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클래식 TMB가 아닌 경로를 10Km 내외로 걸었던 TMB 걷기 3일 차도 이제 마무리되어 갑니다. 몽 통뒤(Mont Tondu, 3,196m) 자락을 넘어서  글레이셔봉(Glaciers, 3,816m) 자락에 위치한 로베르 블랑 산장(Refuge Robert Blanc)에 도착합니다. 체력이 달리는지 이제는 백보 걷고 잠시 쉬고, 백보 걷고 잠시 쉬는 거북이 걸음이 이어집니다. 

 

벨라발 계곡에 있는 아주 작은 호수를 지나 몽 통뒤 산자락을 약 백여 미터 완만하게 오르면 잠시 동안 산허리를 걷습니다. 위의 산허리에서 바라보는 건너편 방향의 모습입니다. 파란 하늘, 흰 구름, 검은 바위산과 하얀 잔설, 초록빛 들판까지 어떤 곳에도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태초의 지구를 바라보는 듯합니다.

 

드문드문 바위에 칠해진 노란색 두 줄짜리 표식과 작은 돌탑들의 따라 여기까지 올 수 있던 것도 저희에게는 감사할 일이었습니다. 이제는 인적조차 끊어진 이 길에서 오로지 돌과 바위, 발자국 없는 눈길을 헤치고 걷는다는 것은 저희에게는 정말 모험이었습니다. 상상도 못 한 모험이었지요. 정말 길이 뭔지 모를 때 GPS를 켜고 맵스닷미로 지도를 확인하면 가끔은 GPS 신호를 잘 잡지 못해서 헤맬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정말 난감했습니다. 다행히 준비해 간 지도 데이터의 경로가 정확한 편이어서 경로가 아래쪽으로 치우 쳤다 싶어서 고도를 올리면 곧 등산로 표식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우리가 지나온 벨라발 봉우리(Têtes des Bellaval)에서 이어지는 산등성이를 돌아보니 그저 아찔할 뿐입니다.

푸흐 고개부터 지금까지의 길에서 클라이밍에 가까운 바위 타기, 아무리 급한 고개와 내리막도 바로 눈앞의 길에 집중하며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속도는 늦지만 잘 헤쳐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눈앞에 다가오는 저 뾰족한 바위들은 과연, 설마 저런 것을 넘어야 할까? 하는 체념이 섞인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합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결국 저런 모양의 산등성이를 넘어야 했습니다. 앞서 첨부한 지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몽 통뒤(Mont Tondu) 자락의 산등성이를 넘을 때는 오르막도 상당히 급하지만, 내리막도 엄청나게 가파릅니다.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인 데다가  지질도 쉽게 부서지는 암석들이 잘게 부서진 땅이라 미끄럽기까지 했습니다. 이 코스가 왜 클래식 TMB에 포함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공포심을 가지면 발걸음이 더욱 무거워지니 후들거리는 다리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붙잡는데 신경을 쏟았습니다. 다행인 것은 뒤따라 오는 옆지기가 느리지만 묵묵히 잘 따라왔다는 것입니다. "여기 미끄럽다! 조심해!", "잘 오고 있지!" 하는 외침을 주고받으면서 작은 고비를 넘으면 하이파이브로 서로 격려하며 아주 천천히 전진했습니다.

 

로베르 산장을 앞둔 마지막 산등성이를 넘다 보니 내일 걸어갈 세이뉴 고개(Col de la Seigne)까지 경로가 눈에 들어옵니다. 빙하 지대도 지나야 하고 쇠줄을 타고 넘어야 하는 코스도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걸어가야 할 산세를 보니 대체 어디로 간단 말인가? 하는 막막한 물음표만 머릿속에 가득해집니다.

 

가파른 산등성이를 넘으니 빙하를 품고 있는 글레이셔봉(Glaciers, 3,816m)에 눈앞에 다가옵니다.

 

몽 통뒤(Mont Tondu) 자락의 산등성이를 넘으면 아래로 가파른 길을 내려갑니다. 랑셰뜨 빙하(Glacier des Lanchettes) 지역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를 지나게 되는데 내리막을 어느 정도 내려왔다 싶으면 아래쪽 모테 산장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해서 로베르 블랑 산장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고도는 300m 정도를 올리면 되는 길이지만 몸이 지쳐서 그런지 한 시간이 넘게 소요되었습니다.

 

로베르 블랑 산장으로 올라가는 길은 친절한 산장 지기가 해 놓았는지, 돌을 길 양쪽에 놓는 방식으로 길 표시를 선명하게 해 놓았습니다.

 

산장을 오르는 길에서 만난 알파인 아이벡스입니다. 아무리 몸이 지쳐도 이런 광경은 놓칠 수가 없죠. 70~80도가 넘는 절벽을 뛰어내리는 아이벡스를 보니 절벽과 같은 길에서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겨우 걸었던 필자의 입장에서는 부럽기 그지없었습니다.

 

드디어 만난 로베르 블랑 산장(Refuge Robert Blanc, 2,750m) 입니다. 산장까지의 길도 온통 돌, 바위, 눈이라 산장을 바로 앞에 두고서도 속도를 내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거의 저녁 8시가 다된 시간에 도착했지만 컴컴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이었는지요. 1인당 15유로에 예약했었는데 다들 저녁 식사도 끝난 시간이라 저희들은 식당에서 여유롭게 저희가 준비한 식사를 먹고 취침에 들 수 있었습니다. 차가 들어올 수 있는 길도 없는 바위 산 중에 어떻게 이런 산장을 지었는지....... 12시간이 넘는 거북이 산행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도착한 정말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