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94코스 - 오봉산에서 남동 인더스 파크
오봉산을 내려온 서해랑길은 바로 이어서 듬배산을 서쪽으로 가로지른다. 70여 미터의 높지 않은 산이다. 듬배산을 내려오면 은봉로 도로를 따라서 걷다가 작은 언덕에 자리한 논현포대근린공원을 넘어서 남동공단으로 진입한다.
4봉을 지나고 5봉까지도 지나서 산을 내려갔던 우리는 길을 찾기 위해서 4봉과 5봉 사이의 갈림길까지 되돌아와야 했다. 갈림길에 서해랑길 리본이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누구를 탓할 수는 없고 아무 생각 없이 우리의 책임이었다. 듬배산 표식을 따라서 우측 갈림길로 진행한다.
어린이 숲 체험 공간이므로 출입을 금한다는 표식과 함께 날카로운 철조망이 쳐져 있었는데 아무리 사유지라 해도 숲을 가로막고 있는 험악한 철책은 달갑지가 않다.
길은 생태통로를 통해서 논고개로 도로 위를 가로지른다. 산 곳곳이 철책으로 가로막혔다. 이곳을 다니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가시 철책까지 동원한 모양인데, 왠지 씁쓸하다.
작은 산을 넘어온 길은 수골로 계곡길을 가로질러서 듬배산 등산로로 진입한다.
듬배산 주위가 온통 주택가에 아파트 단지이다 보니 다니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가 등산로로 증명된다. 산의 등산로가 아니라 길이 평지처럼 반들반들하다. 사람들의 발자국은 무섭다.
완만한 숲길을 따라 듬배산 정상으로 향한다. 반들반들한 바닥은 아마도 맨발 걷기를 하시는 분들의 흔적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숲에 빗자루가 세워진 것을 보니 맨발 걷기 하시는 분들이 많은 모양이다. 인공적인 황톳길이 아니어도 주변의 주민들이 나름 즐길 수 있도록 숲이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깊은 숲이 그 나름의 가치가 있듯, 도시 지역의 크지 않은 산과 숲은 또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해랑길 리본을 따라서 하산길에 나선다. 오봉산과 듬배산을 함께 걸었던 남동 둘레길이 다른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이 방향으로는 서해랑길만 간다.
서해랑길 리본은 듬배산에서 내려와 길을 은봉로 도로로 인도한다.
은봉로 도로변으로 내려온 길은 육교를 이용해서 대각선 방향으로 이동한다.
육교에서 바라본 야트막한 듬배산의 모습과 남쪽으로 내려가는 호구포로의 시가지 모습이다. 멀리 수인분당선의 호구포역이 시야에 들어온다.
은봉로 도로를 따라서 서쪽으로 이동하며 논현포대근린공원으로 향한다.
길을 벗어나 논현포대근린공원으로 들어간다. 공원의 이름처럼 논현 포대가 있던 곳이다. 조선후기 여러 양요를 거치면서 서양배들이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작은 언덕에 포대가 위치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이 인근 바로 앞이 바다였다는 것을 짐작하게 해 준다. 물론 지금은 온통 아파트 단지와 공단 지역으로 변모했다.
삼십여 미터의 작은 산이지만 오봉산, 듬배산에 이은 오늘 걷기의 마지막 언덕길이 될 듯싶다. 아무리 작은 언덕이라도 오르막길은 늘 힘들다. 공원을 찾은 사람들이 여럿 있었지만 힘들다고 언덕은 오르지 않는다.
언덕 위에 오르니 사람도 없고 호젓하게 벤치에 앉아서 조용히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길은 포대마당 방향으로 내려간다.
포대마당 쪽으로 내려오기는 했지만 2개가 남아 있다는 포대를 확인하지는 않았다. 남쪽으로 공원을 빠져나간다.
공원을 빠져나와 남동공단 길을 본격적으로 걷는다. 남동 인더스 파크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있지만 익숙해서 그런지 남동 공단이 자연스럽다. 수도권에서 가장 큰 산업단지 중의 하나로 입주 기업이 8천 개에 육박한다고 하지만 아직은 산업단지 동쪽 끝자락을 걷고 있어서 그런지 대규모 산업단지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수인분당선 철도 아래를 통과한 길은 다음 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서쪽으로 이동한다. 길을 건너면 평상시에 자주 접했던 본드 브랜드인 오공 본드 공장을 지난다.
본격적으로 산업단지 안으로 진입했지만 상상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녹음이 우거진 중국단풍 가로수는 키가 커서 도로의 분위기를 바꾸어 주고 있고 공장 담벼락에는 노란 장미가 절정이다.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화사한 꽃을 보면서 위로받았으면 좋겠지만, 그 또한 사람 나름 이리라!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화사함을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