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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B 걷기 4일 차는 이제 완만한 내리막 길을 여유 있게 내려갑니다. 위의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양쪽에 높은 봉우리들을 두고 계곡을 따라 내려갑니다.

라 카제르메따 산장(Rifugio La Casermetta, 2,365m)을 떠날 때는 의도치 않게 한 무리의 고등학생들과 길을 함께 걷게 되었습니다. 교사로 보이는 인솔자가 뒤를 따라가고 산악 가이드로 보이는 두어 명의 여성이 이 그룹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극기 훈련 같은 것을 다녀가는 모양인데 중간에 한두 명이 넘어지거나, 처지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게 길을 이끌고 가더군요. 터프한 산악 가이드였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산과 친하고 과잉보호가 아니라 나름의 강한 삶을 개척하도록 키우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를 거치는 TMB 경로는 각국마다의 독특한 TMB 표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노란색 바탕에 TMB 글씨를 새기는 방식으로 표식을 만들었습니다. 이탈리아 구간은 오늘과 내일 이틀간 짧게 지나지만 다 같은 알프스 자락이라 해도 이곳 나름의 독특함도 느껴집니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내리막 뒤로 짙은 운무가 치열하게 통과한 난코스를 말해주는 듯합니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내리막은 오늘 저녁 거의 4일 만에 누릴 따스한 샤워와 편안한 잠자리에 대한 기대가 섞여서 발걸음은 가볍기만 합니다.  

넓은 평야 지대에 이르렀습니다. 양쪽 봉우리에 구름이 걸려있는 이곳은 평지처럼 보이지만 해발 고도 2,100m가 넘는 고지대입니다. 1,950m의 한라산 보다도 높은 곳이지요. 이렇게 넓은 평야와 같은 지대는 TMB에서 거의 이곳이 유일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넓은 평야는 노란 야생화들이 주인공처럼 평야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미나리아재비(Buttercup)과의 야생화로 보입니다. 노란 꽃잎이 구름 낀 날씨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을 뽐냅니다.

지난겨울의 잔설과 함께 들판을 수놓고 있는 야생화 풍경은 가더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풍경입니다.

"이곳은 이탈리아다!" 하는 외침이 주위의 고봉으로부터, 들판으로부터, 야생화에게서 들리는 듯합니다. 이탈리아 북부의 돌로미테 트레킹은 어떨까? 하는 의문을 가져보는 시간입니다.

엘리자베타 산장 근처에 이르니 작은 예배당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멀리 언덕 위로 엘리자베타 산장이 보입니다. 

엘리자베타 산장(Refuge Elisabetta, 2,197m)의 모습입니다. 위압감이 느껴지는 빙하와 침봉을 지척에 둔 아름다운 산장이지만 산장까지 가려면 등산로에서 오르막을 조금 올라가야 합니다. 

옆지기는 화장실을 꼭 가야 했기 때문에 배낭을 길에 둔 상태로 서둘러 산장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용무가 급하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굳이 휴식을 위해서 엘리자베타 산장까지 오르막을 오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등산로에서 주위 풍경을 감상하며 나름의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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