 주변 풍경도 눈에 많이 들어옵니다. 들에 핀 야생화들은 소가 이곳에 오지 않기를 바랄지도 모르겠습니다.

 

깊게 파인 계곡 주변으로는 숲이 우거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고도가 2천 미터 아래로 내려가면서 길 주위로 야생화 뿐만아니라 관목과 키 큰 나무들도 많아지고 있지만, 멀리 라 파울리(La Fouly) 북쪽의 그랜드 다레이(Grand Darray, 3,514 m)를 비롯한 고봉들은 여전히 TMB 걷기가 끝나지 않았으니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경고를 보냅니다.

 

멀리 계곡 아래로 마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무 한그루 없고 온통 바위와 돌만 보이는 산에서도 물이 흐르는 것을 보면 참으로 신기합니다. 아무리 눈이 녹으면서 생긴 계곡이라지만 저런 땅에 풀이 자라고 소와 양을 살찌우니, 자연의 섭리는 위대할 뿐입니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가끔씩 길을 벗어나 숲길을 가로 지르기도 합니다. 이때는 자전거길과 보행길이 나누어지는데 꼼꼼한 표지판으로 길들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쪽 경로의 특징입니다.

 

계곡 아래로 내려오니 라푈레 목장 및 산장(Gite Alpage de la Peule) 표지판을 여러 개 세워 놓았습니다. 치즈를 만들어 판매하는지 치즈 문구를 특별하게 강조해 놓았습니다.

산을 내려와서 다리를 지나면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었습니다. 13Km에 이르는 여정의 막바지다 보니 옆지기는 평탄한 내리막임에도 잘 걷지 못했고 저도 많이 지쳤으므로 자동차가 있는 분들에게 저희 좀 태워주실 수 있나요? 하며 부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그냥 지나쳐 오기는 했지만 걷는 내내 아쉬운 생각이 머리를 맴맴 돌았습니다. 개천 주변에서는 소들이 마치 예초기를 돌린 것처럼 풀을 열심히 뜯어먹고 있었습니다. 나무는 남겨두고 풀만 뜯으니 소들이 지나간 자리는 정말 예초기를 돌린 것 같습니다.

 

완만한 내리막 길을 다시 힘을 내서 걸어갑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옆지기는 평탄한 길 조차도 힘들어합니다. 배낭을 들어주겠다고 해도 싫다고 하고, 자존심인지 고집인지 자주 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결국 3~4Km의 완만한 길을 1시간 40분이 걸려서 걸었습니다. 거북이걸음이니 아주 늦은 것은 아닙니다.

레자르스 삼거리(les Ars, 1,795m). 이제는 벤치나 앉아서 쉴 만한 곳이 있으면 거의 무조건 쉬어 갑니다.

 

딸랑딸랑 워낭 소리를 내며 열심히 풀을 뜯는 소들을 한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소입이 한번 지나간 자리는 마치 낫으로 풀을 벤 것처럼 깔끔했습니다. 왜 풀을 뜯는다고 했을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소는 윗니가 없었습니다. 소는 치아가 32개인데 이중 어금니가 위아래로 12개씩 24개이고 앞니는 아래쪽으로만 8개가 있어 풀을 긴 혀로 입안에 넣고 아랫니와 위쪽 잇몸과 입술로 잡고 아래턱을 앞으로 밀면서 풀을 뜯습니다. 사람처럼 위아래 치아로 풀을 자른 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말은 윗니만 있어서 턱을 당기면서 풀을 뜯는 다고 합니다.

 

페레(Ferret) 마을로 가는 길은 우뚝 솟은 나무 숲 속에 있는 아름다운 도로를 따라 내려갑니다.

 

우리의 노년도 저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했던 우리를 지나친 한쌍의 노년부부. 아름다운 사람들이 걷는 아름다운 숲길.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요?

 

꽃에 벌이 아니라 온통 파리가 앉아 있는 특이한 광경입니다. 고도가 아무리 높아도 소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파리가 들끓는데 그 파리들이 꽃도 점령해 버렸습니다.

 

마을로 내려가는 길에는 벤치가 많아서 드문드문 계속 쉬었습니다. 벤치 옆에는 신선 치즈인 하얀색의 세락(Serac)과 발효된 치즈를 판다는 농장 안내판이 붙어 있습니다. 스페인 전통시장에서 세락을 일반 치즈로 생각하고  구입했다가 공항 검색대에서 흐르는 물기와 냄새 때문에 당황했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페레 마을에 들어서니 아름다운 스위스 시골 가옥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마당 한편에는 스위스 국기가 세워져 있고, 깔끔하게 정돈한 잔디밭과 화단, 그 뒤로 이어지는 목가적인 풍경까지 이건 실체가 아니라 만화 속에나 있을 법한 집이 아닌가? 하는 감탄이 나왔습니다. 

 

마을에 들어서니 말을 타고 산길을 오르시는 분을 만났습니다. 마을을 순찰하시는 분인지, 아니면 여행자인지 인사는 나누었지만 그의 신분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분을 지나서 내려오는데 배낭을 멘 한 여성분이 말을 탄 사람을 보지 못했냐고 어디로 갔냐고 묻더군요. 길은 안내했지만 여전히 그의 신분은 알 수 없었습니다.

 

페레 마을은 시내로 나가는 272번 버스의 종점으로 버스를 타고 5분이면(2.2 CHF) 숙소가 있는 라 파울리(La Fouly)까지 갈 수 있습니다. 걸으면 2.5Km 내외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이곳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5시 45분이니 이미 5시 10분 버스는 떠났고, 다음 버스는 6시 13분으로 거의 30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힘들어하는 옆지기에게 걸을지, 기다렸다 버스를 탈지를 결정하도록 했는데 옆지기는 걷자고 하더군요. 결국 숙소까지 거의 1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옆지기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걷다 보니 이때 그냥 버스를 타는 것이 더 빠르고 편하게 도착했겠다 싶었습니다. 

 

TMB 여행자들을 위해서 특별한 가격에 시내까지 모신다는 안내판입니다. 시내까지 얼마 되지 않는 거리인데 정말 비쌉니다. 스위스의 대중교통 가격은 정말 아찔할 정도로 비쌉니다. 특별 가격이 12유로이니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보통 라 파울리(La Fouly)에서 숙박을 하고 버스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부분은 시내에서 버스를 갈아타는 방법으로 셩벡쓰 호수(Chanpex-Lac)까지 가서 TMB 여정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티켓인 것입니다.

 

페레 마을에서 라 파울리(La Fouly) 시내로는 도로를 따라갈 수도 있지만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페레 예배당(Ferret Chapel) 전에 있는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꺾어져서 개울을 건너 페레 계곡을 따라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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