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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성삼위일체 교회, Holy Trinity Church" 바로 옆에는 버스 정류장(Gare Routière)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TMB(뚜르 드 몽블랑) 걷기를 위해서 열흘 치에 가까운 식량과 옷가지들을 꽉꽉 집어넣은 배낭은 온몸을 짓 누르기에 충분했습니다. 돌덩이와 같은 배낭을 등에 지고 제네바 시내를 나름 부지런히 걸어서 샤모니행 버스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한 것이 감사했습니다. 무엇보다 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귀중한 박물관과 미술관, 공원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탈리아 베로나가 최종 목적지인 이 버스는 출발 40분 전에 이미 도착해 있었기 때문에 버스는 금방 찾을 수 있었습니다. 터미널 입구에서 한 아저씨가 "베로나! 베로나!" 하길래 우리가 탈 버스인가? 싶어서 "샤모니?"하고 물었더니 제 발음이 이상했는지 아니라고 하더군요. 아저씨를 보내고 버스를 찾기 시작했는데 구석에 세워진 버스의 전광판을 보니 샤모니라고 적혀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인쇄한 티켓을 기사분에게 보여주면 기사분의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인식시키는 방식이었습니다. 예약을 확인하시고는 여권을 중간에 검사하기 때문에 가지고 타야 한다고 하셨는데 직접 보여드리니 엄지 척으로 반응해 주셨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이이지만 즐겁게 일하시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집에서 인쇄해온 네임태그를 배낭에 붙여 짐칸에 싣고 무사히 샤모니까지 도착하기를 기도하며 버스에 승차했습니다. 

 

플릭스 버스는 5 번열 이후가 자유석인데 일찍 도착한 덕택에 5 번열에 앉아서 갈 수 있었습니다. 위의 그림처럼 자유석에는 녹색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지정석인 줄 모르고 앉았다가 뒤로 쫓겨 나시는 분들이 여러분이셨습니다.

  

샤모니로 가는 버스 안에서 동양인은 저희 커플이 유일했습니다. 버스에는 좌석마다 충전을 위한 전기 콘센트와 USB 포트, 무선인터넷과 화장실까지 이 정도면 훌륭하다 싶었습니다. 다들 배낭을 둘러멘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저희 바로 앞자리에는 백인 할아버지 한분이 배낭을 메고 타셨습니다. 그분에게서 풍기는 도전과 열정의 기운, 비장함으로 저희도 힘을 얻는 듯했습니다.

 

버스가 제네바를 출발할 즈음에는 버스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내 등산화에서 나는 꼬랑내와 식사하는 이들의 음식 냄새까지 별의별 냄새가 다 섞였지만 문제 될 것은 없었습니다. 버스가 얼마간 달리자 스위스와 프랑스의 국경에서 경찰 3명이 버스에 타더니 일일이 여권을 검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스위스로 다시 넘어올 때는 아예 검사도 안 하던데 공항 입국 심사보다도 꼼꼼하게 확인했습니다. 저희는 여권만 확인하고 끝이었지만 어떤 사람은 왜 가냐, 어디로 가냐 등을 꼼꼼하게 캐묻고, 어떤 사람은 가방 속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긴장감이 넘치는 국경 검문소였습니다.

 

국경 검문소를 지나서 고속도로를 달리자 창밖으로는 아름다운 산들의 풍경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7월 한여름에 설산 풍경을 보다니......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샤모니까지는 산악지대를 통과함에도 도로가 깔끔하게 뚫려 있는데 그 배경에는 창밖으로 보이는 아찔한 높이의 교각들이 한몫을 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버스는 1시간 20분 만에 설산에 둘러 쌓인 샤모니 계곡에 도착했습니다. 일단 짐을 풀기 위해 예약해둔 숙소로 향합니다. 산행을 모두 끝내고 제네바로 돌아갈 때도 이곳에서 버스를 탑니다. 초록색 플릭스 버스 안녕! 유럽 여행에서 이동 수단 중의 하나로 찜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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