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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토 고쇼(仙洞御所) 관람을 끝낸 저희는 원래 계획은 교토고쇼(京都御所)를 둘러볼 계획이었지만 생략하고 교토 걷기의 마지막 일정인 니시진 텍스타일 센터를 들렀다가 내일 새벽에 출발하는 구마노 고도 걷기에 대비하기 위해서 일찍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센토고쇼 앞 넓직한 길의 모습입니다. 조금 흐린 날씨에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잔자갈길을 자박 자박 걷는 분위기는 은근 쓸쓸합니다.



왕궁의 도로쪽 담벼락과 숲은 직선으로 1킬로미터가 넘게 이어집니다. 니시진 텍스타일 센터는 이길을 직진하다가 큰길에서 좌회전 해도 되지만 저희는 골목길을 따라 걷습니다.




저멀리 교토 북쪽 산에는 눈이 쌓여 있는 모습입니다. 오전 일정중에 만난 진눈깨비가 교토에도 저런 흔적을 남겨 놓네요.




니시진 텍스타일 센터(NISHIJIN TEXTILE CENTER, 西陣織会館, https://nishijin.or.jp/)에 도착했습니다. 무료 입장이고 09:00~17:00에 개방합니다. 오후 5시까지 개방이라 교토고쇼 관람은 포기한 것이지요. 센토고쇼는 관람했으니까요.



옷감을 짜고 있는 그림과 함께 캐릭터 인형이 이곳이 섬유 관련 전문 시설임을 한눈에 보여 줍니다.



니시진(西陣)의 유래는 550년전으로 올라가 1467년에 일어난 오닌(應仁)의 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합니다. 난이 끝난후 일본은 정치적으로는 전국시대에 접어드는데 오닌의 난 당시 전국으로 흩어졌던 직물 기술자들이 교토 북서부에 있던 서군 진지 근처로 모여들게 되는데 전쟁 이전 부터 직물 마을로 유명했던 이곳이 서군 진지 근처에 있다해서 니시진(西陣)이라 불렸다고 합니다.




저희가 도착할 즈음이 오후 4시였는데 오전 10시 30분부터 하루 여섯차례 공연하는 기모노쇼의 마지막 회차가 시작되기 직전이었습니다. 맨윗층 강당에서 무료로 열리는 기모노쇼를 보기로 했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오후 4시 정각에 조명, 음악과 함께 쇼가 진행되었습니다. 무료 기모노 쇼는 3층에서 10:30, 11:30, 13:00, 14:00, 15:00, 16:00에 10분 정도 열립니다.



일곱명의 모델들이 차례대로 다양한 색상의 기모노를 입고 나오는데 문외한의 시각에서는 색상과 한두가지 소품외에는 차이점을 구별하기 어렵더군요.



호몬기(訪問着), 이로무지(色無地), 쿠로 토메소데(黒留袖), 이로 토메소데(色留袖), 후리소데(振袖) 등등 기모노의 종류가 다양한데 문외한이 구별할리 난망하죠. ㅠㅠ



기모노의 색상에 맞추어 조명도 바뀌는데 기모노가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색상 뿐만아니라 국화, 매화, 벚꽃, 동백, 모란, 등나무꽃, 도라지꽃등을 패턴이나 그림의 형태로 화려하게 새겨놓은 것도 특징중에 하나입니다.



모델들의 의복은 모두 달라 보이지만 신발은 모두 같은 모양입니다. 발끝이 두개로 갈라져 있는 다비라 부르는 일본 전통 신발용 양말을 착용하고 샌들과 비슷하게 생긴 전통 신발인 게타를 신고 있습니다.



기모노라는 단어의 의미는 단순하게 "입는 것" 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다양한 일본식 전통 의상의 총칭인 것이죠. 



기모노를 입고 허리 주위에 감는 가늘고 긴 천을 오비라고 하는데 



이 모델의 경우 오비 뒷편에 리본처럼 매듭을 묶었습니다.



10여분의 기모노쇼가 끝났습니다. 기모노쇼가 있는 3층 강당 바로 옆으로는 역사관이 있는데 꼼꼼히 둘러볼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프랑스 리옹에서 제작되어 19세기말 부터 10년간 사용했다는 직물기계입니다. 생전 처음보는 근대 유물에 시간 가는줄 모릅니다. 자카드(Jacquard)라는 브랜드인데 천공된 판지 카드들을 사용하는 기계식 직기로 지금의 컴퓨터처럼 프로그래밍 가능한 최초의 직물 기계였다고 합니다. 프랑스 상인인 조셉 마리 자카드(Joseph Marie Jacquard)가 깊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19세기말에 사용 되었다는 목제 직물 기계입니다. 이것 또한 자카드(Jacquard)라는 브랜드 입니다.



직물 생산 과정을 담은 그림입니다.



직물기계에서 사용하는 "셔틀(shuttle)"이라는 부품입니다. 아래층에 내려가면 전통 기계로 실제 직물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수 있는데 작업자가 끊임없이 양쪽으로 왔다 갔다하는 부품입니다. 우리말로는 북이라고 하지요.



역사관에서는 때마침 기회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기모노쇼에서 보았던 기모노의 옷감에 자수를 했는지 프린팅을 했는지 꼼꼼하게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호기심을 증폭시켜주는 공간이었습니다.



2층으로 내려가면 옛날 방직기를 사용해서 실제로 직물을 제조하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직접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무늬가 있는 직물을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으로 자동생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카드 직조기에서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천공 판지가 엄청난 양으로 기계에 매달려 있습니다. 최초의 컴퓨터는 이 천공 판지에 영감을 받아서 80컬럼짜리 천공카드로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입력하는 장치를 고안했다고 합니다.



이름은 수작업 직물기(手機, Hand loom)이지만 덩치와 기능은 엄청난 것이죠. 어느 정도의 기계를 다룰 수 있는 기술만 있으면 전문 장인이 아니어도 정해진 무늬가 새겨진 옷감을 만들어 낼 수 있었으니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것이죠.



관람객의 눈길에 상관없이 작업에 열중하고 계신 장인의 작업 과정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한참을 바라보았네요. 



엄청난 규모의 직물 기계 앞에서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효율 좋은 최신 장비가 넘쳐나지만 이런 장비와 이를 다룰수 있는 사람을 보존하고 이어가는 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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